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지침서 외 1편 / 이서하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모르는 지침서     이서하           인간은 많은 게 필요해서 장소를 만들었다.     천국에 사는 사람은 지옥에 사는 사람을 보지 못해서     세 번 잘못을 하면 마음에 총성이 울린다고 낮게 명령하는 소리를 전하고 있다.     살아서 나의 불행을 빼앗고 있다.     자, 아는 대로 말합니다. 어젯밤에는 왜 경계하지 않았는지.     땅은 꽁꽁 얼어 있었으며 삽이 들어가기란 죽기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이었다.     새로운 것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찾아야만 했다.[…]

모르는 지침서 외 1편
이서하 / 2019-12-23
철5 외 1편 / 이소연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철 5     이소연           터미널 뒤에서는 몸을 팔 수도 있다     곧 떠나는 사람들이 깜박하고 놓고 갈 수 있는 옛날     슬픔은 왜 썩지 아니하고 상품이 되었나       철 기둥이 떠받치고 있던 상점 안에서     백인 남자 셋이 맥주를 마실 때     지붕 위로 내리던 것은 하늘이 아니라 전선들이었다     벌어진 허공에 드러난 전선들     몸 밖의 핏줄처럼 아파 보인다     안에 있던 것들이 꺼내질 때 우리는 위태롭다고 느낀다     나는 돈이 든 지갑을 가장 깊은 주머니에[…]

철5 외 1편
이소연 / 2019-12-23
금속성(제2화) / 민병훈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중편소설]     금속성(제2화)     민병훈           운전사가 먼저 내려 주변을 둘러봤다. 조수 역시 옷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당분간 이곳을 조사하면 됩니다.     조수는 운전사가 자신만 두고 가는 것이 내심 불편했으나 내색하진 않았다. 회색 건물 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가방을 감싼 빗물방지용 천이 흘러내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수는 천을 들어 올려 가방을 다시 덮었다. 유난히 가방이 무겁게 느껴졌다.     일주일 뒤에 다시 데리러 오겠습니다. 그때까진 여기서…….     운전사는 무슨 잘못이라도 지은 것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건물 뒤에 자리한 숲이[…]

금속성(제2화)
민병훈 / 2019-12-15
꿈에서 꺼낸 매듭 외 1편 / 이서하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꿈에서 꺼낸 매듭     이서하           이를테면 이런 마음, 평생을 가난하게 살던 어느 노부부가     공사판에 나가 함께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늦은 저녁     간식으로 받은 노란 앙금이 들어간 빵을 함께 나눠 먹으며     어휴 달다, 달어 같은 말을 하는 진짜 단것, 목구멍에 차도록 단것     배부르게 단잠이 쏟아지자 부부는 대낮 같은 꿈속에 들었다     헌데 우리가 언제 저녁을 먹었더라? 여기가 내 집이던가?     누가 날 좀 데려가 주오, 아침 진즉에 일하러 가야 한다우     글쎄 정신이 없네.[…]

꿈에서 꺼낸 매듭 외 1편
이서하 / 2019-12-11
철3 외 1편 / 이소연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철 3     이소연           들판에 쭈그리고 앉아 똥을 싸는 또래의 항문을 본 적이 있다     뱀이 허물을 벗듯 똥이 그 애를 벗어나는 것 같았다       그 애는 힘을 주었다     얼굴이 붉어지도록       내게도 접어 놓은 항문이 있어     얼굴이 붉어졌다       뱀이 벗어 놓은 허물은     침대 위의 바지를 생각나게 해     그날은 허물이지만     허물없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너는 좋겠다. 얼굴이 하얘서"       수빅에서 만난 Jay는 그 애가 다 자란[…]

철3 외 1편
이소연 / 2019-12-11
제2화 작가들의 독서 천태만상(2부) / 임국영 등

[문장입니다영]           문장입니다영(제2화) 작가들의 독서천태만상(2부)           작가들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까?     어떤 독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또 어떤 장르를 주로 탐독할까?     이번 에피소드는 바로 이런 의문에 관한 아주 엉뚱한 대답이 될 것 같습니다.       "현직 작가들의 독서 천태만상!"     – 구매해 두고 읽지 않은 책 소개하기······!       평소 서적 구매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문인들을 〈문장입니다영〉에 모셨습니다!     재밌고 유익한 내용이 많았던 관계로 EP 02는 특별히 2부로 나누어 편성했습니다!       EP2     1부       소설가 이원석     –[…]

제2화 작가들의 독서 천태만상(2부)
임국영 등 / 2019-12-04
내게 내가 나일 그때 / 최은미

[단편소설]     내게 내가 나일 그때     최은미           창용이 오빠한테 전화가 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서였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서 창용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유정은 처음엔 어리둥절했고 몇 초 뒤엔 깜짝 놀랐다. 하던 일을 멈추고 유정은 휴대폰을 두 손으로 잡았다.     "창용이 오빠? 그 창용이 오빠?"     그러고선 막상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잘 지냈냐고 묻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있었던 것이다. 한 삼십 년? 어떻게 살았냐고 묻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았지만 그렇게 묻기에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창용이[…]

내게 내가 나일 그때
최은미 / 2019-12-02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에 대한 외 1편 / 이서하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에 대한     이서하           사랑이 필요하다고 요나스는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하고 있다     키우던 화분이 죽었을 때도     내 것이 아닌 마당에 있을 때도     뚜껑이 없다는 건 주인이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도 뚜껑을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주인은 집에서조차 함부로 나타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마당은 늘 모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의 집은 초입부터 산꼭대기에 이르기까지 거대했기 때문에 그는 날마다 낯선 데서 시간을 때웠다     창밖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짧았다     그가 아끼던[…]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에 대한 외 1편
이서하 / 2019-12-01
철 외 1편 / 이소연

[2019 청년예술가 생애 첫 지원/문학분야]     철     이소연           나는 여섯 살에     철조망에 걸려 찢어진 뺨을 가졌다       철을 왜 바다 가까이 두었을까?       눈을 감고 바다를 들으려고     바람을 따라갔다     피가 나는 뺨을 받아왔다       아무도 나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잠을 잤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지린내가 심장까지 따라왔다       철을 왜 바다 가까이 둘까?     그 둔중한 말을 왜       그땐 왜 눈을 감지 않았을까?     무얼 가지려고       갈라지는 물     다시[…]

철 외 1편
이소연 / 201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