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영
모두의 내력 / 오선영

고속버스터미널은 이른 휴가를 떠나는 사람으로 붐볐다. 민주는 빨간색 캐리어를 끌고 왔다. 외국 출장을 자주 나가는 아버지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할인을 하나도 받지 않고 산 것이라 했다. 분홍색 핫팬츠에 노란색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얼굴의 반을 가리는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모두의 내력
오선영 / 2016-01-04
이은선
쇳물의 온도 / 이은선

두 손으로 의원의 눈을 열었다. 천남성을 섞은 막걸리 두 동이에 취한 뒤라 어지간해서는 일어나기 어려울 터였다. 약방을 드나들며 약초의 효능을 익혀 둔 것이 꽤나 요긴했다. 입때껏 맹인 행세를 해온 의원이 이제 진짜 맹인이 될 차례였다.

쇳물의 온도
이은선 / 2016-01-04
박화영
감옥 설계사 / 박화영

뒤집힌 소파 너머로 자칭 감옥 설계사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구급대원은 말을 걸어오는 남자를 볼 수 없었다. 비단 남자뿐만이 아니라 집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며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쓰레기

감옥 설계사
박화영 / 2016-01-04
윤선영
빨대 / 윤선영

형이 죽었다. 입원한 지 넉 달 만의 일이었다.
사흘 밤낮에 걸친 긴 가족회의 끝에, 형의 얼굴에 씌워 놓은 산소 호흡기를 제거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엄마는 유일하게 반대를 한 사람이었다. 그럴 수는 없다, 절대로 그럴 수 없어. 첫날 엄마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빨대
윤선영 / 2016-01-04
해이수
[중편연재] 탑의 시간② / 해이수

네 사람은 게스트 하우스 앞에 대기한 4인용 마차에 올랐다. 차양을 두른 마차는 외관이 빅토리아풍이었다. 마부는 챙이 좁은 모자를 쓰고 와이셔츠에 푸른 체크무늬 론지를 입고 있었다. 여성 둘은 정방향에 앉고 남성 둘은 역방향으로 앉았다. 마부가 휘파람을 불며 말고삐를 흔들자 타이어를 덧댄 네 개의 크고

[중편연재] 탑의 시간②
해이수 / 2016-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