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 외 1편 / 이제재

[창작시]     미지     이제재            이 도서관은 4층에서도 1층을 볼 수 있고    나는 밤에 3층에 앉아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을 뿐이다    그리고    세 사람의 얼굴을 발견한다    책의 표지를 하고 너를 지켜보는 눈들    아니다, 한 사람은 아예 눈알 자체가 머리이고    그것은 매우 동그랗다    어느 영화를 본 뒤로 아주 넓은 공간을 보면    너는 야구공을 힘껏 던져보고 싶었는데    그 영화의 이름은 샤이닝이고    그 영화 속 아들의    보이지 않는    영혼을 보는 능력의 이름도 샤이닝이다    빛난다는 뜻    3층에서 야구공을 떨어뜨린다면    그것은 바닥을 치고 튀어 오르겠지만    눈알을 떨어뜨린다면    바닥과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지하실이 열려[…]

미지 외 1편
이제재 / 2022-02-03
방울소리 외 1편 / 이산하

[창작시]     방울소리     이산하            무당이 작두를 타고    방울을 흔들면    입을 다물어야지.    안 그래?    무당이 작두에서 내려와    방울을 거두면    더욱 입을 다물어야지.    안 그래?    내가 방울소리를    요령소리로 쓰면    넌 유령소리로 읽어야지.    안 그래?                   네잎 클로버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고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고 한다.    그 행운의 네잎클로버 하나를 찾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잎클로버의 행복을 짓밟았던가.                         작가소개 / 이산하(李謹華) 경북 영일[…]

방울소리 외 1편
이산하 / 2022-02-01
빛의 탄생 외 1편 / 이유운

[창작시]     빛의 탄생     이유운            그 빛은 희고 둥글었다 끌어안기 충분할 정도로    새로 태어난 아가의 방에 모빌 대신 걸어 두기 좋았다    아가들은 정수리로도 숨을 쉰다잖아, 어쩌면 우릴 정수리로 볼 수도 있을지도 몰라.    언니는 구슬을 꿴 실로 빛을 예쁘게 묶었지만 나누어 앉은 우리의 방에서는 아무도 웃지 않았고    우리의 아가는 여름에 태어났으므로 이마에 낙인이 있었다    나는 그걸 손톱으로 벗기고 긁어내고 울고 소리를 지르고 원망을 하고 그랬지만 아무튼 한때 태어나곤 했던 것들이 이 세계에서는 흔들리고 죽곤 하니까    우리 아가    너는 언니가 사서 비닐봉투에 담아 왔었지    검은[…]

빛의 탄생 외 1편
이유운 / 2022-02-01
눕기의 왕 외 1편 / 임지은

[창작시]     눕기의 왕     임지은            뒤통수가 사라진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    떠다니는 하품을 주워 먹는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    아침이 돼서야 이를 닦는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 ‥‥    먹지 않고 걷지 않는다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늦겨울 봄볕처럼    아주 잠시 생겼다    녹는다    뭐든 중간이라도 가려면 가만히 있어야 하고    가만히 있기엔 누워 있는 것이 제격이니까    다른 걸 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    안 하는 거다    왜? 누워 있으려고    그리하여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어디든    누워 있을 수 있게 된다    밥상, 난간, 동전뿐인 지갑    젖은 하루가 마르고 있는 빨랫줄    밥은[…]

눕기의 왕 외 1편
임지은 / 2022-02-01
이야기 – 겨울의 모자 외 1편 / 유희경

[창작시]     이야기 – 겨울의 모자     유희경            모자는 젖어 있다 사내는 모자를 책상 위에 올려 둔다 젖은 모자는 불길하다 모자는 사내의 것이 아니다 날갯죽지에 부리를 묻고 떠는 겨울밤 비둘기처럼 모자는 주인을 잃었다 가엾게도 창밖으로 쏟아지는 눈 모자를 쓴 모자의 주인은 눈을 맞으며 이곳으로 왔을 것이다 모자를 잃어버린 모자의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사내는 창가에 몸을 기대고 창밖을 본다 사내는 찾고 있다 거리에는 이마를 내놓은 채 오가는 사람들 눈을 맞으며 그들은 자신들의 모자를 찾아 돌아가는 중이라고 사내는 생각해 본다 노래 같네 제목을 잊어버린, 나는 이[…]

이야기 - 겨울의 모자 외 1편
유희경 / 2022-02-01
문예창작 외 1편 / 이영주

[창작시]     문예창작     이영주            슬픔은 아름답지만 오로지 슬픔만이 아이덴티티가 되면 어린이가 됩니다 진실은 우리를 갈가리 찢어버리니까요 인간은 나약해요 사랑을 못 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걸요 나쁜 말 해도 되나요 너무 나쁜 말이어서 지옥 불에 던져질 수도 있지만요 너무 크고 징그러운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람이 망령이 됩니다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모르죠 그를 사랑하면 모든 것이 갈려서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해요 빛나는 관은 텅 비어 있고 마음은 영원히 죽지 못하는 형벌을 받죠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어서 다른 사람들 감각을 빨고 불행마저 훔치죠 차라리 사라진[…]

문예창작 외 1편
이영주 / 2022-02-01
당신은 계속 멈춰 있다 외 1편 / 강성은

[창작시]     당신은 계속 멈춰 있다     강성은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다음 시즌을 보면    모두 살아 있어    누가 태엽을 감아 주었을까    한 덩이 세탁비누가 사라졌다 다시 뭉쳐질 때까지    교복에 묻은 피를 지우고 있는 소녀에게도    밤의 도로 위에서 벌떡 일어나    오토바이를 찾는 배달원에게도    벽장 속에 숨어 있는 부끄럼이 많은 유령들에게도    오래도록 태엽을 감아 주고 싶은데    어느 날 아침 현관문을 열면 내가 아홉 살 때 잃어버린 장난감이    문 앞에 도착해 있어    (어디 갔다 왔니)    마치 어제 집을 나갔다 돌아온 것처럼    반겨 줄 아이를 본다[…]

당신은 계속 멈춰 있다 외 1편
강성은 / 2022-02-01
2월호 / 윤예지

[커버스토리] ※ 기획의 말 2022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윤보인, 「부동산은 끝났다는 그 말」을 읽고(《문장 웹진》 2022년 1월호)         위로받고 싶은 시대의 단상                       작가소개 / 윤예지 출판,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이미지로 기록해[…]

2월호
윤예지 / 2022-02-01
결합과 분리, 대칭과 비대칭이 만드는 우주의 원리 / 이상욱

[단편소설]     결합과 분리, 대칭과 비대칭이 만드는 우주의 원리     이상욱           1990년 수원 터미널을 기억한다.     그 시절 수원 터미널 주변은 재래시장이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조잡한 도로 위엔 과자와 번데기 따위를 파는 좌판이 늘어서 있었고, 맞은편 건물에는 전자오락실과 국밥집, 오래된 동시 상영관이 자리했다. 다리에 고무를 댄 남자가 구슬픈 음악을 틀어 놓고 늙은 개처럼 기었으며, 남자들은 길 한복판에서도 태연하게 담배를 피웠다. 터미널에서 나와 시장을 지나치면 집창촌이었다. 길 따라 늘어진 유리문이 커튼에 가려져 있었다. 그게 집창촌인 줄 몰랐던 나는 여동생 손을 잡고 그 길을 태연하게 걸었다. 시내버스[…]

결합과 분리, 대칭과 비대칭이 만드는 우주의 원리
이상욱 / 2022-02-01
[책방곡곡] 원주 틔움 북카페(제1회) / 틔움 책방

[책방곡곡]       원주 틔움 북카페(제1회)     사회/원고 정리 : 마리아참여자 : 파피루스, 베로, 봉천댁, 나리, 리오문지혁, 『초급 한국어』(2020)         마리아 :  안녕하세요. 저는 틔움 북 카페지기의 한 사람으로 오늘 사회를 맡은 마리아   입니다. 이번에 성공회 이쁜이 신부님께서 힘써 주셔서 《문장웹진》 2022 독자 모임 〈책방곡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안 계시지만 신부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문장웹진》 관계자 여러분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독서 토론은 공식적으로는 3개월 동안 하게 되는데 자세한 내용은 유인물을 참조해 주세요. 독서 활동을 통해 북카페도 활성화시키고 독자들에게 좋은 도서들도 많이 읽을 수 있는[…]

[책방곡곡] 원주 틔움 북카페(제1회)
틔움 책방 / 2022-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