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인문학 ― 자연계 능력자들과 표준모형 / 권혁웅

[기획-원피스인문학]     "빛의 속도로 차인 적이 있나?" ― 자연계 능력자들과 표준모형     권혁웅       1     지난달에 이어 자연계 열매 능력자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지난번에는 고대철학에서 말하는 '아르케'를 참조했다면, 이번에 도움을 받을 지식은 현대물리학이다. 현대과학이 찾아낸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와 힘을 현대의 새로운 아르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원자(atom, '더 쪼갤 수 없음'이라는 뜻이다)라고 부른 것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였지만 원자 역시 물질의 최소 단위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1911년 러더퍼드에 의해 원자핵이 발견되고 나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그 주변을 도는 전자로 이루어진 원자의[…]

원피스인문학 ― 자연계 능력자들과 표준모형
권혁웅 / 2018-10-02
쓸쓸하지도 높지도 않게 문학‘하기’ / 김효숙

[젊은 비평가 특집]   최근 몇 년 간 한국문학의 흐름은 그야말로 숨이 가쁠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사건과 변화가 있었는지 머릿속에서 떠올리기조차 쉽지 않다. 한국문학은 달라져야 했고, 달라지고 있으며, 또 계속해서 달라져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해도 더 많은 것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고, 수많은 변화의 외침은 지금도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이제 막 자리매김한 '젊은' 비평가들에게 한국문학에 관한 자유로운 글을 부탁했다. 이들의 글 속에서 꿈틀대는 변화에 대한 열망과 관습을 비트는 다른 시선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들이[…]

쓸쓸하지도 높지도 않게 문학‘하기’
김효숙 / 2018-10-01
만천동 야사 외 1편 / 김명기

[신작시]     만천동 야사 野史     김명기       어둠이 달빛을 안고 달빛은 어둠을 품고 훠이워이 골목 어귀로 몰려다니는 누군가 저들의 품속 사이로 기웃거렸다가는 아련히 가슴 베이는 그런 밤이었지요.   꾸벅거리는 개망초 머리맡에 바람이 달빛을 끌어 덮어 주자 어둠이 슬쩍 길모퉁이로 돌아앉는데요 전신주에 올라 밤길 뒤척이던 비닐봉지가 세상 이야기 쏟아 놓고 불면을 피해 새처럼 나뭇가지로 옮겨가네요. 아슬함도 아련함도 이 거리는 언제나 저마다 섬겨야 할 사연이 있어 가난도 때론 온기로 아득한 순간들이지요   저것 보아요 오늘도 화두 하나 움켜쥐고 동해 길 주름 펴며 슬금슬금 담장을 오르는 햇살 넝쿨손이[…]

만천동 야사 외 1편
김명기 / 2018-10-01
번지 없는 주막 외 1편 / 송진권

[신작시]     번지 없는 주막     송진권       버드나무가 빨빨 쇠어 이파리 내밀자 밑동에 매었던 나귀를 끌러 흐드러진 살구나무 둥치에 비끄러맨다 능수버들 태질하는 창살 너머 살구나무는 살구꽃을 화르르 날린다 나귀 등에 앉았던 꽃잎이 날아가 물살에 둥둥 떠간다.   사내는 주모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고 개는 사내의 신발을 물고 마루 밑으로 기어든다 방에서 나온 여자가 머리를 만지며 부엌으로 들어가고 뒤따라 나온 사내가 감발하다 개를 걷어찬다 이놈의 가히 새끼 살구나무에 묶인 고삐를 풀어 바투 쥐고 사내가 주막을 나선다   시방 가믄 원제나 온다는 겨 솥을 가시던 여자가 삐끔히 어둔[…]

번지 없는 주막 외 1편
송진권 / 2018-10-01
림보 / 김남숙

[단편소설]     림보     김남숙           언젠가 그런 영화를 봤다. 해가 뜨기 전, 극장에 들어갔기에 반값으로 본 영화였다. 영화는 대략 그랬다. 이를테면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일. 한없이 늘어지는 시간. 영원한 불변의 밤. 절대로 깨지 않는 꿈의 상태, 림보. 영화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남자와 여자는 해변을 걷는다, 그리고 다음날도 해변을 걷는다. 남자와 여자는 꿈에서 계속해서 해변을 걷는다. 꿈속은 남자와 여자 둘뿐이고, 그 둘은 행복한 듯 웃는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남녀가 해변을 걷는 모습을 보았다. 좀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는 영화였다. 그러나 나는[…]

림보
김남숙 / 2018-10-01
‘되기’의 움직임, 도정에의 소설 / 소유정

[젊은 비평가 특집]   최근 몇 년 간 한국문학의 흐름은 그야말로 숨이 가쁠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사건과 변화가 있었는지 머릿속에서 떠올리기조차 쉽지 않다. 한국문학은 달라져야 했고, 달라지고 있으며, 또 계속해서 달라져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해도 더 많은 것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고, 수많은 변화의 외침은 지금도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이제 막 자리매김한 '젊은' 비평가들에게 한국문학에 관한 자유로운 글을 부탁했다. 이들의 글 속에서 꿈틀대는 변화에 대한 열망과 관습을 비트는 다른 시선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들이[…]

‘되기’의 움직임, 도정에의 소설
소유정 / 2018-10-01
문학이 폭력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하여 / 이진경

[젊은 비평가 특집]   최근 몇 년 간 한국문학의 흐름은 그야말로 숨이 가쁠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사건과 변화가 있었는지 머릿속에서 떠올리기조차 쉽지 않다. 한국문학은 달라져야 했고, 달라지고 있으며, 또 계속해서 달라져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해도 더 많은 것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고, 수많은 변화의 외침은 지금도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이제 막 자리매김한 '젊은' 비평가들에게 한국문학에 관한 자유로운 글을 부탁했다. 이들의 글 속에서 꿈틀대는 변화에 대한 열망과 관습을 비트는 다른 시선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들이[…]

문학이 폭력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하여
이진경 / 2018-10-01
첫 눈물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해요 외 1편 / 이원하

[신작시]     첫 눈물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해요     이원하       나무 발치에서 겁을 내던 꽃은 가을 가고 겨울 오려는데 왜 여태 피지 못할까요   창밖에서 저리 굼뜨면 누가 모른 척할 수 있을까요   나비와 낙엽 구별하기에도 가을비가 이리 내리는데 저 옥수수 알갱이 같은 봉우리를 내가 어쩔까요   다 모른 척 깊은 잠을 자버릴까요 자면, 내가 자는 이유를 너는 알까요   첫 눈물을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잠을 잘 땐 생각을 멈출 수 있는 건데   이걸 누가 알까요   안다고 수척한 마당에 꽃병[…]

첫 눈물 흘렸던 날부터 눈으로 생각해요 외 1편
이원하 / 2018-10-01
이만 원만 빌려줘 / 안보윤

[단편소설]     이만 원만 빌려줘     안보윤       1       (김동주 차량 블랙박스 음성 기록)     아저씨. 여긴 우주정거장이에요.     그래.     난 우주에 처음으로 나간 우주비행사예요. 아저씬 뭐 할래요?     그냥. 아무거나.     아무거나 어떤 거요?     그냥. 토스터나 주전자. 그런 거.     안 돼요. 우주에는 꼭 필요한 것만 갖고 갈 수 있단 말예요.     그럼 전기밥솥.     좋아요.     (침묵)     아저씨.     왜.     아저씨. 말을 해야죠.     ……맛있는 흑미밥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런 거 말고요.     보온 중입니다.     아저씨 그냥 사람[…]

이만 원만 빌려줘
안보윤 / 2018-10-01
자피로와 친구들 / 이상우

[단편소설]     자피로와 친구들     이상우           리사이클 숍의 문을 닫고, 가로등불이 스민 강가를 걷던 자피로는 열일곱 번째 가로등불이 꺼진 것을 보고선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가게 앞에 샛노란 DHL 로고 붙은 소포 박스가 하나 배달되어 있었다. 오마르 하이얌의 수식 시집 '평행오변형' 독해본이였다. 이주 전, 바닷가의 양로원에서 인후암으로 생을 마감한 전직 교도소장 페포 자비나스의 비밀서가를 뒤져 훔쳐온 물건이었다. 이를 위해 자피로는 시낭송 모임에 가입했지만, 모임의 회장이자 페포의 아들 펠리코 자비나스와 친해지기까지는 석 달이 걸렸다. 모임에서 유일하게 시집을 출판한 경력이 있는 펠리코는 자피로가 태어나서 처음 써봤다는 시를[…]

자피로와 친구들
이상우 / 2018-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