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 외 1편 / 하재연

  [신작시]     아쿠아리움     하재연     유리가 이룬 사각형의 세계는 가득 찼다. 네가 떠온 물과 내가 떠온 물은 합쳐 하나의 물이 되었고 이끼는 자라고 무성해진다.   빛은 어둠만큼 필요하지 않다. 아주 조금, 조금씩 숨 쉴 수 있다면 가능하다.   물의 힘으로 우리의 배설은 표백되어 간다. 우리를 먹이는 것이 있고,   삼키고 뱉으며 입과 꼬리는 서로를 잇는다.   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벗은 껍질들, 그리고 너의 시체, 산성도를 높이는 모든 것들   물을 버리고 새로운 물을 넣는다. 너의 숨이 나에게 닿지 않고, 나의 숨은 나에게 부족하다.  […]

아쿠아리움 외 1편
하재연 / 2016-11-03
밤이 얼마나 깊었냐 하면 외 1편 / 김상혁

  [신작시]     밤이 얼마나 깊었냐 하면     김상혁         소설을 덮었더니 아내가 없었다. 나는 중요한 인물을 놓쳤구나, 시간이 너무 흘렀구나 싶었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책을 읽겠구나 싶었다. 밤이 얼마나 깊었냐 하면 아까 만진 게 너의 발인지 영혼인지 모르겠다 싶었다.       소설 속 배경은 뉴욕이었다. 어쩌면 거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배경마저 버리고 나갔나 싶었다.       어둠 속에 사람 하나 사람 둘…… 그리고 고양이나 컵을 센 것 같았다. 좋은 책은 독자에게 말을 거는 법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고 싶었다.       그[…]

밤이 얼마나 깊었냐 하면 외 1편
김상혁 / 2016-11-01
개의 계속 / 한유주

  [단편소설] 2016.11.4. 최종수정 되었습니다.     개의 계속     한유주         쓰지 마라. 처음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잊어버렸다. 처음, 그러니까 시작, 시작하기 전에도 처음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건 무슨 말일까. 또 이래서는 안 돼. 이러면 안 돼. 또 이렇게 시작하면, 아니, 시작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면서 시작하면 또 모두에게서 비웃음을 당하고 말 거야. 쓰지 마라,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쓰지 마라. 그래서 나는 쓰지 않기로 했다. 오랫동안.     그렇게 오랫동안은 아니었어, 고작 몇 년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려면 몇 초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나는 몇 년 동안 하루도[…]

개의 계속
한유주 / 2016-11-01
발포정 / 김성중

  [단편소설]     발포정     김성중         그녀에게는 두 명의 남자 친구가 있다. J와 JJ. 어린 시절의 동무들로 스무 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 없다. 그녀는 예쁘고 변덕스럽지만 J와 JJ에게만은 한결같이 마음을 털어놓고 있다. 시골 마을의 여왕 같은 그녀. 연인은 자주 바뀐다. 그래도 어른이 되면 막연히 J와 JJ 중 하나와 연애를 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됐을 때 사랑은 어떤 군인에게 향했고, 끝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두 남자의 어깨에 번갈아 기대어 울었다. J와 JJ는 다정한 말로 위로해 주었다. “기운 내.” “우리는 언제나[…]

발포정
김성중 / 2016-11-01
더럽고 흉악한 문학(적 삶) / 허희

  [비평in문학] 2016.11.4. 최종수정 되었습니다.   비평 기획– 한국 문학에 불만 있다?       2016년 한국 문학은 어느 위치에 자리하고 있을까요. 문학을 둘러싼 최근의 담론들 그리고 2010년대 중반 현재의 한국 사회 문화의 종합적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국 문학은 어떻게 생각되고 이야기될 수 있을까요. 그보다 먼저, 현재의 복합 다층적인 사회 문화적 조건과 더불어 한국 문학은 어떤 형태와 어떤 맥락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 문학에 대한 불만은 기실 개별 텍스트, 즉 어떤 소설, 어떤 시, 어떤 산문, 어떤 글쓰기에 바로 드러나 있는 요소들로만 환원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한국 문학을 구성하는 개별 텍스트를[…]

더럽고 흉악한 문학(적 삶)
허희 / 2016-11-01
대륙적 기상 외 1편 / 황유원

  [신작시]     대륙적 기상     황유원     저 달은 떠 있다 중력으로 휜 공간에 갇혀 어쩌자고 매일매일 저 달은 떠 있나 너랑 마지막으로 술 마시는 날 너는 자꾸 한 잔만 더  라고 말하고 오늘 나에겐 그 입을 닫아줄 힘이 없다 너는 요즘 중국에서 잘 팔린다는 시인 얘길 하고 너와 자기 위해 중국의 반을 건너 왔다 어쩌고 하는 문장을 읊는다 그 시인은 농민공에다 장애인이라는데 정확한 장애의 명칭을 한국어로 모르는 너는  그의 장애를 흉내내고 그런 너의 모습은 꼭 장애인 같고 너는 장애인이고 나는 장애인이고 나는 그의 시를 함께 번역하자는[…]

대륙적 기상 외 1편
황유원 / 2016-11-01
단풍나무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 / 김도연

  [커버스토리] 2016.11.3. 최종수정 되었습니다.     단풍나무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 – 만해 한용운의 백담사     김 도 연             설악산 백담사 입구 용대리란 마을에 간 적이 있다.     송이버섯이 나오는 계절이었다. 산사람들의 베이스캠프 비슷한 민박집에 모여든 술꾼들은 초저녁부터 송이버섯을 구워 술을 마셨다. 내가 어떻게 그 낯선 자리에 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시를 쓰는 친구를 만나러 속초에 갔다가 우연히 합석을 한 듯하다. 그들 중 대부분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그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까지 하나둘 합류를 했던 것 같다. 삼겹살과 송이를 구워 술을 마시며 깊어 가는[…]

단풍나무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
김도연 / 2016-11-01
[연재에세이3] 내 인생의 주인공에게 / 김혜정

  [연재에세이]     이야기를 통한 고민 해결 ‘내 인생의 주인공에게’ – 자신이 중심이 되는 삶을 위해     김혜정     이번 글의 테마가 된 이야기의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려고 했지만, 몇 번을 쓰다가 지웠다. <슬램덩크>를 어찌 몇 줄로 설명할 수 있을까? 농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해본 적 없는 고등학생 강백호는 첫눈에 반한 채소연의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엉겁결에 농구부에 들어가게 된다. 농구 경기의 룰도, 기본 동작도 모르는 강백호는 조금씩 농구를 배워 가며 진짜로 농구를 좋아하게 되고, 진정한 바스켓 맨으로 성장한다, 라는 이 두 문장은 너무나 조악하다.   한참을 고민했다. 그렇다면[…]

[연재에세이3] 내 인생의 주인공에게
김혜정 / 2016-11-01
순문학이라는 장르 소설 / 노태훈

  [비평in문학] 2016.11.3. 최종수정 되었습니다.   비평 기획– 한국 문학에 불만 있다?   2016년 한국 문학은 어느 위치에 자리하고 있을까요. 문학을 둘러싼 최근의 담론들 그리고 2010년대 중반 현재의 한국 사회 문화의 종합적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국 문학은 어떻게 생각되고 이야기될 수 있을까요. 그보다 먼저, 현재의 복합 다층적인 사회 문화적 조건과 더불어 한국 문학은 어떤 형태와 어떤 맥락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 문학에 대한 불만은 기실 개별 텍스트, 즉 어떤 소설, 어떤 시, 어떤 산문, 어떤 글쓰기에 바로 드러나 있는 요소들로만 환원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한국 문학을 구성하는 개별 텍스트를 통과하지[…]

순문학이라는 장르 소설
노태훈 / 2016-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