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학/비평의 종말'에 대한 단상(들) / 백지은

[비평in문학]   비평 기획– 한국 문학에 불만 있다?       2016년 한국 문학은 어느 위치에 자리하고 있을까요. 문학을 둘러싼 최근의 담론들 그리고 2010년대 중반 현재의 한국 사회 문화의 종합적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국 문학은 어떻게 생각되고 이야기될 수 있을까요. 그보다 먼저, 현재의 복합 다층적인 사회 문화적 조건과 더불어 한국 문학은 어떤 형태와 어떤 맥락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 문학에 대한 불만은 기실 개별 텍스트, 즉 어떤 소설, 어떤 시, 어떤 산문, 어떤 글쓰기에 바로 드러나 있는 요소들로만 환원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한국 문학을 구성하는 개별 텍스트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이야기될 수[…]

'K문학/비평의 종말'에 대한 단상(들)
백지은 / 2017-02-01
제설제 외 1편 / 송승언

  [신작시]     제설제     송승언            없는 자유를 촛불 옆에서 생각하니 달콤하다 했던 사람처럼    없는 것들을 생각하니 든든하다    침침한 형광등 아래 누워    생각 없음에 대해 생각하면 속이 꽉 차는 것 같다          이렇게 또 없는 것들에 기댄다    영영 우리 눈에 비치지 않을 것들이    그럼에도 존재하는 거라고    영혼 없이 생각을 비워버린다          없는 것들도 형상을 가진다면 좋을 텐데    눈처럼 떨어지고 흔들리다가    녹아내리고 뭉쳐지다가    더는 없는 모든 것들을 기념하는 제단으로 가기    그러면 사라지는 것들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눈이 엄청 쏟아진 다음 날[…]

제설제 외 1편
송승언 / 2017-02-01
그저 촛불 하나 외 1편 / 진은영

  [신작시]     그저 촛불 하나1)     진은영            노란 해바라기 속 씨앗처럼 빼곡히 켜지는 촛불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옆에 있어줘 고맙다는 유가족들    세월호와    죽은 노동자와    죽은 민주주의와    죽은 강물과    죽은 헌법적 권리의    모든 유가족이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저 촛불 하나 든 우리에게          “반갑습니다    꺼질까봐 두렵습니다    정말 무섭습니다”2)          처음에 우리는 노란 풍선처럼 떠올랐습니다    가볍고 자유롭고 금세 어디론가 사라질 것만 같은 마음    그렇지만 내내 싸웠습니다    그렇지만 내내 싸울 겁니다    슬픈 노래가, 간절하게 기쁜 노래가 촛불들 사이로 들려오는 광장에서    맑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너를[…]

그저 촛불 하나 외 1편
진은영 / 2017-02-01
‘광장’ 이야기 / 정홍수

  [커버스토리]     ‘광장’ 이야기 — 사랑의 이름으로 열리고 깊어지는 푸른 광장     정홍수             1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주말이면 이어져 온 촛불집회가 강추위가 닥친 신년의 1월 14일까지 12차례를 기록했다. 보도를 보니 참가한 연인원이 서울 881만 명, 지방 201만 명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1,100만에 가까운 숫자이다. 놀라운 기록이고 숫자이다. 유례없는 민주주의의 광장이 열리고 있는 셈인데, 광장의 열기가 분노한 민의의 집결을 넘어 민주적 축제의 놀이판으로 진화하고 새로운 공론장의 가능성을 아우르면서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촛불집회 이후 행로를 예단하거나 그 가능성을 제한할 필요는 없는 일이겠거니와,[…]

‘광장’ 이야기
정홍수 / 2017-02-01
낭독할까 외 1편 / 안태운

  [신작시]     낭독할까     안태운         어떤 건 눈먼 후 미래의 것, 이라고 썼다 썼다가 지웠다 그러나 지운 것들로 과거를 만들었다 모르는 것으로 과거를 지웠다 그것을 낭독할까 모르는 것으로 낭독하면 흩어져 잊혀지나     나는 낭독할까     잊혀지는 것들 곁에서     나는 남아서     그러므로 낭독할까     사람 앞에서     이를테면 내 앞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은 이미 눈을 잃었고 그러나 잃을까 두려워하고 과거가 먼 미래의 형태로 맺혀 있어 눈 감고 있다 감은 눈으로 내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나는 그 사람에게     그러니 그 앞에서 낭독할 수[…]

낭독할까 외 1편
안태운 / 2017-02-01
사거리의 불빛 / 금희

  [단편소설]     사거리의 불빛     금 희         17년 전의 어느 여름밤, 아버지는 괴이한 어둠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사거리에서 종이돈을 태우는 여자를 만났다. 할머니네 아파트 뒷문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이었는데 온 저녁 들이마신 소주와 맥주 때문에 아버지의 오줌보는 터질 듯 팽팽히 불어났다.     아버지는 차를 길가 낡은 가로등대 아래에 세워 놓고 급히 그 곁 담벽 앞으로 달려갔다. 작고 볼품없는 초등학교의 오래된 벽돌담 벽에는 아버지 같은 ‘취민’들이 질러 놓은 오줌 자국들이 군데군데 축축하니 번져 있었다. 지린내 진동하는 그 음습한 곳에 마주 서서 아버지는 허리춤을 끄르고 서둘러 자신의 ‘연장’을 꺼내[…]

사거리의 불빛
금희 / 2017-02-01
파도의 온도 / 이은선

  [단편소설]     파도의 온도     이은선         배가 깊이 올라가고 있다. 몇 번 내려앉은 뒤로는 파도를 따라 계속 솟구치는 중이었다. 뱃전의 모든 것들이 들썩이며 튀어 오르고, 흩어지거나 사라져 버렸다. 아기를 안은 아비의 몸이 난간에 부딪쳤다. 강보에 싸인 아기가 배 밖의 파도에 휘말렸다. 배 한쪽에 뒤엉켰던 사람들 속으로 아비가 처박혔다. 갑판에 남은 물들이 일순간에 사라지며 배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배 바닥이 터지려는 조짐이었다. 그 틈에라도 나는 죽어야 했다. 죽을힘을 다해 배 끝으로 다가갔다. 갈라진 곳들이 갈가리 터지는 소리가 났다.     어서 나를 죽여라. 내 몸을 흩어 놓아라.[…]

파도의 온도
이은선 / 2017-02-01
/ 윤해서

  [단편소설]     빛     윤해서         나무들이 물들지 못했기 때문일까. 겨울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달력의 숫자가 바뀌었지만 해는 바뀌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지속되고 있어.   *       화진은 일주일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일주일 새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오늘밤도 힘들 거 같아.     신호음이 여러 번 울리도록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응, 여보.     화진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전 다행히 아내가 전화를 받는다.     어디야?     화진의 목소리에 짜증이 숨겨져 있다.     밖이야. 친구들 만났어.[…]

윤해서 / 2017-02-01
딸기를 보관하는 법 외 1편 / 박세미

  [신작시]     딸기를 보관하는 법     박세미         딸기를 반으로 가르면     하얀 촛불이 켜진다     천사의 힘줄처럼     타오르는     단면     중심에 눈부심을 가두는 일     이 방식에는 강력한 슬픔이 있어     보관하는 방법에 따라     날씨, 운세, 기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딸기를 심으면 딸기가 열린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자     한겨울 손에 딸기 한 알을 쥐고 온종일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았다면. 또는,     보석함에 딸기를 넣어두었다가 마침내 봄이 되어 뚜껑을 열어보았다면. 아니면,     그냥 그 자리에서 먹어버렸다면.      […]

딸기를 보관하는 법 외 1편
박세미 / 2017-02-01
나는 비평가다, 고로 나는 비평한다 / 황현경

[비평in문학]   비평 기획– 한국 문학에 불만 있다?       2016년 한국 문학은 어느 위치에 자리하고 있을까요. 문학을 둘러싼 최근의 담론들 그리고 2010년대 중반 현재의 한국 사회 문화의 종합적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국 문학은 어떻게 생각되고 이야기될 수 있을까요. 그보다 먼저, 현재의 복합 다층적인 사회 문화적 조건과 더불어 한국 문학은 어떤 형태와 어떤 맥락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 문학에 대한 불만은 기실 개별 텍스트, 즉 어떤 소설, 어떤 시, 어떤 산문, 어떤 글쓰기에 바로 드러나 있는 요소들로만 환원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한국 문학을 구성하는 개별 텍스트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이야기될 수[…]

나는 비평가다, 고로 나는 비평한다
황현경 / 201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