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외 1편 / 송찬호

[창작시]     동쪽     송찬호           우산이 날아간 곳     최초의 점모시나비협동조합 설립 흔적이 남아 있는 곳     하얗게 피부병을 앓는 자작나무들이 치유를 위해 군락을 이뤄 사는 곳     길가에 슴슴한 보리빵집이 있고 그 너머     종달새 고공 활강장이 있는 곳     옛날에서 더 먼 옛날로 가는 기차역이 있는 곳     의자의 발톱을 깎아 죄다 모아 버리는 곳     아코디언 주자가 안경을 잃어버린 곳     무지개가 연애하다 자러 가는 곳     노을이 그토록 가보고 싶어 하던 곳                […]

동쪽 외 1편
송찬호 / 2021-04-01
군산 한길문고 (제1회) / 한길문고

[책방곡곡]       군산 한길문고(제1회) 선데이북     사회자 : 김우섭 참여 : 박세영, 이수진, 이지혜, 이진우, 최다은           사회자 : 모임 전에 각자 책을 추천하고 투표에 부쳐 수진 님이 추천하신 『나와 아로와나』라는 소설이 선정되었는데요. 먼저 이 책을 추천해 주신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이수진 : 제일 밝은 느낌을 주는 제목의 책으로 골랐습니다.     사회자 : 그러면 각자 책에 대한 한 줄 평을 나눠 볼까요?   박세영 : 무난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전에 읽었던 김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요즘 이렇게 쓰는[…]

군산 한길문고 (제1회)
한길문고 / 2021-04-01
삶은 달걀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 최수철

[단편소설]     삶은 달걀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최수철           1. 삶은, 삶은 달걀이다     유럽의 한 지역을 여행할 때의 일이다. 가을이 깊어 가던 어느 날, 호젓한 강변에 자리 잡은 작은 호텔에 묵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내가 창가의 탁자에 앉자, 여종업원이 다가와서 물었다.     “달걀을 어떻게 해드릴까요?”     오래전 처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때는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이제는 프라이드 에그와 스크램블드 에그, 오믈렛 중에서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욱이 프라이드 에그에는 서니사이드 업과 오버[…]

삶은 달걀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최수철 / 2021-04-01
화요일 외 1편 / 장수양

[창작시]     화요일     장수양           등에 들판을 문신했다     밤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쉬다 갔다       케이크처럼 얌전하게 침대에 엎드렸다 문신사가 내 위로 흰 파라솔을 드리웠다     사람들은 그늘에서 남몰래 잠들고     문신사는 고요한 목소리로 녹색 등을 읽어 주었다 어떤 이는 미소 지었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다 깨어났다     문신사가 자리를 비우면 잠꼬대가 들려왔다 재미있어서 나는 대답도 했다     어느 날엔가     도저히 웃을 수 없는 말이 있었다       “혼자 여기 온다     그는 꿈에 나온다 하루는 살아 기쁘다고 울고 하루는[…]

화요일 외 1편
장수양 / 2021-04-01
그라나다의 유기견 / 한지수

[단편소설]     그라나다 유기견     한지수           아마도 그 고해성사는 이렇게 시작되었을 것이다. ‘신부님, 저는 한때 거미였습니다. 거미의 눈은 시력이 형편없지만, 다리에 3천 개가 넘는 센서를 가지고 있답니다. 그것으로 진동을 느끼고 주변을 감지하면서 페로몬을 분출해 나방을 유인한답니다…….’ 너는 그 페로몬에 걸려든 운 나쁜 나방이였다.     지금 너는 웃고 있다. 너를 향해 걸어가는 신부는 크림색의 매머드 라인 드레스를 입고 있다. 눈부신 햇살이 드레스에 반사된다. 나는 네 웃음을 보기 위해 하객들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너는 한 여자의 남편이 되는 중이다.     드디어 신부와 너는 하객들을 향해 나란히[…]

그라나다의 유기견
한지수 / 2021-04-01
〈느린 기린 큐레이션〉 2021년 4월(메일링 서비스 편) / 조시현, 조온윤

[느린 기린 큐레이션]     〈느린 기린 큐레이션〉 2021년 4월(메일링 서비스 편)     조시현, 조온윤               안녕하세요, 4월의 느리미와 기리니가 인사드립니다! 이제 완연한 봄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한층 포근해진 덕에 옷도 마음도 가벼워진 것 같습니다. 날씨가 풀리면서 외출을 계획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듯해요. 아직 마음 편히 나들이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조만간 다시 마스크 없이 산책할 날이 올 것을 떠올리면 이 시기를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여러분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여러분의 가방 속에는 어떤 책이 들어 있나요? 짤막한 시간, 본격적으로 책 한 권을 읽기는 어렵고, 또[…]

〈느린 기린 큐레이션〉 2021년 4월(메일링 서비스 편)
조시현, 조온윤 / 2021-04-01
4월호 / 최산호

[커버스토리] ※ 기획의 말 2021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구현우, 「얼그레이 그리고 둘 이상의 이야기」(《문장 웹진》, 2021. 3월호)를 읽고               쳐다볼 수 있는 태양은 가짜 같다며 넌 등을 돌렸지만, 유일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이 시간이 난 소중해. 우리의 시간은 매일 한낮 같은데 말이야.          […]

4월호
최산호 / 2021-04-01
추모도서출간파티 외 1편 / 김승일

[창작시]     추모 도서 출간 파티     김승일           조금 유명했던 사람이 마흔둘에 죽어서 그를 알던 사람들이 안타까워하였다 그를 모르던 사람들도 그가 마흔둘에 죽었다는 소식을 어디선가 듣고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 하였다 그 사람과 친분이 있던 사람들이 주도하여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한 글을 여러 사람에게 받아 추모 도서를 냈다 그 책의 출간 파티가 있었다 그가 죽었을 시기에 한국은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상점이 저녁 10시까지만 열었고 5인 이상 집합 제한이었고 집필에 참여한 사람들이 5명이 넘어서 5인 이상 모이긴 했지만 테이블을 구분하여 떨어져 앉았고 평균 맥주 2잔씩을[…]

추모도서출간파티 외 1편
김승일 / 2021-04-01
유리 그리기 외 1편 / 남지은

[창작시]     유리 그리기     남지은           긁힌 흔적     코피 끈적거리기     다음 지시까지 차려 차렷     질문 금지     말대꾸 금지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꼼짝 말기     없는 엑스 되기     겨우 뜬 눈이 허공에 붙들릴 때     터진 주머니에서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귀신의 집             어서 오렴     어린 사람       이 방이 처음인 사람     하고 싶은 말이 태어난 사람     아니라도 짭조름한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

유리 그리기 외 1편
남지은 / 2021-04-01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 진연주

[단편소설]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진연주           난 걷는 데 재능이 없는 것 같아. 난 걷는 데 재능이 없다. 없는 재능으로 무언가를 할 때는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다. 창백해진다는 말이다. 걸을 때마다 그랬다. 창백해졌지. 난 창백한 채로 흰 벽돌담으로 갔다. 나의 개들을 따라. 나의 개들은 흰 벽돌담으로 갔다. 나와 달리 나의 개들은 걷는 데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매우 경쾌하고 활기차고 단호한 발걸음으로 잘린 꼬리를 흔들며, 나의 개들은 숨구멍이 막히기도 전에 꼬리를 잘렸는데 위생상 그래야만 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나는 나의 개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진연주 / 202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