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의 대립 외 1편 / 이장욱

  [신작시]     도봉구의 대립     이장욱         그는 높은 곳과 낮은 곳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도봉구에서 외로웠다. 기독병원 5층     또는 지하식당에서       도봉구의 생활은 너와 나 사이에서 흘러갔는데     그것을 고체와 기체 사이라고 불렀는데     생물과 무생물 사이라고     드디어 전생과     기일 사이라고       하지만 결국     격투에 가까운 것       그는 화를 내지는 않았다. 도봉구에 가득한 음극과 양극을 잊은 사람 같았다. 소박한 불행을 떠올리고 사소한 의무를 행하는 이들과 함께     도봉구의 드넓은 사막에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악마의 얼굴을[…]

도봉구의 대립 외 1편
이장욱 / 2016-10-04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밌다는, 그런 친구들 / 박성준

[비평 in 문학]   비평 기획– 한국 문학에 불만 있다?       2016년 한국 문학은 어느 위치에 자리하고 있을까요. 문학을 둘러싼 최근의 담론들 그리고 2010년대 중반 현재의 한국 사회 문화의 종합적 환경을 고려한다면 한국 문학은 어떻게 생각되고 이야기될 수 있을까요. 그보다 먼저, 현재의 복합 다층적인 사회 문화적 조건과 더불어 한국 문학은 어떤 형태와 어떤 맥락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 문학에 대한 불만은 기실 개별 텍스트, 즉 어떤 소설, 어떤 시, 어떤 산문, 어떤 글쓰기에 바로 드러나 있는 요소들로만 환원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한국 문학을 구성하는 개별 텍스트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밌다는, 그런 친구들
박성준 / 2016-10-01
고공행진 / 전석순

  [단편소설]     고공행진     전석순         결과는 불안 47%에 긴장이 26%, 두려움이 19%, 불쾌가 6%다. 나올 때 스캔한 것과 별다를 건 없다. 구성 비율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이 정도면 작업에 무리는 없을 것이다. 다만 뒤에 붙은 기타 2%가 걸린다.     기타로 나오는 건 정확하게 스캔할 수 없는 감정이다. 기준치를 넘으면 경보음이 울리고 가까운 병원이 안내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도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위급한 상태로 판단하고 위치를 추적해 구급차를 호출한다.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진 경보음이 멈추지 않는다. 특정 감정이 80% 이상일 때도 마찬가지다. 한 번이라도[…]

고공행진
전석순 / 2016-10-01
非 외 1편 / 차성환

  [신작시]     非     차성환         차가운 비가 내리는 환한 대낮에 빗줄기가 아스팔트와 건물과 우산을 때리고 있다고 생각했고 갑자기 방안은 어두워지고 사람들이 비를 피하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서둘러 창문을 열어 비 오는 풍경을 보려 했지만 실제로 바깥에는 비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고 비가 아니 온다는 사실 때문에 간신히 조금이나마 들뜬 나를 실망시키기 싫었으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기를 조금이라도 무엇이 움직이기를 바랐고 사실 비가 아니 올 수도 있고 환청을 들은 것일 수도 있기에 설령 비가 아니 오더라도 비가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非 외 1편
차성환 / 2016-10-01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이근화

  [커버스토리]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 문학관과 지용 생가     이근화(시인)             정지용 문학관과 지용 생가는 충북 옥천군 옥천읍 하계리에 자리 잡고 있다. 도로명 주소 변경으로 ‘향수길’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옥천에는 그의 작품명을 딴 상점과 공원, 시비 등이 쉽게 눈에 띈다. 군청에서 관리하는 가로수조차도 ‘향수’라는 푯말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지용 생가의 사립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담한 초가집이 눈에 띈다. 우물과 장독대가 소담스레 자리하고 있으며 돌담길과 물레방아가 있어 옛 정취를 돋운다. 정지용이 쓴 민요풍의 동시가 절로 떠오른다. 문학관 앞에는 시인의 청동 입상이,[…]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이근화 / 2016-10-01
은주의 외출 외 1편 / 장수진

  [신작시]     은주의 외출     장수진     거실 일본 미노 지방의 닥나무 껍질로 만든 꽃으로 장식된, 크고 작은 선인장들 빼곡히 놓여있다 죽은 선인장 사이로 탐스러운 미농지 꽃들 일기 예보를 전하는 티브이 소음 간간히 들린다   이게 어떻게 된 까, 단풍이 무르익는 늦가을에 42도의 폭염이… 강풍과 비 사이로 해, 젖은 개와 새가 점프하고 뛰노는 오후… 나가면 죽는다   아버지 소파에 앉아 푸드득 몸을 떤다 몸을 배배 꼬는 은주 아버지, 나 여자가 될래요   기름을 뽑아야겠군 아버지는 딸의 몸을 걸레처럼 쥐어짠다   우웩 기름 냄새, 아이 간지러워요 은주는[…]

은주의 외출 외 1편
장수진 / 2016-10-01
나이트클럽 연대기 / 송지현

  [단편소설]     나이트클럽 연대기     송지현         j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 전날이었다. j와 친구들은 이른 저녁을 먹고 케이크를 손에 쥔 채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를 정하는 누군가가 그 후의 시간을 책임져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아무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해야 할 많은 선택들과 그 책임들에 지쳐있었다. 그런 것들이 자꾸만 많아진다고, 저녁 식사 내내 그들은 이야기 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들어선 곳은 나이트클럽이었다. 웨이터가 친구의 팔목을 잡아끌었고,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그만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거절하지 않아서[…]

나이트클럽 연대기
송지현 / 2016-10-01
첫사랑 / 최진영

  [단편소설]     첫사랑     최진영         이우현이 내 팬티를 가지고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는 흔한 팬티. 어떻게 돌려받아야 하나 고민만 하다가 사흘이 지났다. 결국 문자를 보냈다.     내 팬티 돌려줘.     싫다는 답장이 왔다. 다시 문자를 보냈다.     그럼 갖고 있지 말고 버려.     싫다는 답장이 왔다. 문자를 보냈다.     너 변태냐?     마음대로 생각하라는 답장이 왔다. 고작 낡은 팬티 한 장일 뿐이다. 잃어버렸다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잃어버린 게 아니니까. 이우현이 가지고 있으니까. 내 팬티를 죽을 때까지[…]

첫사랑
최진영 / 2016-10-01
[연재에세이2] 몇 등인지가 중요해? / 김혜정

  [연재에세이]     이야기를 통한 고민 해결 ‘몇 등인지가 중요해?’ -순위화, 등급화에서 벗어나길     김혜정     수영선수인 준호는 초등부 남자 200m 자유형 대회에 출전해 ‘또’ 4등을 한다. 아들의 입상을 바라는 엄마는 메달을 따게 해준다는 코치를 수소문해 찾아가 준호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준호는 처음으로 2등을 하게 된다. 준호의 입상에 가족들은 파티를 하게 되고, 남동생이 묻는다.     “형, 맞고 해서 잘한 거야? 예전에는 안 맞아서 4등한 거야?”     놀란 아빠와 달리 모든 걸 알고 있는 엄마는 얼른 화제를 돌리려고만 한다. 코치가 준호를 때렸다는 것을 알게 된 아빠는 화를[…]

[연재에세이2] 몇 등인지가 중요해?
김혜정 / 201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