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월간 〈읽는 극장〉 5회 – 작정하고 ‘추락’ / 문장웹진

[리뷰]     월간 〈읽는 극장〉 5회, 〈작정하고 ‘추락’〉 리뷰         아르코예술극장 개관 40주년 기념 월간 읽는 극장 5회, “작정하고, ‘추락’” 연극〈추락ll〉에 대해 나누는 연출가와 번역가의 문학 낭독회           예술은 우리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고, 쾌락을 즐기거나 맘껏 눈물 흘릴 수 있게도 해 줍니다. 또 어떤 예술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무례함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있는가 하면, 무시하고 모른 척하고 있던 그 지점을 끄집어내어 대화의 장에 올려놓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관객으로서 불편한 작품을 봐야 할까요. 불편한 그 낯선 감각을 마주한 후 다시 그전처럼 모른 척할[…]

[리뷰] 월간 〈읽는 극장〉 5회 – 작정하고 ‘추락’
문장웹진 / 2021-09-06
나의 탄소 일기 외 1편 / 김해선

[신작시]     나의 탄소 일기     김해선       위층 베란다에서 공사하는 소리가 난다 유리를 깎는 소리 벽에 구멍을 뚫는 드릴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뿌리가 깨진 어금니를 뽑아내던 기계소리와 비슷하다 어금니 조각들을 핀셋으로 제거하자 구덩이가 생겼다 구덩이는 내부를 보여주지 않고 다물지도 않는다 텅 빈 구덩이에 혀끝이 닿을 때마다 깊은 협곡을 지나 국경을 넘을 때 마주쳤던 구덩이가 떠오른다 절벽 아래 팬 구덩이에서 아이 울음소리 염소와 닭 우는 소리가 났다 참새들이 사라진 지붕 위를 날아가고 누군가 싸우는 소리가 드릴 소리에 빨려 들어간다 비누 거품을 묻히고 면도하는 소리도 가까이[…]

나의 탄소 일기 외 1편
김해선 / 2021-09-01
겨울 거리를 다니는 기술 외 1편 / 정고요

[신작시]     겨울 거리를 다니는 기술     정고요           의사의 왕진 가방에는 환절기의 병이 담겨 있다. 가방을 열면 잔기침이 터져 나오고 바닥에는 열이 끓는 이마가 잠들어 있는데 거리에는 차가운 것이 내리고 있다. 겨울이면 깨어나고 봄이면 잠드는 것. 간혹 이른 봄의 이상한 기후는 불면증 때문이다. 확실히 날씨도 불면을 한다. 날씨의 불면을 걱정하는 사람은 불면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간다.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믿으면서 밤이면 깨어나고 아침에 잠든다. 숱하게 원하였으므로 원하지 않는다.       겨울을 혹은 겨울 아닌 것을 믿지 않으면서 의사의 왕진 가방은 무거워진다. 겨울의 서식지에서 차가운[…]

겨울 거리를 다니는 기술 외 1편
정고요 / 2021-09-01
눈동자를 그리려는 순간 외 1편 / 김지녀

[신작시]     눈동자를 그리려는 순간     김지녀           어떤 목소리가 나올까     말하기 직전의 입술은 플라스틱처럼 굳어 있는데     뿌리를 내리려는 씨앗처럼 살짝 벌어져 있는데     눈동자가 그려지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나를 향해 돌진할 것 같아     나는 나를 들킬 것 같아     눈동자를 그리지 못한 얼굴 앞에서     검은색     갈색     초록과 파란색을 붓에 묻히기만 했다     눈동자 없는 눈을 찬바람이 불어 나오는 동굴처럼 놔두고     거의, 라고 적었다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

눈동자를 그리려는 순간 외 1편
김지녀 / 2021-09-01
펜팔 / 오한기

[단편소설]     펜팔     오한기       인간만세       예상 밖이었다. 『인간만세』를 출간한 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하필이면 제목을 『인간만세』라고 지었냐는 것이다. 막 아저씨로 접어든 소설가의 삶과 문학에 대한 현타와 분노를 담은 소설이라서 인간(휴머니즘)이나 만세(긍정성)와는 관련도 없는데 말이다. 여러 매체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상징과 의미라는 레이어 뒤에 숨은 채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왠지 부끄러워서였다. 진실을 고하자면, 인간만세는 주문이다. 실제로 내가 사용하는. 삶이 버거우면 중얼거리는 주문.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인간…… 만세…… 그럼 나는 좀비처럼 되살아난다.     인터뷰 순회가 일단락되자, 나는 제목에 대해서는[…]

펜팔
오한기 / 2021-09-01
메리의 집 / 박지음

[단편소설]     메리의 집     박지음           내 안에는 불 켜진 방이 있다. 그 방은 선과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평생 꿈꾸며 찾던 공간. 메리의 집을 찾아가려고 모인 오늘, 나는 그녀들에게 묻고 싶었다.       – 쓸데없이. 또 나가서 싸돌아다닐 생각이냐?     양말을 신는 내게 엄마가 소리 질렀다. 나는 거실에 있는 엄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엄마가 입은 붉은 조끼가 어딘가 익숙했다.     – 엄마 어디 가?     엄마는 대답하지 않고 내 방문을 닫았다. 문밖에서 중얼거리는 엄마의 말이 들렸다.     – 가라는 시집은 안 가고 나이만[…]

메리의 집
박지음 / 2021-09-01
누구라도 낳아야 한다 외 1편 / 임수현

[신작시]     누구라도 낳아야 한다     임수현           한 아이가 지나갔지. 내가 낳은 사람 같았어. 호수를 사이에 두고 내 허락도 없이 살아 있었지. 손을 잡고 싶었어. 아이가 아름답고 호수가 아름다워. 나는 내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아서 언제나 의지가 부족하다.       호수를 향해 빵을 던진다, 빵을 따라 날아가는 새들, 내 손을 보고 있는 새들. 내가 낳지 않은 새들, 새들이 내게 명령했으면 좋겠다. 아이를 낳으라고 너는 낳을 수 있잖아, 하지만 새들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낳는 것보다는 새가 알을 낳는 게 언제나[…]

누구라도 낳아야 한다 외 1편
임수현 / 2021-09-01
단 하나의 아이 / 정이현

[단편소설]     단 하나의 아이     정이현           누구나 어린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한나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한나는 어린이라는 대상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 당신도 한때는 아이였다거나 모든 어른의 내면에는 자라지 못한 아이가 웅크리고 있다거나 하는 문장을 들으면 바나나 껍질을 삼키다 만 것 같은 기분이 될 뿐이었다.     노 키즈 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지나치게 소란스러워서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든 얼마나 어리든 얼마나 늙었든 자신이 앉아 있는 곳에는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노 피플 존. 한나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단 하나의 아이
정이현 / 2021-09-01
소녀와 산 / 박은선

[창작 – 그래픽노블] 기존 〈글틴스페셜〉이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소녀와 산     박은선                               작가소개 / 박은선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애니메이션전공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영화전공 2010년부터 웹툰작가로 2018년부터 다큐감독으로 활동중      《문장웹진 2021년 9월호》  

소녀와 산
박은선 / 2021-09-01
청포도 외 1편 / 손진은

[신작시]     청포도     손진은           부연 지붕 아래     게슴츠레한 눈으로 하품을 하며     물방울로 맺히는 햇빛에 게으르게 머릴 굴려 본다       이봐, 오늘 밤 어때?     칙, 담배 꺼내 물고 달 처녀 불러내던     갈기 구름 아래 어슬렁대며 햇살 낚아채던     한 번씩 장대비에 두개골 깨지고 싶은 건달의 시절은     진즉 담을 넘어 떠나버렸다       우아하게 분사되는 스프링클러 앞에     사육우처럼 하루 더     속절없이 또 하루 몸피 늘려 가는       머리칼 바람에 날리지도 못하는     저치들은, 별수 없이    […]

청포도 외 1편
손진은 / 2021-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