이전의 목록 외 1편 / 오산하

[창작시]     이전의 목록     오산하               나는 자주 버리려고 애쓴다       도시가 탄생하기 전부터 새의 집이었던 하나의 장소를       떠나지 못한 불안으로 철장을 갉아먹는 새떼를       재빠르게 구르기 위해 장기를 위축시키는 생명체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세계의 기록을       버리려고 애쓴 흔적과 결국 버리지 못한 나머지를       눈앞에 둔다       돌을 쌓은 굴이 인공 굴이라면 모든 집은 인공일 테지       인공1 인공2 인공3 으로 불리는 자연을 지난다       유리는 눈을 속여 반짝이거나 반짝이지 않거나       통과하거나 결국 튕겨져 나가는 진실 혹은 사실 속에서       독수리는 죽은 것을 먹기 위해 배를 곯고 있다       자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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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하 / 2022-07-01
지하도 / 차수진

[단편소설]     지하도     차수진           초등학교 운동장에 먼지바람이 일었다. 영주는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티끌을 막기 위한 손바닥이 작은 그늘을 드리우며 시야를 좁혔다.     학교 정문 너머로 불뚝 솟은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깨끗하게 정렬된 신축 아파트 건물 뒤에는 청량한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흰색과 푸른색 페인트를 두른 채 햇볕을 양껏 받은 아파트 단지의 위용은 학교 후문 쪽으로 펼쳐진 허름한 주택 단지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이곳 아파트에 이사 오고 나서 영주는 딱 한 번 주택 단지에 발을 들인 적이 있었다. 작년 초, 아들 준이가 입학하게 될[…]

지하도
차수진 / 2022-07-01
타오르는 새들의 저녁 외 1편 / 손연후

[창작시]     타오르는 새들의 저녁     손연후            살아 있는 건 너무 뜨거워    왜 자꾸 속눈썹은 빠지고    우리의 무게 중심은 기우뚱할까    기다란 전신거울은 늘 허기진 도마뱀처럼 비스듬히 꿈꾼다    도마뱀은 뜨거운 박쥐를 잡아먹고 삽니다, 라고 말하자    도마뱀의 눈 안에 거꾸로 자라난 활주로가 들어서고    몇 세기 전의 사람들과 새들이 하늘을 나는 법을 함께 모의하고 있었다    불에 타 없어진 도마뱀 꼬리에 대한 이야기,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지    수상한 저녁의 모의를 벗어나 훨훨 달아나는 거울 속 새들    새처럼 투명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노을빛 타오르는 활주로 위로 하나둘 날아올랐다    첨벙첨벙[…]

타오르는 새들의 저녁 외 1편
손연후 / 2022-07-01
𝑖는 돌아오지 않아 외 1편 / 이선락

[창작시]     𝑖는 돌아오지 않아     이선락            그림자의 겨드랑이를 새끼손톱으로 꾸욱, 찔러 보는 것이다 나는    간밤의 옆구리가 어디로 흘러드는지…    열쇠구멍으로 들여다본 침실엔 𝑖, 막 발레복을 갈아입는 중이었고    눈은 왜 이리 뻣뻣하지? 벽 쪽으로 물러서다    토슈즈 하나 벗겨지고, 무릎에선 종소리 몇 번 울리고    흑백 그림 한 장 펼쳐지고    발레가 끝났을까, 막 플리에를 시작했는데…    채널을 바꾼다 신호가 약하거나 잡히지 않습니다    벽돌로 된 내가 벽 속을 기어 나올 땐 한쪽 눈이 사라진 얼굴이었고    왼쪽으로 쏠린 그림들    별똥별 냄새가 나곤 하지, 솔라닌이 들어 있을지도 몰라 내가    눈사람에게서 눈을[…]

𝑖는 돌아오지 않아 외 1편
이선락 / 2022-07-01
손을 그리는 손 / 이언주

[단편소설]     손을 그리는 손     이언주           이런 데 와본 적 있어요?     내키지 않으면 그냥 가도 된다며 여자가 향로에 불을 붙였다. 눈이 커진 창민이 여자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던 여자였다.     창민은 고개를 저으며 세 평 남짓한 실내를 둘러보았다. 입구 위쪽으로 붉은 부적이 붙어 있고, 좁은 선반 아래에 상담료를 알리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테이블에 깔린 그림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압정이 꽂힌 아트지에 오른손이 왼쪽 소맷부리를 그리고 다시 왼손이 오른손을 그리는 그림이었다. 여자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움직일 때마다 마치 그녀가 손[…]

손을 그리는 손
이언주 / 2022-07-01
[책방곡곡] 공주시 데시그램북스(제3회) / 데시그램북스

[책방곡곡]       공주시 데시그램북스(제3회)     사회/원고 정리 : 멧새참여 : R.SSAM, 커피적인평화, 왕버섯, 윤여름, 청양맨 책 : 정보라, 『저주 토끼』(아작, 2017)         『저주 토끼』를 만나다   멧새 : 오늘 6월 2일, 함께 이야기할 책은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입니다. 이 책은 2017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최종심에 오르면서 재출간되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엊그제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수상작으로, 인도 작가 기탄잘리 슈리(66세)의 장편소설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이 결정되었습니다. 『저주 토끼』의 수상은 아쉽게 불발되었지만, 여러분과 함께 이 작품집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멧새 :[…]

[책방곡곡] 공주시 데시그램북스(제3회)
데시그램북스 / 2022-07-01
오! 라일락 외 1편 / 고선경

[창작시]     오! 라일락     고선경            아무도 나랑 놀아 주지 않았을 때 언니도 묘연했다    우리는 같은 중학교 학생이었고 엄마 아빠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급식을 누구와 먹는지 배드민턴을 누구와 치는지 같은 반 아이들이 어떤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지 언니는 왜 나를 보러 오지 않는지    언니는 나보다 한 살 위고    이효리처럼 노래 잘하고    춤도 잘 췄다    언니의 친구들은 나를 몰랐지만 나는 알았지; 마리 제니 소이 그런 이름을 가진 언니들    나도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운 발음의 이름이고 싶었는데    언니는 딱 한 번 나와 급식을 먹어 주었다 내가 배식 당번이[…]

오! 라일락 외 1편
고선경 / 2022-07-01
[문학생활탐구] 4화 : 글을 쓰는 친구들!(2) / 설하한, 최아현

[문학생활탐구] 문학생활탐구 설하한, 최아현   -4화-글을 쓰는 친구들!(2)       Q. 글쓰기가 문학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어? 사노롱    책을 더 많이 읽게 됐어. 예전에는 작법서도 많이 읽었어. 덕분에 어휘력과 문장력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됐지. 하지만 글쓰기를 계속하다 보니 작법서보다는 다른 작가들의 책을 더 많이 읽게 되더라고. 미루무    나도 비슷해. 처음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작법서나 글쓰기 책을 읽었어. 하지만 내가 그렇게 쓰지 않고, 쓸 수 없고. 무엇보다 내가 몰라서 못 쓰는 게 아니라는 걸 어느 순간 알게 되어서 작법서를 읽는 게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후로는 정말 좋거나[…]

[문학생활탐구] 4화 : 글을 쓰는 친구들!(2)
설하한, 최아현 / 2022-07-01
the seaside / 유주현

[단편소설]     the seaside     유주현           이른 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던 칠월의 둘째 주 화요일, 이모가 나를 찾아왔다. 자기를 데리고 살아 달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오전부터 시끄러운 화요일이었다. 거리가 뜨겁게 들끓을수록 극장의 매표율은 높아졌지만 늘어난 사람 수만큼 문젯거리도 따라왔다. 첫 번째 상영이 끝난 직후부터 곧바로 클레임이 시작됐다. 분실물 관련이었고, 고객은 극장 측 잘못으로 재산상의 피해를 봤으니 보상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고객은 영화가 끝나고 좌석에 소지품을 놔둔 채로 상영관을 떠났다. 다시 찾으러 왔지만, 물건은 청소 중에 폐기되어버린 후였다. 좌석 팔걸이의 음료 거치대에 구겨져 있었으며, 반쯤[…]

the seaside
유주현 / 2022-07-01
《문장 웹진》 2022년 기획 연속좌담 ‘읽는 사람’ 1차 : 작은 서점에 모이다 / 유진목 외 4명

[연속좌담]     《문장 웹진》 2022년 기획 연속 좌담 ‘읽는 사람’ 1차 ‘작은 서점에 모이다’         ㅇ 회의명 : 《문장 웹진》 2022년 기획 연속 좌담 ‘읽는 사람’ – 1차    – 소주제 : 작은 서점에 모이다 ㅇ 참여자 :    – 유진목(사회자/시인, 부산, 서점 ‘손목서가’ 운영)    – 박경애(서울, 서점 ‘자상한 시간’ 운영)    – 박진숙(천안, 서점 ‘가문비나무아래’ 운영)    – 정선원(관악중앙도서관 서울, 사서)    – 최한숙(원주, 틔움책방 책방지기)    – 작은 서점을 여는 일    – 작은 서점을 지속하는 일    – 작은 서점을 도약하는 일[…]

《문장 웹진》 2022년 기획 연속좌담 ‘읽는 사람’ 1차 : 작은 서점에 모이다
유진목 외 4명 / 2022-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