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 김성중

[단편소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화성의 아이 2     김성중       🔊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오디오북을 만나볼 수 있어요             나는 지구인인 조 버든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지만, 시작 지점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몰라 헤엄만 치고 있다. 그러니까 생각이 날 때마다 넓어지고 길어지는 이 얘기는 두서가 없을 것이다. 다섯 나라의 지구 언어를 익혀 왔기 때문에 단어가 모자라거나 문장을 꾸릴 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밀려오는 감정에 맞는 입술의 대문을 열 수가 없었다. 나는 쉼표가 들어간 문장으로 말문을 열었다.     먼저 어머니의 죽음이[…]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김성중 / 2019-10-01
너나너나너나너 외 1편 / 최영철

[신작시]     너나너나너나너     최영철           나는 너의 고장     잘못 배달된 폐기물     거꾸로 돌아간 나사못     나 아닌 너 아닌     나 같은 너 보다     너 같은 나는 더욱 아닌     나와 너의 맞잡다 만     떨리는 빈손 낭떠러지     너의 실패 나의 낭패     관중이 다 빠져나간 세리머니     위험천만 아슬아슬 원격조정     너의 나를 나의 너를     한 구덩이에 버려야 할 밑닦이     다른 데로 너무 멀리 가버려     나의 네가 돌아올 수 없는 뜬구름     아무렇게나 끼워 맞춘 밑구멍[…]

너나너나너나너 외 1편
최영철 / 2019-10-01
어떤 지목 외 1편 / 황형철

[신작시]     어떤 지목(地目)     황형철           구례군 산동면에 가면     나무도 땅을 갖고 있다       별다른 욕심도 없어     그늘마저 노랗게 깃든     딱 그만큼이     엄연한 산수유나무 소유다       지목은 상춘(賞春)이어서     소문을 듣고 전국서 모인 사람들이     까르르 까르르 신을 내며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이구동성 핑계를 대고는     샛노란 그늘 속으로 들어간다       까맣게 탄 근심쯤은     양지바른 곳에 몽씬 던져 놓고     허허로운 마음속에 꽃물을 채운다       명성이 자자할수록 찾는 사람도 늘어     산수유나무는[…]

어떤 지목 외 1편
황형철 / 2019-10-01
비평가의 일 2회. ‘비평지’를 만드는 사람들 / 장은정 등

[기획대담]     비평가의 일 1회. '비평지'를 만드는 사람들(2)       4. 비평의 '재미' 지형도   장은정 : 그동안 '비평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제부터는 비평지를 만드는 '사람' 쪽으로 옮겨가 볼까 합니다. 결국 어떠한 장르는 그 장르를 통할 때에만 가능한 말하기/듣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욕망과 밀접한 연관을 가질 텐데요. 사실상 자립이 거의 어려운 장르에서 구성원들을 버티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원동력은 아마도 각자의 '재미'가 아닌가 싶어요. 현재 비평가이자 기획자인 여러분들은 요즘 무엇이 재밌다고 느끼시나요?   안소현 : 장은정 선생님께서 사용하신 '스코어'란 표현이 재밌었어요. 사실 플랫폼이라는 이름이 아주 유연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그림이[…]

비평가의 일 2회. ‘비평지’를 만드는 사람들
장은정 등 / 2019-10-01
10월호 / 박연미

[커버스토리] ※ 기획의 말 2019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남자여자     박연미           김효나, 「남자여자」(«문장 웹진», 9월호)를 읽고.   눈썹과 바다가 마음에 남았고 파란색과 검은색이 그다음으로 남게 됐다. 정지된 수평선을 품은 그레이 스케일의 바다를 보며 파란 눈썹을 그렸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상관없을 나부낌을 덧대어 그 눈썹으로 '남자'와 '여자'를 그렸다.    […]

10월호
박연미 / 2019-10-0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 / 원재운

[단편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     원재운           부에나 수에떼 리조트     조시 피브레루는 소파에 앉았다. 창고 작업 탓인지 몸이 뻐근했다. 근면하다는 평을 날릴 바에야 한쪽 팔을 잃겠다고 다짐한 조시 피브레루였고, 이 마음가짐이 그에게 안겨 준 것은 원만한 결혼, 빠른 승진, 임직원과 지인들의 신뢰 및 극소수의 질투였다. 이 중 극소수의 질투야말로 지배인인 조시 피브레루가 창고에 직접 뛰어들어 무거운 짐을 나르도록 만든 원동력이었다. 자신의 피곤한 성격을 탓하며 조시 피브레루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욕설을 뱉었다. 그리고 왼쪽 어깨를 주물렀다.     피곤한 성격 탓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려움
원재운 / 2019-10-01
10월호 / 박연미

[커버스토리] ※ 기획의 말 2019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남자여자     박연미           김효나, 「남자여자」(«문장 웹진», 9월호)를 읽고.   눈썹과 바다가 마음에 남았고 파란색과 검은색이 그다음으로 남게 됐다. 정지된 수평선을 품은 그레이 스케일의 바다를 보며 파란 눈썹을 그렸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상관없을 나부낌을 덧대어 그 눈썹으로 '남자'와 '여자'를 그렸다.    […]

10월호
박연미 / 2019-10-01
우주 멀미와 함께 살아가는 법 / 전혜진

〔글틴스페셜〕     우주 멀미와 함께 살아가는 법     전혜진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었다. 내 귓속에서 두근두근, 심장 뛰는 소리가 묵직하게 울려 왔다. 마치 동맥에서 주먹이 튀어나와 고막을 직접 두드리는 것처럼. 머리가 어질거렸다. 그리고 귀 안쪽부터 부어올라 귓속이 꽉꽉 차오르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려고 애쓰자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속이 메스껍다 싶더니 바로 구역질이 올라왔다.     이건 일종의 멀미다. 아주 지독한 멀미.     배를 타고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로 나간 것도 아닌데. 버스를 타고 산꼭대기에서부터 전력질주로 내려오는 것도 아니고, 우주정거장에 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멀쩡히[…]

우주 멀미와 함께 살아가는 법
전혜진 / 2019-10-01
수색 외 1편 / 류성훈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수색     류성훈           차단기를 올린다 서로 잠든 모습도 일어서는 모습도 본 적 없던 이들이 덩굴손처럼 기어나간다 지겹도록 따뜻해지지 않는 먼지를 쓰고 옆집의 얼굴도 딸의 졸업도 볼 수 없던 그의 빈집이 전구를 보고 있었다     잠시 열린 문으로 나간 고양이를 아무도 찾지 못했고 그해도 이듬해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고 모두가 다음엔 더 좋은 일로 보자고 인사했었다     제 집이 없는 곳, 나는 그의 얼굴을 잊었고 또 오겠다고 쉽게 말하던 곳에 들어선 방송국 신사옥을 보면서       꽤 오래 살았다 당신은[…]

수색 외 1편
류성훈 / 2019-10-01
괴산 숲속작은책방(제1회) – 연애소설 읽고 싶어지는 가을 / 백창화 등

[독자모임-책방곡곡]     괴산 숲속작은책방(제1회) ― 연애소설 읽고 싶어지는 가을     사회/원고정리 : 백창화 참여 : 진영준, 김현숙, 신명순, 안기홍           산골 숲 속의 시간은 도시와 다르게 움직인다. 어떤 계절은 급한 걸음으로 바삐 다가오고, 또 어떤 계절은 늦도록 찾아오질 않아 애를 태우기도 한다. 예컨대 긴 겨울 지난 후의 봄, 이미 다른 곳은 꽃이 한창인데 깊은 산골에는 겨우내 내린 눈이 여전히 녹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그런가 하면 가을은 빨리도 찾아와 아직 도심은 따가운 여름 햇살인데 이곳 숲 속엔 찬바람이 불고 푸르던 나뭇잎은 이르게 갈색으로 물들어 간다.[…]

괴산 숲속작은책방(제1회) – 연애소설 읽고 싶어지는 가을
백창화 등 / 201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