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고 나니 보이는 것들 / 박혜진 외

[기획대담-지금, 여기, 문학]     넘고 나니 보이는 것들     참여 : 김유태, 박혜진, 이구용, 이태연 정리 : 박혜진             문학의 정신에는 국경이 없다. 그러나 문학의 육체에는 국경이 있다. 수많은 외국 작품이 한국어로 몸을 바꾸고 들어왔지만 그 반대는 쉽지 않았다. 변화는 갑자기, 한꺼번에 찾아왔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이 된 것에 이어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일본 사상 최초로 발간 2달 만에 8만 부를 넘어서는가 하면 대만에서도 한국 소설 사상 최대치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한국 문학의 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금 여기,[…]

넘고 나니 보이는 것들
박혜진 외 / 2019-03-11
3월호 / 김정연

[커버스토리]   ※ 기획의 말 2019년 커버스토리에서는 웹툰,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을 모시고, 《문장 웹진》 과월 호 수록작 중 1편을 선정해 시각화 해주시기를 요청 드렸습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미지로 다시 되새기는 작업 속에서 폭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나의 것     김정연         이경란, 「이모들의 집」(『문장 웹진』, 2월호)을 동기로 작업. (사진을 누르면 링크로 이동합니다.)         '나는 부모의 계획이로구나'라고 느낀 적이 있었다. 난 자립을 말하곤 곧바로 상사의 계획이 되어 일했다. 오늘을 지불한 대가로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쌓아올릴 수 있었지만,[…]

3월호
김정연 / 2019-03-04
불꽃축제 외 1편 / 권민경

[신작시]     불꽃축제     권민경       이름이 없는 널 뭐라 불러야 할까   어울리고 좋은 것 앞으로 나아가고 날거나 나아가고 앞으로 어떻게 되든 후회 없이 후회해도 어떻게든   희망 고통 어차피 반복되는 것들이니 말해 줘 그래? 어 알았어 그랬구나 아아   여기서 더 멀어질 거야 가슴이 아프고 머물고 싶지만 더 멀어질 거야 그 목소리 좋아서 되새긴다 목소리는 더 멀어진다   나는 자주 말이 없다. 폼을 잡는다. 나도 내가 징그럽다는 걸 안다. 나는 너하고 어울리지 않다. 그러나 네가 아니라 누구라도 어울릴까. 나는 매캐한 냄새를 풍기며 얼굴을 붉힌다.[…]

불꽃축제 외 1편
권민경 / 2019-03-01
건널목의 말 / 박솔뫼

[단편소설]     건널목의 말     박솔뫼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올해 내내 말이 잘 되지 않았다. 말을 하려고 들면 마음이 무겁고 괴롭고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 이전에도 그러기는 했지만 올해 들어 더욱 심해졌고 상대방의 질문이나 건네는 말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엇나가는 느낌이었고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고 그런 표정으로 대꾸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음은 소극적인 사람의 표정으로 고개를 젓게 되었다.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말 역시[…]

건널목의 말
박솔뫼 / 2019-03-01
2층과 3층 사이에서 / 안지영

[문학 더하기+(시)]       2층과 3층 사이에서       안지영         서울대 미술관(MoA) – '여성의 일(Matters of Women)' 전시 제2회 여성아트페어(KWAF) – '고개를 들라, 이 많은 유디트들아' 전시 이소호, 『캣콜링』(민음사, 2018)       미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혹은 문학과 윤리는 꽤나 오랫동안 한국문단을 지배해온 틀(frame) 중 하나이다. 이를 틀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두 개념쌍이 무언가를 명확하게 만드는 동시에 무언가를 잘 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세계를 보는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틀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비가시적인 문제들이 두드러지거나 가시화 되어야 하는 문제가 꽁꽁 숨겨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틀 설정은[…]

2층과 3층 사이에서
안지영 / 2019-03-01
증여, 이름, 인터내셔널 / 양윤의

[문학더하기+(소설)]       증여, 이름, 인터내셔널       양윤의         1. 판도라라는 선물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선물하자,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와 인간 모두를 벌하기로 결심한다. 프로메테우스를 처벌한 제우스는 헤파이스토스에게 명하여 진흙을 물에 개어 아름다운 여자를 만들었다. 여러 신들이 직분에 따라 이 여자에게 선물을 주었다. 생명과 매력, 감미로운 목소리, 속이고 아첨하고 유혹하는 심성이 그녀의 것이 되었다. 그녀의 이름 판도라(Pandora)는 '모든 선물을 받은 자'라는 뜻이다.     판도라는 헤르메스의 손에 이끌려 프로메테우스('먼저 깨달은 자'라는 뜻이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뒤늦게 깨달은 자'라는 뜻이다)에게 인도된다.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선물을 받지 말라는 형의[…]

증여, 이름, 인터내셔널
양윤의 / 2019-03-01
어쨌거나 인류의 대변자 / 배명훈

[단편소설]     어쨌거나 인류의 대변자     배명훈           생선을 좋아하는 남편은 매번 처음 하는 것처럼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이건 진짜 하나도 안 비린데. 맛있어, 먹어 봐."     물론 매번 처음인 것처럼 생선은 비렸다. 비린 맛이 나지 않으면 남편은 굳이 생선을 먹지 않을 것이다. 남편에게 "안 비린데"와 "맛있어"는 나란히 놓일 수 없는 말이다. 집 안에는 아침부터 생선 냄새가 가득했다.     "야, 하필 오늘 같은 날 생선을 굽냐."     "응? 오늘이 무슨 날인데?"     "이거 입은 날이잖아."     "그 옷은 뭐지? 못 보던 옷이네. 오늘은[…]

어쨌거나 인류의 대변자
배명훈 / 2019-03-01
감자 깎기 외 1편 / 이원

[신작시]     감자 깎기     이원       그릇은 두 개 깎은 감자는 세 개 깎을 감자는 세 개   그리고 손에는 거의 반은 깎은 반은 깎을 감자가 하나 깎은 껍질과 깎을 껍질이 물음표처럼 이어지고 속살은 솟아오른다   끓는 물로 칼소리를 반으로 잘리길 푹 잠겨 남김없이 익기를 이런 생각이 났다면 우리는 감자를 전혀 안 보고 있었던 거야   껍질이 깎이고 끊어지지 않고 계속 속살이 깎이면 그러다 끝이 나오면 처음부터 처음까지 펄쩍 펄쩍 뛰는 행렬이었으니   그릇은 깎은 얼굴을 받아 놓는 곳 그릇은 깎인 표정을 담아 두는 곳[…]

감자 깎기 외 1편
이원 / 2019-03-01
마니또 체인 / 정재은

[청소년 SF소설]       마니또 체인       정재은             [마니또 체인 시작 1일 전]       – 안녕? 만나서 반가워. 아, 이게 아닌데······. (낮은 숨소리) 아아······. (침 삼키는 소리) 음, 내가 말을 이상하게 하더라도 이해해 줘. 원래도 말을 잘 못하는데,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더 그러거든. 그래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거지?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는 건 민망하다. 낯설고 이상해서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으면서도 내 목소리가 틀림없다는 게 짜증났다. 나는 프로그램 메뉴를 뒤져서 목소리의 성별, 나이, 질감, 속도 따위를 마구 바꿨다. 엄마[…]

마니또 체인
정재은 / 2019-03-01
세모나 네모로 얼룩을 번역하시오 / 민경환

[문학 리뷰(시)]       세모나 네모로 얼룩을 번역하시오       민경환         1. 액자를 믿지 않기로 하자   나는 유닛과 유닛의 세계에 결코 몰입하지 않는다 – 권시우, 「유닛으로 질주하기」       지금 제도에 기생하며 무언가를 쓰거나 이렇게 한가로울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거짓말이다. 다시, 거짓말이다. 이미 옛날에 다 끝났는데 여전히 '미래'가 가능하다고 말하며 줄글을 적어내리고 있다면. 현실의 편을 들면 문학은 거짓말이고, 현실을 외면해도 문학은 처음부터 끝나 있었다.     그러므로 근대의 잔여물로 여전히 대물림되는 '자율성'의 개념을 의문에 부치며 삶과 문학 사이의 거리를 다시 설정하는 순간들은 최근[…]

세모나 네모로 얼룩을 번역하시오
민경환 / 2019-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