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인문학 ― 자연계 능력자들과 '아르케' / 권혁웅

[기획-원피스인문학]     "악을 용납하지 마라" "사랑해 줘서 고마워" ― 자연계 능력자들과 '아르케'     권혁웅           1     악마의 열매에 세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루피' 편에서 말한 바 있다. 이 중에서 최강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단연 자연계 열매다. 해군본부 대장들, 사황1)인 흰수염과 검은수염, 신이라 자처한 에넬 등 이 열매를 먹은 자들은 원피스 세계에서 극강의 능력을 발휘한다. 무력이 곧 권력인 원피스 세계에서 자연계 열매는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이 되는 질료(質料)를 제 맘대로 하는 능력, 곧 자연 그 자체의 근원적인 힘을 운용하는 능력이므로 최강의 능력이다.     자연의 근원이란[…]

원피스인문학 ― 자연계 능력자들과 '아르케'
권혁웅 / 2018-09-05
가지의 말 외 1편 / 석지연

[신작시]     가지의 말     석지연       쓸쓸해요 쓸쓸하여 까마득해요 쓸쓸한 건 달콤하고도 씁쓸한 맛 자꾸만 쓸쓸해져 온몸에 멍이 들었어요 두 팔을 가슴에 모았어요 두 다리를 오므렸어요 웅크린 검은 개처럼 물컹해졌어요   도마 위에서 잘린다면 반듯한 토막들로 나뉠 텐데요 나는 모로 누워 있어요 얼굴 안에 진짜 옆얼굴들을 숨겨 놨어요 텅 빈 느낌인데 흰 내면으로 꽉 들어차 있어요 이유도 없이 슬퍼져요 눈물주머니인 줄 알았는데 쓸쓸해서 피가 돌지 않아요   *   나는 고독보다 가벼워요 외로워, 발음하면 한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줏빛의 단백질 고요 빗방울[…]

가지의 말 외 1편
석지연 / 2018-09-01
아무것도 아닌, ‘순수’한 사랑의 현전 / 김정현

[젊은 비평가 특집]   최근 몇 년 간 한국문학의 흐름은 그야말로 숨이 가쁠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사건과 변화가 있었는지 머릿속에서 떠올리기조차 쉽지 않다. 한국문학은 달라져야 했고, 달라지고 있으며, 또 계속해서 달라져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해도 더 많은 것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고, 수많은 변화의 외침은 지금도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이제 막 자리매김한 '젊은' 비평가들에게 한국문학에 관한 자유로운 글을 부탁했다. 이들의 글 속에서 꿈틀대는 변화에 대한 열망과 관습을 비트는 다른 시선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들이[…]

아무것도 아닌, ‘순수’한 사랑의 현전
김정현 / 2018-09-01
난민의 말 외 1편 / 손택수

[신작시]     난민의 말     손택수       나는 나의 나라로 망명했지 나는 나의 나라의 난민 덕분에 나의 모국어는 외국어 같은 것이 되었지 외국어보다 더 낯선 나라의 말이 나의 모국어라니 나의 말은 차라리 아이의 말 함부로 무시해도 되는 힘없는 말, 힘이 없어도 아이는 당당한 나라지 아이는 손짓 발짓 눈짓이 다 말인 모국어를 갖고 있으니까 눈짓만으로도 저만의 문법을 갖고 있으니까 모국으로 망명한 자의 말은 너무 잘 통해서 더 외롭지 왜 아니겠나 나는 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를 입에 달고 산다네 날씨 인사 없인 대화를 할 수가 없다네 내 사회성의 구[…]

난민의 말 외 1편
손택수 / 2018-09-01
영향과 영향들 / 송민우

[젊은 비평가 특집]   최근 몇 년 간 한국문학의 흐름은 그야말로 숨이 가쁠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사건과 변화가 있었는지 머릿속에서 떠올리기조차 쉽지 않다. 한국문학은 달라져야 했고, 달라지고 있으며, 또 계속해서 달라져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해도 더 많은 것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고, 수많은 변화의 외침은 지금도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이제 막 자리매김한 '젊은' 비평가들에게 한국문학에 관한 자유로운 글을 부탁했다. 이들의 글 속에서 꿈틀대는 변화에 대한 열망과 관습을 비트는 다른 시선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들이[…]

영향과 영향들
송민우 / 2018-09-01
여름과 숲과 아메바 외 1편 / 양안다

[신작시]     여름과 숲과 아메바     양안다           잠재적인 의자들, 너는 숲을 그렇게 불렀지 우리는 자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불렀다 내가 나를 부르며 널 붙잡았을 때 나의 이름이 어느 외국어로 느껴져서 입술이 간지러워졌다       죽는 장면을 상상하면 숲보다 바다가 떠올랐는데 그러니까 사람은 목매다는 것보다 물에 빠져 죽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주검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너는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울음을 터뜨리지     눈물이 뺨 위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다   *       "꼭 퍼즐 조각 같아."     너는 숲의[…]

여름과 숲과 아메바 외 1편
양안다 / 2018-09-01
독자모임-언제나 다층적인 읽기를 위한 좌담 8 / 김주선 외

[기획 – 문장웹진 독자모임]     언제나 다층적인 읽기를 위한 좌담 8 : 지방과 문학     참여 : 김주선(사회, 문학평론가), 김영삼, 송민우, 이다희, 이서영             김주선 : 벌써 여덟 번째 좌담회입니다. 날씨가 정말 뜨겁네요. 오늘은 지방과 문학이라는 주제로 좌담을 하겠습니다. 지방이라는 문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인데 이제야 다루게 되네요. 마침 이번 《자음과 모음 2018 여름호》에서 지방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광주라는 지방에서 문학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갓 등단해서[…]

독자모임-언제나 다층적인 읽기를 위한 좌담 8
김주선 외 / 2018-09-01
아무도 몰랐다 / 김서령

[단편소설]     아무도 몰랐다     김서령           여자와 남자가 연애를 시작한 건 열여덟 살, L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고입 연합고사 180문제 중 다섯 개만 틀려도 떨어지는, 지방 소재 명문 고등학교였다. 고등학교 입시에서부터 재수를 하겠다고 각오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경쟁률은 높지 않았지만 개교 10년이 지나도록 어마어마한 커트라인은 유지되었다. 해마다 오십여 명의 중학교 졸업생들이 낙방을 했고 그들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소도시의 고입 전문 재수학원 특별반에 등록했다. 재수학원에서는 특별반 아이들에게 학원비를 받지 않았다. L고등학교에 몇 명을 합격시켰는지가 학원의 명성에 가장 중요한 일이었으므로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학원 선생들은[…]

아무도 몰랐다
김서령 / 2018-09-01
마음의 영도-김금희론 / 이철주

[젊은 비평가 특집]   최근 몇 년 간 한국문학의 흐름은 그야말로 숨이 가쁠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사건과 변화가 있었는지 머릿속에서 떠올리기조차 쉽지 않다. 한국문학은 달라져야 했고, 달라지고 있으며, 또 계속해서 달라져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해도 더 많은 것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고, 수많은 변화의 외침은 지금도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이제 막 자리매김한 '젊은' 비평가들에게 한국문학에 관한 자유로운 글을 부탁했다. 이들의 글 속에서 꿈틀대는 변화에 대한 열망과 관습을 비트는 다른 시선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들이[…]

마음의 영도-김금희론
이철주 / 2018-09-01
부정 외 1편 / 이덕규

[신작시]     부정(不淨)     이덕규       염천에 논두렁을 걷다가 슬쩍 오리알 둥지를 스쳤을 뿐인데 알을 품던 어미오리가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만지기만 하면 멀쩡했던 토종 오이 꼭지들이 짓물러 떨어지고 참외 배꼽이 새카맣게 썩어 들어갔다   독사를 잡아먹은 암소가 유산을 하고 노랗게 곪은 젖을 뚝뚝 흘리며 돌아다녔고 뒤꼍 장독대 새로 담근 장이 푹푹 썩어 갔다   멀리서 오다 말고 주춤거리는 신생을 가로막고 서로 붙어먹는 싸늘한 상극(相剋)들, 부엌칼이 날아가 꽂힌 마당에 검은 피가 흘렀고 잡초가 우북이 돋아났다   한쪽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는 새가 쥐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부정 외 1편
이덕규 / 2018-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