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타임 외 1편 / 김해자

[신작시]     드림 타임     김해자           당신은 운전 중이시군요 하루 열다섯 시간, 대체 무엇이 당신을 계속 깨어 있게 하나요 당신 뇌 속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빛은 무력했다 암막텐트 안에서도, 자고 싶어요, 저를 밧줄에 꽁꽁 묶어 동굴 속으로 내려 줘요, 느티나무가 있던 돌각담에 올라 노란 꽃을 꺾어 주던 아홉 살이 되어 그 오월 푸르던 날 오동나무 잎새를 타고 흐르던 초생달 배를 타고 잠 속으로 흘러가고 싶어요 갯바위에 붙어 은 바다를 들이켜고 바다를 내쉬며 순하게 붙어 자는 거북손이나 군복이처럼 가시가 품은 노란 성게알 수북[…]

드림 타임 외 1편
김해자 / 2021-03-01
바늘 끝에는 몇 개의 불행이 / 안보윤

[단편소설]     바늘 끝에는 몇 개의 불행이     안보윤       1         남자는 딱 한 번뿐이라고 말했다.     네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들어갔다 그 침대 위에서 딱 한 번 울고 나왔을 뿐이라고.     남자의 말은 하진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진은 자신의 집에 누구도 들여놓은 적이 없었다. 가족들조차 하진의 집 비밀번호를 몰랐다. 아니, 하진의 집 주소를 아는 사람 자체가 드물었다. 남자 역시 조교 신분을 남용해 하진의 개인정보를 뒤져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었다. 남자는 하진의 대학 선배이자 학과 조교였으나 하진에겐 그저 타인이었다. 하진은 행정 조교라는[…]

바늘 끝에는 몇 개의 불행이
안보윤 / 2021-03-01
문학상 : 비평 기구 / 김정빈

[특별기획_문학상 리뷰] 특별기획 〈문학상 리뷰〉는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많은 문학상 중 주요 문학상의 최근 10년간(2011-2020)의 공개된 자료(수상작, 심사위원 등)를 취합 정리하였으며, 이 자료를 토대로 4명의 평론가가 각각 시와 소설을 다루는 주요 문학상들의 경향에 대한 리뷰를 2021년 2월호와 3월호에 순차적으로 발표합니다.   – 홍성희, 「이름과 이름과 이름 들」 – 김요섭, 「문학상에 대해 말해야 할 것과 문학상이 말해주는 것」 – 노태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문학상 이야기」 – 김정빈, 「문학상 – 비평 기구」         문학상 : 비평 기구     김정빈           문학신문 《뉴스페이퍼》는 지난 2020년 11월[…]

문학상 : 비평 기구
김정빈 / 2021-03-01
3월호 / 허연화

[커버스토리] ※ 기획의 말 2021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정한아, 「참새 잡기」(《문장 웹진》, 2월호)를 읽고           참새와 소쿠리, 종이에 아크릴, 색연필, 2021     어렸을 땐 방학 때마다 시골집에 며칠씩 있다 오곤 했다. 작은 구멍가게가 있기는 했는데, 먹고 싶은 과자라도 사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곳이라 할 것이 많이 없었다.[…]

3월호
허연화 / 2021-03-01
구독과 좋아요 / 원종국

[단편소설]     구독과 좋아요     원종국           지훈의 카톡 메시지를 받은 건 이마트 캠핑 용품 코너에서였다. 어떤 게 연기가 덜 나면서도 화력이 좋을까, 궁리하며 참숯과 비장탄 들을 살피던 참이었다. ‘나 미국 가.’ 카톡 메시지는 심플했다. 그것만으로는 여행을 간다는 것인지 출장을 간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았다. 그보다는 이런 시국에도 미국에 가는 일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미국은 연일 오만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 고위 인사들의 양성 판정으로 시끄러웠다. 갈 때 올 때 이주씩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면 한 달씩이나 어딘가에 틀어박혀 있어야겠네,[…]

구독과 좋아요
원종국 / 2021-03-01
웹진편(3) – 거울, 시홀 / 조시현, 조온윤

[느린 기린 큐레이션]     〈느린 기린 큐레이션〉 2021년 3월(웹진 편 3)     조시현, 조온윤               안녕하세요, 느리미와 기리니입니다. 한 달 동안 잘 지내셨나요? 지난 2월에는 떡국을 지어먹으며 나이도 한 살 더 먹게 됐던 설날도 있었고, 연인들이 단 과자를 주고받는 밸런타인데이도 있었죠. 긴 겨울방학을 보내던 학생들은 다시금 새 학기를 시작할 준비를 했을 테고요. 입춘이 지나면서는 차츰 기온이 올라가 제법 봄 느낌이 나기 시작했으니, 여러모로 설레는 마음으로 한 달을 보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새롭다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계절인 만큼 여러분의 매일매일도 새롭고 아름답기를 늘 바랄게요! 저희 느린[…]

웹진편(3) - 거울, 시홀
조시현, 조온윤 / 2021-03-01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문학상 이야기 / 노태훈

[특별기획_문학상 리뷰] 특별기획 〈문학상 리뷰〉는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수많은 문학상 중 주요 문학상의 최근 10년간(2011-2020)의 공개된 자료(수상작, 심사위원 등)를 취합 정리하였으며, 이 자료를 토대로 4명의 평론가가 각각 시와 소설을 다루는 주요 문학상들의 경향에 대한 리뷰를 2021년 2월호와 3월호에 순차적으로 발표합니다.   – 홍성희, 「이름과 이름과 이름 들」 – 김요섭, 「문학상에 대해 말해야 할 것과 문학상이 말해주는 것」 – 노태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문학상 이야기」 – 김정빈, 「문학상 – 비평 기구」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문학상 이야기     노태훈           지난해 큰 파장을 몰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문학상 이야기
노태훈 / 2021-03-01
너는 나의 지어지지 않는 집 2 외 1편 / 임경섭

[신작시]     너는 나의 지어지지 않는 집 2     임경섭           은영은 늙은 반려견을 가슴에 안고     정비가 되지 않아 온통 진흙밭으로 변해버린     인도 위를 걷고 있다       은영은 노견을 품에 안고     고층 빌딩으로 뒤덮인 3호선 원흥역     2번 출구 방향으로 걷고 있다       은영은 눈이 탁해진 자신의 개를 끌어안고     원흥역 2번 출구 쪽으로 놓인     횡단보도 위를 걷고 있다       은영은 다리에 힘이 풀린 열다섯 흰둥이를 부둥켜안고     창릉 더하이브 모델하우스 앞     보도블록 위를 걷고 있다  […]

너는 나의 지어지지 않는 집 2 외 1편
임경섭 / 2021-03-01
홍대 래퍼의 시 외 1편 / 조찬연

[창작시]     홍대 래퍼의 시     조찬연           불이 빛났다가 꺼진다     이런 명제에는 라임을 맞추기가 어렵다       집에 오는 길에 이런 가게를 많이 봤다       핑크색 곱창집이라던가     모던한 빈티지 옷가게       그보다 말이 안 되는 작은 방이 있고       명사형 어미로 문장을 적다 보면     치명적인 문법 오류를 범하게 된다       “너를 사랑하는 것 같음     그래서 사랑하는 것과 틈”      “내 것인 줄로 착각했던 것 같음     그래서 내가 줄곧 착했던 건가 음”       꼭 맞춰야[…]

홍대 래퍼의 시 외 1편
조찬연 / 2021-02-01
종이 외 1편 / 이기성

[창작시]     종이     이기성           밤이 오는 동안     무엇을 만들었습니까?       어둠의 형상으로 녹아내리는 촛농처럼     밤의 검은 입술을 빌려서       당신은 창백한 의지를 만들고     가벼운 신념을 만들었어요       헐렁한 고무신처럼 그걸 신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습니다       철벅철벅 웅덩이의 물을 튕기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노래는……     기억나지 않는군요       웅덩이의 물이 말라붙고       다시 밤이 오는 동안     당신은 무엇을 만듭니까?       오래된 질문이     촛농처럼 뚝뚝 녹아내리고 다시       밤이[…]

종이 외 1편
이기성 / 2021-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