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모임 '아프고, 아프다' / 정홍수 외

[기획]     독자모임 – 아프고, 아프다     참여 : 정홍수(사회, 문학평론가), 장수라, 이영순, 김보배, 김지윤       정홍수 : 두 번째 자리네요. 네 분 의견을 모아 함께 이야기할 작품을 정했습니다. 강화길의 「손」(『문장웹진』 8월호), 김애란의 「가리는 손」(『창작과비평』 2017년 봄호),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소설집 『오직 두 사람』, 문학동네, 2017), 권여선의 「손톱」(『문학과사회』, 2017년 봄호), 이렇게 네 편의 단편입니다. 김애란과 강화길의 작품 제목에는 흥미롭게도 공통적으로 ‘손’이 등장하는데, 그 단어의 일차적 의미는 다릅니다만 비슷한 테마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영순 : 편견이라는 부분에서 그랬어요. 「손」에서는 나라는 화자가 사실은 알고 보면[…]

독자모임 '아프고, 아프다'
정홍수 외 / 2017-09-01
번역의 역설 / 조재룡

[비평in문학]     ‘여성, 노동’같은 전통적인 주제에서 시작해 ‘문체, 주체’와 같은 비평 키워드나 ‘번역, 상호텍스트성’같은 문학적 키워드, ‘환상, 무의식’같은 인접학문 그리고 ‘빅데이터, 가상현실’같은 미래용어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문학의 키워드는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비평in문학]의 새로운 비평 기획입니다.     번역의 역설 – 번역을 둘러싼 네 가지 오해     조 재 룡            어머니의 혀에 파묻혀서 고립할지, 순수언어로     탈피해서 고립할지 양자택일하는 길뿐인가요? 정말 그런가요? 사시키 아타루1)   *       번역은 ‘지(知)’를 교류하게 만드는 ‘문(文)’의 ‘활동’이다. 그러니까 인류의 지식과 사유는 번역을 통해, 번역 안에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번역의 역설
조재룡 / 2017-09-01
타월 외 1편 / 임승유

[신작시]     타월     임승유             타월을 꺼냈다. 있은 지 한참 됐는데 쓸 데가 없어서 해변에 가지 않았고 오늘 아침에 꺼내 놓은 새 것 냄새가 났다. 오래된 냄새도 함께 났다. 오래 생각하면 오래 있게 될 거야. 어제 뜬 태양이 오늘 또 떠서 밝고 환하고       부드럽고 부피가 있으며 흡수력이 뛰어나므로       언제 끝낼지 모르는 언덕처럼 두 다리를 끌어당겨 한쪽으로 돌아누우면 언덕은 완만한 언덕       언덕을 넘어서면 멀리 해변이 보였다.                        […]

타월 외 1편
임승유 / 2017-09-01
하기, 되기, 하기 / 이상희

[단편소설]     하기, 되기, 하기     이상희         1       “판다라고요?”     재오는 커다란 눈을 느리게 끔뻑이면서,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불안한 자세로, 비명을 지르듯이 말했다. 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는데, 그것은 어떻게 판다일 수 있나, 라는 불신보다는, 판다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막막함 같은 것에 가까웠다.     재오가 계발원을 찾은 것은 노량진 일대에 뿌려진 광고 전단 덕분이었다. 합격을 원하는 자, 내면의 시체를 깨워라. 재오가 그 전단을 받은 것은 9급 공무원 시험에서 세 번째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지 며칠이 지나지 않은[…]

하기, 되기, 하기
이상희 / 2017-09-01
단정한 방향 / 김애란

[단편소설]     단정한 방향     김애란             어젯밤 동네 근린공원 화단에 나무를 버렸다. 내가 자주 이름 불러준 나무였다. 살아 있는 식물을 쓰레기장에 두기 뭣해 차에 실었다. 오년 전, 오피스텔에 처음 들일 때보다 잎이 무성해 주차장까지 옮기기 쉽지 않았다. 묵직한 회색 제라늄 화기를 두 팔로 안아 조심스레 뒷좌석 바닥에 앉혔다. 가지 끝이 천장에 닿아 시든 이파리 몇 개가 낡은 가죽 의자 위로 떨어졌다. 나무 전체에 퍼진 깍지벌레 알이며 배설물이 차 안을 더럽히지 않을까 걱정됐다. 승용차 문을 닫고, 끈끈해진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운전석으로 향했다. 운전대 옆 서랍에서[…]

단정한 방향
김애란 / 2017-09-01
일요일 외 1편 / 조용미

[신작시]     일요일     조용미             일요일은 나란히 앉아 있다     각자 비스듬히 앉았다       우연히도 다른 장소의 같은 시대에 산다       한 접시에 붙어있는 계란프라이 두 개를 정확하게 반반씩 나누어 먹는다     커피와 녹차를 마신다       일요일은 둥근 테이블에 앉아 오래 책을 읽는다          소리 나지 않게 문을 닫았다     조용하게 손을 씻었다       문 밖과 문 안에서 잠시 보았다       일요일은 눈앞에 자꾸 보이는 슬개골을 만져보게 된다     얼굴은 보지 않게 된다       자연스러운 일요일에[…]

일요일 외 1편
조용미 / 2017-09-01
거짓말게임 / 강지영

[단편소설]     거짓말게임     강지영             피디 님은 후레시맨 기억하세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팔공 년 원숭이 띠면 저랑 갑이었네요. 저는 변신로봇이나 요술봉 휘두르는 미소녀보다 후레시맨을 훨씬 좋아했어요. 사실 제가 그 다섯 용사 중 한 명이거든요. 거봐, 역시 안 믿으시네. 세상에 이런 일이 피디쯤 되면 산전수전, 볼꼴 못 볼꼴 다 겪으셨을 텐데 뭘 이 정도로 그렇게 놀라세요? 어차피 떠날 생각이니까 다 털어놓는 거예요. 후, 더운데 맥주 한 캔 할까요?     드세요, 딱 한 잔만. 마시고 모르는 남남처럼 헤어지는 겁니다. 진짜 후레시맨이 맞냐고요? 맞다니까 그러시네.[…]

거짓말게임
강지영 / 2017-09-01
소통과 치유의 나르시시즘: 새로운 연대를 위한 가능성 / 김서영

[비평in문학]     ‘여성, 노동’같은 전통적인 주제에서 시작해 ‘문체, 주체’와 같은 비평 키워드나 ‘번역, 상호텍스트성’같은 문학적 키워드, ‘환상, 무의식’같은 인접학문 그리고 ‘빅데이터, 가상현실’같은 미래용어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문학의 키워드는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비평in문학]의 새로운 비평 기획입니다.     소통과 치유의 나르시시즘: 새로운 연대를 위한 가능성     김서영             1. 나르시스 칸타타: 연대의 가능성을 위하여      폴 발레리(Paul Valéry)의 「나르시스 칸타타(Cantate du Narcisse)」에서 나르시스를 사랑하는 님프는,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진 나르시스의 모습에서 “물의 맑은 수의의 싸늘함(le froid du limpide linceul de l’onde)”1)을 느낀다. 귀찮게 구는[…]

소통과 치유의 나르시시즘: 새로운 연대를 위한 가능성
김서영 / 2017-09-01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 임성순

[단편소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운명은 뜻밖의 형태로 찾아온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랬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황금기가 갑자기 끝나버린 것은 어느 재벌의 비자금 수사 때문이었다. 특검이 출범하고, 일가의 상속문제가 세간의 관심을 끌더니, 끝내 안주인의 미술 창고가 하나 열렸다. 기자들이 몰려갔고,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였으며,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우르르 박스를 들고 나왔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그림을 소유했다는 그녀의 걸작 컬렉션이 일부나마 빛을 보았다. 그리고 팝아트 거장의 걸작 소유권을 놓고 서로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 2017-09-01
새 외 1편 / 김정환

[신작시]     새     김정환         나보다 더 강력한 근육이다. 나보다 더 이유가 분명한 부리다. 나보다 더 목적이 뚜렷한 시선이다. 나보다 더 불길한 운명이다. 나보다 더 엄혹한 중력이다. 그래서 어디에나 있는 새. 나 몸무게 없다. 연민 없이는. 한 천 년 전부터.                             유리           사탕처럼 달기 위하여 몸이 너를 향해 한 없이 줄어든다. 식물이 이렇게 사랑할 것이다. 당분이 다 빠져나간 것을 본 후에도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화가들이 이렇게[…]

새 외 1편
김정환 / 2017-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