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지하철 할 때 / 이미상

[단편소설]     여자가 지하철 할 때     이미상       1         수진은 매일 얼굴에 세로선을 긋는다. 정수리에서 시작해 눈썹을 지나 콧방울을 거쳐 입술을 쓸며 죽 내리긋는다. 그럼 일순 정적이 흐르는데 약간 상투적인 정적이다.     어차피 곧 난리가 날 거면서.     아니나 다를까 수진의 머리가 곧 반으로 쪼개진다.     처음은 아프다. 쪼개지는 순간은. 사과 머리를 칼로 탁, 칠 때 사과가 느낄 법한 통증이다. 다음은 리본이 풀리는 것과 같다. 머리가 밖으로 동그랗게 말리고 갈라진 얼굴이 흘러내린다. 난초 잎처럼 힘없이 벌어져 덜렁대는 얼굴 두 쪽. 얼굴I, II의[…]

여자가 지하철 할 때
이미상 / 2020-09-01
로컬 외 1편 / 오석화

[신작시]     로컬     오석화           버섯을 길러서 버섯을 따고 소쿠리의 버섯을 이웃과 나누어 각자의 둥치에 심겨 자라난 버섯이 버섯을 낳고 태어난 버섯은 줄기와 갓으로 자라 축제에 이릅니다 축제는     작아야 합니다 마주치면 인사할 수 있도록 저 사람     알아요? 알면 됩니다 구어와 수어를 적당히 섞어     한 가닥 뽑아내면 그것은 절창이 됩니다 흘러     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 없고 박수소리     질세라 등을 두들겨 주는군요 인디안     밥인가요? 어제 먹은 것까지     다 잊어버릴 만큼 이곳의 버섯은 좋고, 버섯은 훌륭하고, 버섯은 삼시     세끼를[…]

로컬 외 1편
오석화 / 2020-09-01
상상의 동굴 / 오세혁

[창작 – 희곡] 기존 〈글틴스페셜〉이 9월호부터 〈Part.g〉로 변경되었습니다. 〈Part.g〉는 청소년 대상의 성장소설은 물론 창작희곡과 그래픽노블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과 '리뷰'를 게재할 예정입니다.       상상의 동굴     作 오세혁       시간   원시시대 공간   어느 동굴 속 인물   바람 /구름   (바람과 구름은 아직 어른이 안 된 앳된 원시인이다. 성별은 자유롭다.)   동굴 속, 바람과 구름이 뾰족한 돌로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늑대의 그림.   구름   영광이야. 내일 아침 사냥을 앞두고 그림을 그리다니. 우린 선택 받았어. 바람   ……. 구름   뭐 해? 머리는 내가, 꼬리는 네가, 앞다리는 내가, 뒷다리는 네가 그리기로 했잖아. 바람   ……. 구름   무슨 생각해?[…]

상상의 동굴
오세혁 / 2020-09-01
대구 차방책방(3회) / 차방책방

[책방곡곡]       대구 차방책방(3회) 지금, 여기, 한국 문학 『사랑을 위한 되풀이』 황인찬     사회/원고정리 : 이재은 참여자 : 이재진, 홍지훈, 신해리, 김수운               사랑 같은 것은 그냥 아무에게나 줘버리면 된다.’는 시인의 말처럼 어떤 상황과 순간에도 누구에게든 줘버릴 사랑은 생겨나고 사랑이 되풀이되는 우리의 삶은 황인찬의 문장만큼 사랑스럽고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문을 열고 나가면 아는 것들만이 펼쳐져 있는데, 문을 열고 나가면 모르는 일들뿐이라’는 시인의 문장처럼 삶은 매일 익숙한 것들로 반복되는데, 코로나19와 폭우로 익숙하지 않은 매일의 시간들을 마주하면서 사랑이라는 마음은 때때로 용기가, 때때로 위로가 된다.[…]

대구 차방책방(3회)
차방책방 / 2020-09-01
벽이 없는 대답 외 1편 / 김연필

[신작시]     벽이 없는 대답     김연필           서로와 홀로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홀로는 서로의 알레고리이다       –       #     홀로와 서로가 대화한다. 나 여기 앉아도 돼? 여기 앉아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어도 돼? 무대에는 사람이 둘 서 있고, 기둥이 둘 서 있고, 무대 뒤로 원형 계단이 있고, 솟아오르거나 가라앉는 계단이야. 무대 위에 네가 서 있어도 돼? 말 한 번 걸어 봐도 돼? 무대에는 사람 둘이 회전하며 춤을 추고 있고       테이블보를 치워. 거꾸로 된 상자를 뒤집어. 파란색 상자. 조명을[…]

벽이 없는 대답 외 1편
김연필 / 2020-09-01
문장입니다영(제11화) / 임국영, 정다연

[문장입니다영]           문장입니다영(제11화) 문장입니다영 마지막 회!         EP 11 : 문장입니다영 마지막 회!   EP 11     한국 문학의 대중화와 문인&문학의 예능화를 관철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오기를 벌써 1년……!   유튜브 채널 <문장입니다영>이 이번 화로 마지막을 맞았습니다!! ㅠㅠ   마지막 화인만큼   지난 1년 간 ‘문장 웹진’의 청년 간사를 맡았던   정다연 시인과 임국영 소설가,   그리고 카메라 뒤에서 이들을 묵묵히 바라보았던 최봉기 PD가 만나   이제까지 그들이 함께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까지 함께 호흡해주신 모든[…]

문장입니다영(제11화)
임국영, 정다연 / 2020-09-01
높고 느린 용서 / 조해진

[단편소설]     높고 느린 용서     조해진       🔊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오디오북을 만나볼 수 있어요             어제 저녁 경진은 효진이 일하는 보습학원 근처 커피숍에서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질문이 있다, 답을 찾게 하기보다 그 질문 안에 머물게 하는. 새벽에 일어나 수업 준비를 하는 지금도 효진은 경진의 그 질문이 공명을 일으키는 벽 같기만 했다. 효진이 노트북 옆에 놓인 휴대전화를 유심히 내려다보다가 충동적으로 아빠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본 건 그저 막막해서였다. 지금, 번호, 확인, 서비스, 체크, 그런 단어가 들어간 기계적인 목소리와[…]

높고 느린 용서
조해진 / 2020-09-01
9월호 / 비고

[커버스토리] ※ 기획의 말 2020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고명재, 「Love is always part of me」(《문장 웹진》, 8월호)를 읽고       매번 한 사람은 콩쥐의 이름을 다른 한 사람은 팥쥐를 맡아서, 등으로 몇십 킬로그램을 짊을 것   버티기   등을 진 입들이 더운 공기를 만들 때 두 개의 땀방울이 한 손등 위로 떨어질[…]

9월호
비고 / 2020-09-01
사라지는 소녀, 죽(이)는 소년, 몸을 되찾는 여자들 / 김보경

[문학더하기(+)] 2010 다시-읽기 Re-View – 《문장웹진》에서 실시한 2010년대 문학 설문 결과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우리가 ‘다시’ 읽어봐야 할 작품에 대한 리뷰     사라지는 소녀, 죽(이)는 소년, 몸을 되찾는 여자들 : 임승유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문학과지성사, 2015)     김보경           임승유의 시집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에는 여성의 섹슈얼리티, 성폭력, 모성성 등의 주제가 풍부하게 담겨 있는데, 그런 만큼 이 시집이 출간 당시 충분히 의미화 되지 못한 점은 다소 의아하다. 이에 안지영은 출간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시집을 재독하며 이 시집이 “피해자의 목소리가 어떻게[…]

사라지는 소녀, 죽(이)는 소년, 몸을 되찾는 여자들
김보경 / 202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