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의 문이 열리는 순간 / 김진석

[현장 비평] 《문장웹진》은 다양한 시선을 통해 폭넓은 담론을 펼칠 수 있는 ‘비평의 장’을 마련하고자 2020년 진행되었던 〈본격! 비평〉 코너를 정비하여, 2021년 4월호부터 〈현장 비평〉을 선보인다. 2022년 〈현장 비평〉은 신진 문학평론가 12명이 각자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매월 1편씩 발표된다.     조롱의 문이 열리는 순간     김진석         0. ‘지금-여기’의 존재론     1980년대 처음 등장하였고, 2000년 무렵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루첸(Paul J. Crutzen)에 의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인류세(Anthropocene)’ 란 용어는 인간의 각종 활동으로 인해 지구환경에 큰 변화가 나타나게 된 시기를 의미한다. 인류세 담론이 등장한 지 수십[…]

조롱의 문이 열리는 순간
김진석 / 2022-04-04
전학생 외 1편 / 이진희

[창작시]     전학생     이진희            온종일 앉은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어두운 칠판에 무엇이 적히든 창밖을 내다보는 것이 좋았다 주변이 전부 지워진 텅 빈 세계로 도망치고 싶었다    질문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은 집에서도 이전의 어느 학교에서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일 화장실이 어딘지 묻는 일조차    전학 첫날 마지막 교시를 알리는 종소리에 아랫도리가 뜨끈해져 왔다 그렇게 모두 가고 없는 교실에 오래 혼자 남아 있었다    배운 것 없이 부끄러운 봄이 마침내 자취를 감추고    운동장 가장자리 짙푸른 플라타너스 밑동 쇠로 만든 구름사다리 아래 새카맣게 떨어져 내리던 송충이들 상급반 아이들은[…]

전학생 외 1편
이진희 / 2022-04-01
그럼 이만 총총 / 황현진

[단편소설]     그럼 이만 총총     황현진           나는 지금 죽어 있다시피 합니다.     서른아홉, 내게 이런 일이 닥칠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했는데 이제 나는 생각에 생각만 거듭하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그마저도 이어 가지 않는다면 차마 살아 있다는 말을 못 하겠습니다. 실은, 생각을 복기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고작 하루 전일 수도 있고, 나도 모르는 새 마흔 살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내가 여전히 시간의 흐름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생각의 실오라기를 하염없이 잇고 꼬는 것, 그만이 살아 있음을 체험하는[…]

그럼 이만 총총
황현진 / 2022-04-01
나의 바둑교실 외 1편 / 곽문영

[창작시]     나의 바둑교실     곽문영            그날은 특별한 훈련을 했던 날이었다 사범님은 우리에게 눈을 감고 삼십 초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 보라고 하셨다 사활풀이와 대국만으로 기력이 느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하셨다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신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이창호가 이걸 잘한다고 하셨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하셨다 본인은 삼 분 이상 할 수 있다고도 하셨다 눈을 감고 있는 동안에는 어떤 모습도 상상해선 안 되고 속으로 시간을 재서도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모두 눈을 감았다 그러나 나는[…]

나의 바둑교실 외 1편
곽문영 / 2022-04-01
우리의 마지막 문장 / 박주영

[단편소설]     우리의 마지막 문장     박주영           사건을 의뢰받았을 때 처음에는 맡지 않으려고 했다. 너무 낯선 분야였고 내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호했다. 최 변호사는 내가 맡아야만 하는 일이라고 거듭 부탁을 했는데 나는 이 사건이 나의 전문적인 영역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나는 흔히 탐정으로 알고 있는 민간 조사관이기 이전에 소설가였는데, 그 특수성 때문에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든 글로 남길 원하는 이들이 특별히 나를 찾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가해자인 K는 다수의 악플러와 함께 아이돌 A의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상태였다.     “이거 형[…]

우리의 마지막 문장
박주영 / 2022-04-01
소설 외 1편 / 박연준

[창작시]     소설     박연준            꽂힌 침묵    그런 게 된다    말 속에 머무는 벌    그런 게 된다    어제 혼난 아이의 푸르스름한 종아리    종달새가 쪼아먹다    말다,    날아가는    그런 게 된다    죽은 새의 잠이    산 새의 입으로 흘러갈 때    멀미,    몸속에서 흔들리던 그네의 쏟아짐    그런 게 된다    유년이 지나도 지나도 지나도    이어지는 복도    어려 죽은 나무가 고아처럼    걸어 다니는 복도    그런 게 된다    소용돌이 속 한 톨의 먼지,    다수 대 한 톨의 고요한 싸움    한 톨의 전부    한 톨의 생활    그런 게 된다      […]

소설 외 1편
박연준 / 2022-04-01
말 못하는 짐승(A Dumb Animal) / 강병융

[단편소설]     말 못하는 짐승(A Dumb Animal)     강병융       경고합니다! 본 작품은 매우 폭력적이고, 상당히 충격적일 수 있으니 기력이 없는 짐승, 소중한 생명을 임신한 존재, 선천적으로 몸과 마음이 약한 생명체는 절대 독서를 삼가시기 바랍니다.     1.       저는 ‘말 못하는 짐승’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본디 ‘짐승’입니다.      본래 짐승인데, 말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언어로 정의하자면, 짐승이란 “몸에 털이 나고 네 발을 가진 동물”입니다.      우습고도 슬픈 것은 인간들도 가끔 스스로를 ‘짐승’이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매우 잔인하거나 야만적인 사람”을[…]

말 못하는 짐승(A Dumb Animal)
강병융 / 2022-04-01
4월호 / 임지혜

[커버스토리] ※ 기획의 말 2022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백가흠, 「감귤모텔 부흥회」를 읽고(《문장 웹진》 2022년 3월호)         감귤모텔에서 과거, 꿈, 야구 이야기들이 스며든다                       작가소개 / 임지혜 휴식과 공간을 주제로 판화 작업과 캔버스 작업을 병행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4월호
임지혜 / 2022-04-01
자영업자들 외 1편 / 남현지

[창작시]     자영업자들     남현지            식당 간판에    초월이라고 적혀 있어서    주인의 이름이기를 바랐다    내가 유일한 손님이었고    식당에는 불가능한 메뉴가 많았다    기다리는 동안    어두운 자영업의 미래    다음 뉴스에서 비만과의 전쟁이 선포되었다    그것은 질병이며    나는 궁금했다    뚱뚱한 사람들은 다 어디 있는가    왜 나는    혼자서 뚱뚱한가    통계 속에서 밥을 먹는다    어떤 전쟁의 적이 되어서    밥을 먹는다    주인이 옆에서    걸레질을 멈추고    열대 식물의 가루를 추천한다    신비로운 열매군요    얼마 전에는 붉은 고대의 곡물을    새로 소개받았고    통계 속에 사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사진에 우연히 등장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요    가로수 앞으로[…]

자영업자들 외 1편
남현지 / 2022-04-01
[책방곡곡] 원주 틔움 북카페(제3회) / 틔움 책방

[책방곡곡]       원주 틔움 북카페(제3회)     사회/원고 정리 : 마리아참여자 : 봉천댁, 파피루스, 베로, 리오 책 : 임야비, 『클락헨』(2020)       틔움 讀讀모임 제3회(랜선 토론) 2022.03.16. 수. (18:30~20:30)   마리아 :  안녕하세요! 한 달 동안 잘 지내셨지요? 선거도 있고 분주했던 시간이었어요.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눠야 정이 돈독해지는데 극성을 부리는 코로나로 부득이 랜선 토론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분위기 좋아 보여요. 처음 이 책을 보는 순간 500페이지나 되어 위압감을 느껴 놀랐고, 두 번째는 첫 장을 여는 순간 유전자, 형질아 거부감이 들었어요. 이 작품 소설 맞아? 하는 의구심도[…]

[책방곡곡] 원주 틔움 북카페(제3회)
틔움 책방 / 202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