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연
미동 외 1편 / 안희연

    미동       안희연             나무 한 그루를 베어 왔다. 이 숲엔 나무가 차고 넘치니까 한 그루쯤은 괜찮겠지. 그날 일을 완전히 잊었다. 달고 긴 잠을 잤다.       그 숲을 떠올린 건 방 안에서 낯선 소리를 들었을 때였다. 삭삭. 삭삭.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무언가 베는 소리가 반복됐다.       잘못 들었겠지.       무심해지려고 돌아누웠다. 어둠 속에서 칼이 번뜩였다.       다 필요 없다는 말. 썩은 부분을 도려내려는 손처럼. 집요한 밤이 찾아왔다. 아침을 가로막고 서서       그날의 벌목을 떠올렸다. 한 그루 나무가[…]

미동 외 1편
안희연 / 2016-01-04
신영배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 외 1편 / 신영배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       신영배         나무에 기대지 않고 그 여름 푸른빛에 두 다리가 녹아들었네 사랑에 빠진 여자는 숲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지   계단에 기대지 않고 그 시인은 사라진 방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계단이 방의 성경을 읽는 빌딩의 숲에서 어떻게 그 사라진 방으로 들어갔을까   어떻게 사라졌을까 문을 여는 동시에   무너져 내리는 숲의 한 귀퉁이를 가꾸느라 나는 사계절을 다 쓴다 물에 떠내려간 초록색 입술들을 모아 한 겹 아름다운 귀를 만들 수 있을까   그날은 두 손을 씨앗처럼 땅에 묻고 돌아오던 때였지 노을[…]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 외 1편
신영배 / 2016-01-04
김언희
스카이 댄서, 영등포 외 1편 / 김언희

    스카이 댄서, 영등포       김언희         -피로연뷔페상에새까맣게붙어선하객들이파리떼같다우린액젓속의멸치꼴이된거야이젠피아도없어   -하루에스무번씩발생한다는초미세지루함왜나는공황장애도안올까개도미치는데   -모친어쩜그건두발이달린늠름한남근같은걸지도몰라요귀두에중절모를비껴쓴   -네가진짜되고싶었던건시인이아냐두개골천공기야   -인천지하철자살방지스크린도어설치완료그스크린위에나붙을주옥같은시편들그런시한편못쓰고죽는다나는   -넌다섯번은죽어야돼지렁이니까심장이다섯개니까   -이곳의비명은소리가없어비명은추락하는자가지르는거야투신하는자는비명을안질러   -마음魔音마음魔音손목을자르듯이댕강잘라버릴수는없을까생각을   -나를귀신보듯보지좀마이제그만떨어도돼입술   -잘못살고있지않은사람은아무도없어너나없이목구멍에칼이박힌채살아   -결정적인순간마다우헤헤헤헤관짝속에서튀어나오는딱다구리어째서죽은사람만이토록생생하게살아있을까   -그유명한변사체가먹다죽은명품육포주문폭주로품절이다그거혹시육포광고아니었을까   -영등포쇠살모사친목계모임   -개가어때서적어도제샅은제입으로핥더라우리말싸움대신개싸움을하자고인간적으로   -당신은팔월에내리는폭설같아폭염속의폭설어째서   -어째서움켜잡게되는걸까막빠져나가는성기라도되는듯이* 움켜잡게되는걸까시를   -주인공은오늘밤죽을수있을것같지가않다바닥이없다면뱀은대체어디서기어야하나殺母蛇도   -殺母蛇가그리울까정말   * 파스칼 키냐르                 폭서       오이의 숙명적 發狂은 오이를 불쑥 내어 미는 것*   내어 민 오이의 포르노的 사이즈 때문에   허공을 철벽처럼 파고 들어가는 오이순의 굉음   멱을 따 놓은[…]

스카이 댄서, 영등포 외 1편
김언희 / 201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