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입니다영(제7화) / 임국영 등

[문장입니다영]           문장입니다영(제7화) 제1회 문장입니다영 백일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P 7 : 제1회 문장입니다영 백일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P 07         백일장…….     기억… 하시나요……? (아련한 톤으로)     볕 좋은 날 풀밭에 앉아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장난치다가도     글감이 떠오르면 샤프로 종이 위에 사각사각 글을 적어 내려갔던 그 시절……       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경험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그때 '우리'에게 백일장은 치열한 전투였습니다.       함께 문학 공부를 하던 친구들도 그곳에선 동료가 아닌 적    […]

문장입니다영(제7화)
임국영 등 / 2020-05-04
재의 중력 외 1편 / 김태희

[신작시]     재의 중력     김태희           두들기는 소리,     밤은 무거워졌다.     가장 간절한 구토가     살아남은 인형의 보조개 위에       손가락을 구부린다.     한꺼번에 한 번, 다시 하나씩 한 번,     어제는 꿈을 믿었고,     오늘은 꿈을 꾸지 않았다.     빠져나온 솜을 손가락으로     밀어 넣으며 귓속말을 한다.       천장이 뱉은 꿈이 얼굴에 쏟아지고     내일의 인사가 바닥에 아무렇게,     생각이 단백질을 흉내 내며     초조하게 자라났다.       손톱과 머리카락에는 신경이 없어     가장 긴 바람 앞에서 오래도록 가벼웠다.    […]

재의 중력 외 1편
김태희 / 2020-05-01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핥을 때 외 1편 / 김기택

[신작시]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핥을 때     김기택           입에서 팔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연약한 떨림을 덮는 손이 나온다.     맘껏 뛰노는 벌판을     체온으로 품는 가슴이 나온다.       혀가 목구멍을 찾아내     살아 있다고 우는 울음을 핥는다.     혀가 눈을 찾아내     첫 세상을 보는 호기심을 핥는다.     혀가 다리를 찾아내     땅을 딛고 설 힘을 핥는다.     혀가 심장을 찾아내     뛰고 뒹구는 박동을 핥는다.       혀가 나오느라 꼬리가 길다.     혀가 나오느라 귀가 빳빳하다.     혀가[…]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핥을 때 외 1편
김기택 / 2020-05-01
사물과 사물 외 1편 / 한재범

[신작시]     사물과 사물     한재범           한옥마을을 지나 한국에서 가장 한국적이라는 도시를 지나 점차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간다 텅 빈 고속도로를 타고 엇박자의 배기음을 들으며 내 옆의 그가 연신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고 불편한 조수석 과한 히터 도로 양옆으로 숲이 펼쳐졌고 숲 속에는 무언가 있다 퍽퍽 눈이 쌓이고       그 겨울은 기록될 만한 추위였다     죽고 싶을 만큼       살 수 있을 만큼만 살기로 다짐했다 대도시로 간 건 실수였지 그곳엔 이미 사람들 사이에 숨으려는 이들이 많았다       항상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자[…]

사물과 사물 외 1편
한재범 / 2020-05-01
은하로 가는 철도 / 배상민

[단편소설]     은하로 가는 철도     배상민           친구가 죽던 날 아내가 가출했다. 죽음과 삶, 가는 방향은 달랐지만, 둘 다 가고자 했던 곳은 같았다. 바로 천국. 같은 날 일어난 일이지만, 친구의 죽음을 먼저 알았다. 아내가 가출했다는 사실은 친구의 장례식을 갔다 온 다음날에나 분명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래서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친구와 나는 입사 동기였다. 동갑이었고, 이웃 부서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더 깊이 친해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나는 〈은하철도999〉라는 옛날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은하로 가는 철도
배상민 / 2020-05-01
빨래가 펄럭이고 우리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외 1편 / 한여진

[신작시]     빨래가 펄럭이고 우리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한여진           아이가 밤새 울었다며     여자들은 하나같이 눈을 비볐다       한낮의 빛이     초록의 옥상으로     모여든다       자, 이거 봐       사과를 깎는 순간의 장면     여자를 키워내는 여자의 손       아니야 아니야       도리질 치며     더욱 크게 우는 아이       빨간 껍질 벗겨낸     하얀 속살 작은 입에 넣어 주면       뚝, 잠 못 들던 밤은 잠잠해지고     하품하는 여자의 입에서는 단내가 풍긴다      […]

빨래가 펄럭이고 우리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외 1편
한여진 / 2020-05-01
우천 시 다이빙 / 박서영

[단편소설]     우천 시 다이빙     박서영           여럿으로 갈라지는 길목 위에 서서 나는 오랫동안 한 곳을 응시했다. 동그란 구멍이 뚫린 철판 기계 위로 밀가루 반죽이 질퍽하게 뭉쳐 있었다. 말하자면 복병을 만난 셈이었는데, 타코야끼 트럭은 카드를 취급하지 않았고 나는 카드밖에 없었다. 사람이 살면서 몸소 깨닫는 거라곤 휴지를 늘 갖고 다녀야 한다든지 현금을 미리 빼두어야 한다는 식의 준비성뿐이라는 걸 다년간의 실전을 통해 배웠으면서도, 나는 매번 주머니에 삼천 원이 없어서 이런 식으로 걸음을 멈추는 것이다. 타코야끼를 뒤집던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저편을 가리켰다. 주차된 몇 개의 자동차 뒤로 은행[…]

우천 시 다이빙
박서영 / 2020-05-01
소등 / 박규민

[단편소설]     소등     박규민           언젠가 해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자신이 지을 줄 아는 표정이 열 개라면, 그중 가족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서너 개뿐일 거라고. 어쩌면 인간관계란 다 마찬가지인지 몰랐다. 친구끼리는 부담스러우면 안 되고, 연애 상대에게는 추잡한 면을 감춰야 하며, 가족이랑 잘 지내려면 섭섭한 마음을 적당히 삼켜버려야 한다. 알고 지내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피곤한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열쇠 꾸러미를 쥔 것처럼 상대에게 맞는 표정을 매번 찾아야 하니까. 그래서 해수는 늦은 오후에 귀가했을 때 그 침묵이 싫지 않았다. 소란스러운 학교와 다르게 집은 언제나 고요했다.[…]

소등
박규민 / 2020-05-01
5월호 / 고재욱

[커버스토리] ※ 기획의 말 2020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사랑해요, 옛날 사람」(한정현, 《문장 웹진》, 4월호)을 읽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고리는 생각보다 가느다란 우연들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느다란 끈들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그 인연을 소중히 하려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rentable room〉       그와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하기[…]

5월호
고재욱 / 2020-05-01
빨래 외 1편 / 윤석정

[신작시]     빨래     윤석정           한밤중 이웃이 싸웠다     한 방에 묶인 마음을 맞잡고 어퍼컷,     어퍼컷 욕설을 주거니 받거니     두 사람은 분(忿)이 다 풀릴 때까지     방구석으로 몰아붙였고     팽팽히 맞서다 빠져나왔다     별안간 나는 이웃의 속내를 알아 갔다     빨랫감이 방구석에 뒤죽박죽 쌓여서     옷을 건조대에 그냥저냥 걸어 둬서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나온     악다구니가 바람벽을 뚫고 나와     한 시간 남짓 복도를 휘젓고 다녔다     얹혀사는 사람이 하숙생처럼 보였거나     얹혀사는 신세가 눈치 보였을지라도     이왕 한 방에[…]

빨래 외 1편
윤석정 / 2020-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