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카리아트 페미니스트 / 신샛별

[비평in문학]   문장웹진 비평 기획      2017년 3월부터 [비평in문학]에서는 비평적 글쓰기 형식의 다양한 방법을 비평가 자신의 실험을 통해 직접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자유로운 주제로 비평 양식에 대한 이론을 실제 비평으로 실천하는 글들이 이어질 것입니다. 비평의 효용과 기능에 대한 회의를 멈추기 어렵지만, 비평을 읽지 않고 쓰지 않는 문화가 더 낫다 생각할 수 없습니다. 비평의 새로운 정동과 문제의식을 스스로 요청하지만, 그것이 기존의 모든 비평을 폐허로 만든 자리에서만 가능하리라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한국문학 비평의 고답성 혹은 무용함에 대한 비판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앞으로 [비평in문학]은 ‘비평가’로서 어떤 글쓰기를 창안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비평가의 고민을 구체화하는 장이[…]

프레카리아트 페미니스트
신샛별 / 2017-07-01
아마도 울프씨 외 1편 / 정한아

[신작시]     (단독) 아마도, 울프 씨?     정한아             Weekly Fang’s Korea 정한아 기자 기사 최종 입력 2017-06-12 20:44     외제차에서 골프채만 전문적으로 훔치는 절도범이 검거되었다 경찰과 취재진이 그의 아파트를 덮쳤을 때, 반바지차림의 그는 막 부루스타에 해피라면을 끓여 한 젓가락 뜨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집은 바닥부터 천장 아래 약 30센티 지점까지 골프채가 가득 쌓여 있었고, 화장실과 부엌으로 가는 길만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만큼 뚫려 있었다       양반다리를 하고 냄비에서 라면을 건져 입에 넣다, 들이닥친 경찰과 눈이 마주친 그는 왼손에 들고 있던 냄비뚜껑과[…]

아마도 울프씨 외 1편
정한아 / 2017-07-01
주인 / 김호애

[단편소설]     주인     김호애             4층 주인집에서 키우는 갈색 푸들이 용이의 말티즈 엉덩이에 코를 박으며 따라붙었다. 도망치던 말티즈는 짧은 순간, 푸들 아래에 깔려 낑낑댔다. 뒤늦게 그 모습을 발견한 용이가 발을 굴렀다.     “가!”     푸들은 현관 쪽으로 잽싸게 몸을 뺐다가 단단한 대리석 바닥에 발톱 부딪는 소리를 내며 제 집으로 돌아갔다. 위층에서 개의 하울링과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들의 노골적인 애정공세를 본 건 처음이라 용이는 비위가 상하고 말았다.     용이는 말티즈의 겨드랑이 아래에 손을 끼워 안아 올렸다. 개를 어르고 달래며 엄지만 한 작은[…]

주인
김호애 / 2017-07-01
계면 외 1편 / 강성은

[신작시]     계면(界面)     강성은         k는 죽은 후에도 가끔 산책을 한다 p는 죽은 후에도 가끔 시를 쓰고 담배를 핀다 L은 술을 마시고 꿈도 꾼다 어제는 오래 전 죽은 친구를 만나 강에서 수영을 했는데 죽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b는 살아있는 사람인 척 온종일 까페에 앉아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옆 테이블에서 떠드는 사람들도 살아있는 척 하느라 그런 것 같았다 도시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누가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m은 아이를 낳고 나서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은 잊기로 했다 생각해 봐야 좋을 것이 없었다 h는[…]

계면 외 1편
강성은 / 2017-07-01
음악은 듣지 않기로 외 1편 / 김기형

[신작시]     음악은 듣지 않기로     김기형         떨어진다 저 크고 단단한 숲 이후의 저녁이 하얀 풀벌레가 (풀벌레의 배가 파랗다)   너는 그네처럼 춤을 춘다 한쪽 날개가 막 돋아난 얼굴로 내일과 아침을 비슷하게 말한다   그런 말들은 무슨 의미니   오른편 무릎 오른편 사람 네가 흔드는 너의 오른편 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배우는 감정   한 곳을 오래 응시하는 기분   나는 너의 손등에 기대서 나의 볼과 너의 손이 꼭 닿는지 한참을 헤매   숲은 밖으로 나가지 않지 기운 나뭇가지들이 꿈틀거리는 벌레들을 이끌어 그래 오늘은[…]

음악은 듣지 않기로 외 1편
김기형 / 2017-07-01
오로지 혼자 어두운 외 1편 / 구현우

[신작시]     오로지 혼자 어두운     구현우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지만 나의 방은 한 명 이상의 외로움이 있다       앨범과 책은 저 혼자 쓰러지기도 한다 금이 간 지독한 꽃병의 무늬는 그렇게 완연하다       극적인       사건과 별개로 이불은 다른 형태로 구겨질 뿐 올바르게 펴지는 법이 없다 누군가의 침실이었던 나의 방에서 사랑을 나누는 일은 위험하다       위로부터 잠깐 찾아온 소음이 평생 머문다       나의 방       한가운데       제각각 그림자가 한데 모여 일렁인다 무섭게 따뜻한 기분 그건 어디엔가[…]

오로지 혼자 어두운 외 1편
구현우 / 2017-07-01
관객의 자격 / 이유

[단편소설]     관객의 자격     이유             나무식탁 하나가 다였다. 낮은 천장에 달려 있는 조명 서너 개와 음습한 콘크리트 벽, 그리고 시멘트 바닥. 객석인 계단에는 방석 하나 깔려 있지 않았다. 무대가 밝아 오자 젊은 남녀가 속옷 차림으로 식탁에 수저를 놓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가르칠 식탁 예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것은 실은 아무것도 없다. 보이지 않는 걸 보이게 하는 건 두 배우의 손짓이며 몸짓이다.     식사 도중 이혼한 친구 부부 얘기를 하다 친구 부부 얘기가 그들의 일인 것처럼[…]

관객의 자격
이유 / 2017-07-01
왓 더 퍽! / 노희준

[단편소설]     왓 더 퍽!     노희준             오랜만에 세상에 나와 보니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싸우고 있었다. 집 앞에서는 두 아저씨가 멱살을 잡고 있었고, 골목 어귀에서는 아줌마와 중딩 남자애가 되지도 않는 씨름을 하며 다소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등산 스틱을 든 할아버지가 생머리 소녀를 추격했다.       초딩들이 나이 지긋한 할머니를 뒤쫓으며 희롱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심각하다거나, 말려야겠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오랫동안 나는 세상에는 없는 기타코드를 연구 중이었는데, 초보일 때는 신기한 코드들이 잘만 생각나더니, 지금은 타락해 있었다. 타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왓 더 퍽!
노희준 / 2017-07-01
누군가의 칸 / 남궁지혜

[단편소설]     누군가의 칸     남궁지혜             칸이 죽은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 길이 없다. 다만 확신하는 것은 칸은 죽었으며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조만간 오빠에게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의정부로 가야 한다. 항주를 만나기 전만 해도 반년에 두 번 정도는 갔으나 이젠 그것마저도 어렵다. 거의 일 년 만이나 다름없는 면회라 오빠를 보면 무슨 말을 먼저 던져야 할지 난감하다. 어쩌면 나보다도 세 끼 꼬박 챙겨 먹고 살지 모르는데도 잘 지내고 있느냐 따위의 식상한 질문만 생각난다. 자연스럽게 칸에 대한 안부가 나올[…]

누군가의 칸
남궁지혜 / 2017-07-01
감상 소설 / 양선형

[단편소설]     감상 소설     양선형                1927년(30세) ― 눈부심을 두려워한 나머지 태양이라는 것이 귀두처럼 역겨운 장밋빛이며 요도처럼 열려 오줌이 나온다는 사실을 결코 알지 못했다면, 의문으로 가득 찬 눈을 자연 한가운데서 뜨는 것은 아마도 쓸데없는 일이리라. 1)   1)  조르주 바타유, <연보>       그는 어느 날 홀연히 석방되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날짜를 가늠하는 일을 포기한 상태였다. 외롭고 지루했다. 그가 기거하는 옥사 앞에 우두커니 멈춰선 교도관이 그를 향해 세 번 박수를 쳤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일생의 대부분을 퇴락한 교도소의 비좁은 닭장에서 소일한 그의 형량이[…]

감상 소설
양선형 / 2017-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