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 하는 일 외 1편 / 이서화

[신작시]     거울이 하는 일     이서화           옷을 입어 볼 때마다    거울은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       옷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일로 외출은 늘 늦어지기 일쑤다 분명 어디선가 입어 본 옷인데 어느 생에서는 예복으로도 혹은 상복으로도 입었던 것이 분명한 고르고도 골라 입는 옷       내 몸에 많은 옷이 살고 있다     기시감을 앓고 있다       옷에 몸을 맞추던 시절을 지나 다시 옷에 몸을 맞추는 이 계절의 나무들, 옷들은 그 주인의 품을 기억한다는데 내 몸에 딱 맞는, 맘에 드는 옷들이란 어떤 생의 한 벌[…]

거울이 하는 일 외 1편
이서화 / 2017-12-01
선생은 생선이 되고 / 강정

[커버스토리]     선생은 생선이 되고     강정           *       누구(필히 나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일 테다)를 ‘선생’이라 불러야 할 때면 입도 항문도 꽉 막히는 기분이 들곤 한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칭찬도 꾸지람도 모두 폭력으로만 받았다. 머리를 어루만지는 손이나 볼기짝을 두들겨 패는 손이나 그렇게 한통속의 참섭이라 여겼다. 그래서 늘 삐딱하거나 빙충맞거나 어디로도 에두를 데 없는 외곬이었다. 가르침을 받으면 그 반대로 움직였다. 과한 비약이겠지만, 여직 운전면허가 없는 이유도 그것과 연관 있다고 여기는 바이다. 사람이나 기계나 ‘원래 그렇게’ 움직여야 하는 것의 통제를 받거나 스스로 통제해야 하는[…]

선생은 생선이 되고
강정 / 2017-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