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인문학 ― 호킨스, 도플라밍고, 슈거, 핸콕과 ‘능동성/수동성’ / 권혁웅

[기획-원피스인문학]     “보고 싶다고? 설마 이것이······ 프러포즈?” ― 호킨스, 도플라밍고, 슈거, 핸콕과 ‘능동성/수동성’     권혁웅           1.     『원피스』에는 ‘인형’과 관련된 능력자가 세 명 나온다. 먼저 초신성1) 가운데 하나인 마술사 바질 호킨스가 있다. 그는 전투 시에는 자신의 몸에서 짚 인형을 내거나 스스로 거대한 짚 인형으로 변신해서 싸운다. 다음으로 칠무해의 일원인 돈키호테 도플라밍고가 있다. 그는 실실열매 능력자로 실을 걸어서 다른 이를 마리오네트처럼 조종할 수 있으며, 실 뭉치로 자신의 분신을 만들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돈키호테 패밀리의 간부 슈거다. 그녀는 하비하비(hobby-hobby) 열매 능력자로 손에 닿는 모든 이들을 인형으로[…]

원피스인문학 ― 호킨스, 도플라밍고, 슈거, 핸콕과 ‘능동성/수동성’
권혁웅 / 2018-07-02
계시 외 1편 / 허연

[신작시]     계시 – 빌 에반스     허연       천해지는 것이 가장 쉬웠고 아름다웠다   몰려온 노을이 장작 같은 소년들을 어둠 속에 감추자 이내 연주가 시작됐다   세계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간혹 희미하게 별이 뜨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별은 덜 익은 앵두알보다도 가치가 없다   찢겨진 선거벽보나 양철 쓰레기통 가끔 이름을 모르는 풀잎 위에 떨어지던 핏방울 놀랍지도 않은 대세들   전갈자리의 세력이 강해질 때 소년들은 이미 불행을 염탐했지만 도망갈 재주는 없었다 무감각한 노동과 죽는 날까지 가져갈 대여섯 명만 아는 비밀   그래도 이곳에선 밤이 되면 지나친[…]

계시 외 1편
허연 / 2018-07-01
닥터 K 노시보 계시록 외 1편 / 리호

[신작시]     닥터 K 노시보 계시록     리호           체온을 38도로 맞추고 다음 행성으로 이동한다. 이 계시록은 하늘이 화창한 옷을 입었을 때 봉인하고 달과 겹칠 때 해제한다.     베르길리우스의 모두발언으로 계시록의 첫 페이지가 기록된다.     숨죽인 자들을 불러 모아 거대한 빨판을 세운다. 모래벌판이 1차 사해가 2차 에베레스트 섬이 마지막 집회 장소임을 알린다. 꿈속을 지배하던 선지자의 주머니를 탁탁 털어 점심값을 계산한다. 마침표를 꼭 찍어야 하는 이유를 받아쓰기의 왕초에게 미리 알린다. 닥터 K 명찰 색을 지정하고 왼쪽 눈 아래 달아 놓는다. 오른 눈이 상할 때를 대비하여 계시록은[…]

닥터 K 노시보 계시록 외 1편
리호 / 2018-07-01
벌크 / 주원규

[단편소설]     벌크 bulk     주원규       *       믿기 힘들겠지만 공항, 짐 찾는 곳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를 가만히 보다 보면 꼭 두어 개 정도의 여행용 가방이 주인 없이 떠도는 걸 보게 된다.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여 있는 탓에 주인이 있겠지 하는 착각을 갖게 하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그것들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컨베이어 벨트 위를 돌고 또 돈다. 그러다 사흘째 되는 날, 가방들은 유실물 보관소, 혹은 쓰레기장으로 이동된다.       이렇게 운을 띄우며 1년 전 이야기를 하는 건 적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과연[…]

벌크
주원규 / 2018-07-01
바다와 돌 외 1편 / 김선우

[신작시]     바다와 돌     김선우       한 번도 쉬어 본 적 없는 심장― 이것은 바다의 독백이라고 하자   당신, 당신들을 듣고 만지고 이해하기 위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은 돌들의 대화라고 하자   태어난 이래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파도를 보고 있다 단 한 번도 같은 모양, 크기, 그림자가 없는 수십억 년의 포말 생성과 해체를 동시에 수행하는 줄기찬 근력의 언어 앞에 발 달린 짐승들 달변의 입은 자주 속되다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한 태초, 라고 해안에 쓰고 너라는 외계의 심장을 향해 내가 귀를 연 때,[…]

바다와 돌 외 1편
김선우 / 2018-07-01
독자모임-언제나 다층적인 읽기를 위한 좌담 6 / 김주선 외

[기획 – 문장웹진 독자모임]     언제나 다층적인 읽기를 위한 좌담 6 : 한국 문학장 내에서 작가로 탄생하기, 작가로 살아가기     참여 : 김주선(사회, 문학평론가), 김영삼, 송민우, 이다희, 이서영             김주선 : 여섯 번째 《문장 웹진》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 다룰 작품은 장강명 작가의 『당선, 합격, 계급』(민음사, 2018)이라는 다소 의미심장한 제목의 르포입니다. 부제가 “문학상과 공채는 어떻게 좌절의 시스템이 되었나”인데, 도발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책의 전체적인 인상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이다희 : 저는 카더라로만 들었던 이야기들을 보고서 형태로 보게 되니까 좋았어요. 책의[…]

독자모임-언제나 다층적인 읽기를 위한 좌담 6
김주선 외 / 2018-07-01
소녀들 / 황시운

[단편소설]     소녀들     황시운           신발을 벗어야 할까.     고개를 숙여 신발을 내려다봤다. 운동화 끈이 풀려 있었다. 난간에서 내려왔다. 천천히 쪼그려 앉아 운동화 끈을 묶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운동화 끈이 풀리지 않도록 묶는 동영상을 봤는데, 방법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풀린 끈을 묶으면서, 집에 가면 유튜브 영상을 다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끈을 다 묶고 일어나려는데 운동화 앞코에 묻은 붉은 얼룩이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으로 문질러 봤지만, 어쩌다 생긴 얼룩인지 아무리 세게 문질러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하얀색 운동화라서 그런지 한번 눈에 띈 얼룩은 점점 더 도드라져 보였다. 운동화는[…]

소녀들
황시운 / 2018-07-01
바통 외 1편 / 남지은

[신작시]     바통     남지은       뙤약볕 속 무한한 트랙 위를 달리는 너희에게 오렌지색으로 익어 가는 뺨 굳건한 다리를 믿는 너희에게 숨통을 조이는 방 폭염과 폭소가 뒤섞인 교실에서 오늘과 내일의 손아귀에서 차고 맑은 물 한 잔이 간절한 너희에게 지루한 왕복을 알 수 없이 견디는 너희에게 침이나 튀기고 돈을 번 나는 뙤약볕 속이었다 메마른 마음의 형편을 들키고서 지나치는 중이었다 슬픔을 말아 쥔 너희에게서 다음 주자를 향해 질주하는 너희에게서                           흐린 여름       흐려진[…]

바통 외 1편
남지은 / 2018-07-01
책의 무덤 / 이영훈

[단편소설]     책의 무덤     이영훈       🔊 KBS 라디오 문학관에서 오디오북을 만나볼 수 있어요             한낮의 도서관에서는 정갈하게 구운 도자기 냄새가 난다. 도자기에서 나는 냄새를 맡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종이 한 장도 안 들어갈 만큼 책이 꽉 들어찬 서가를 둘러보며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는 복도 위에 구두소리를 또각또각 새기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세 글자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도, 자, 기.     박물관의 카탈로그에 실린 백자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진의 백자에는 둥그스름한 광채가 어려 있었다. 백자를 꾸미기 위해 일부러 그려 넣은 빛이었는데[…]

책의 무덤
이영훈 / 2018-07-01
숨 넘어간다 / 김태호

[글틴 스페셜 – 동화]     숨 넘어간다     김태호               “해라야, 이제 집에선 이걸 써!”     엄마가 책상 위에 직사각형의 전자기기를 올려놓았다. 기기 본체와 연결된 호스 끝에는 마스크처럼 생긴 투명한 호흡기가 매달려 있었다.     “이게 뭐야?”     해라가 엄마를 올려보며 물었다.     “뭐긴 뭐야! 인공호흡기지.”     “인공호흡기? 쓰던 것도 있는데?”     해라는 책 더미 옆에 원통 모양의 플라스틱 통을 집어 들었다. 통을 손에 쥐고 버튼을 누르자 마스크 모양의 주둥이에서 ‘슈우욱’ 신선한 공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건 휴대용이잖아, 집에서는 이걸 써. 휴대용이랑 비교가 되겠니?”[…]

숨 넘어간다
김태호 / 2018-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