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에세이] 괴담 라디오, 볼륨을 높이다 / 김휘

믿거나 말거나지만 지구가 종말을 맞아도 살아남는 게 있다면 바퀴벌레라고 한다. 번식력과 적응력이 대단하다는 말인데 인간의 욕망도 만만치 않다. ‘끝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욕망. 그 항목을 열거하자면 어떤 것들이 먼저 떠오를까. 기왕이면 바퀴벌레만큼 징그러운 욕망을 꼽아 보라. 욕망이란 게 죄다 징그럽지 않느냐고 반문하려는가. 부인하지 않겠다. 하긴 예뻐지려는 욕망조차 무시무시하니까.

[기획·특집 에세이] 괴담 라디오, 볼륨을 높이다
김휘 / 2016-04-25
[단편소설] 씬짜오, 씬짜오 / 최은영

구십오 년 일월, 우리는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구십이 년에서 구십삼 년까지 베를린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 겨우 일 년이 지나서였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플라우엔이라고 불리는, 오 년 전까지만 해도 동독 지역이었던 작은 도시였다. 버려진 건물들, 황량한 공원, 술 냄새를 풍기며 전차 정류장에 앉아 있던 남자들…… 그곳은 내가 알던 독일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단편소설] 씬짜오, 씬짜오
최은영 / 2016-04-25
김도연
[중편연재] 누에의 난④ / 김도연

누에들은 이제 거의 대부분 고치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눈을 가까이 가져가 들여다봐야 고치 안에서 어른거리는 누에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고치를 짓다가 병에 걸려 죽어버린 누에들도 더러 있었다. 죽어버린 누에들은 그때그때마다 화단에 묻어버린 터라 그 자리엔 토해 내다 만 명주실만 바늘 같은 소나무 이파리에 이리저리 걸려 있었다.

[중편연재] 누에의 난④
김도연 / 2016-04-25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장르] 에덴 / 문영권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장르]     에덴     문영권 (필명 : 풀)     1. 관찰자 뮤   은하계 너머 아득히 먼 우주 어딘가에는 상식을 벗어난 초월적 존재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퍽 점잖고 합리적인 존재였고, 자신들 외에 다른 존재들, 그들 입장에서는 하찮기 그지없는 그런 생명체들에 대해서도 꽤 높은 가치를 매기고 있었다. 우연과 확률의 산물로 출현하는 유기체, 그중에서도 지적 생명체들에 대한 이들의 흥미와 관심은 전 우주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에 대한 그들의 선진화된 연구보고 시스템을 통해 잘 드러나 있다.   뮤는 그들 중에서도 젊은 존재로 얼마 전 아카데미를 졸업하였다. 그는[…]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장르] 에덴
문영권 / 2016-04-04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시] 지우개 – 시 창작 연습 / 홍준석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시]     지우개 – 시 창작 연습     홍준석 (필명 : 홍제불능)     수없이 많은 비문을 삼킨 후에야 너는 지워진다. 먹혀 없어진다. 끝이 없는 허기는 너의 사인, 너는 스스로를 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지. 검은 뼈를 줍고 다니는 청소부야, 말해 봐. 하얀 잿더미 위를 그토록 헤매는 이유, 온몸으로 바닥을 더듬는 이유. 눈먼 자는 세상을 그려 보기 위해 점자를 더듬는다지. 그렇게 읽은 것이 세상의 전부가 된다고 하지. 눈먼 청소부. 손도 없이, 몸도 없이, 너는 입으로 점자를 더듬지. 들려줘, 네가 수거한 점자들의 행방을. 검은 뼈로[…]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시] 지우개 - 시 창작 연습
홍준석 / 2016-04-04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소설] 어둠 속에서 화재경보음이 울리면 /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소설]     어둠 속에서 화재경보음이 울리면     박민혁 (필명 : ccg)     그에게 오늘은 매우 낯선 날이었다. 하루의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늦잠을 잤다. 어젯밤에 늦게 자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알람은 어젯밤에 맞춰 놓은 것처럼 6시, 6시 15분, 6시 30분, 6시 45분, 7시, 7시 30분까지 울렸지만, 잠에서 깨어난 것은 9시였다. 9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 오픈 조였다. 아무리 빨리 준비를 한다 해도 10시까지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양해를 구하자 사장은 기가 차다는 반응뿐이었다.   작은 카페였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소설] 어둠 속에서 화재경보음이 울리면
/ 2016-04-04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산문] 아이들은 커서 분명 어른이 된다 / 김종권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산문]     아이들은 커서 분명 어른이 된다     김종권 (필명 : 벨)     벌써 30년도 훌쩍 넘은 이야기지만, 지금도 그 마음이 변함없는 건 참으로 이상하다. 그전에 내가 결혼하여 아이들을 가지기 전에는 나중에 내 자식이 내 제사를 지내 주었으면 하는 아주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으나, 어느 순간부터 현실감 있는 현장 경험을 중시하며 살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그 생각이 ‘제사’보다는 차라리 ‘현실적인 조촐한 술상’이 훨씬 나은 것으로 변해버렸다. 그리하여 그즈음 나는 맏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딸만 둘 달랑 낳고, 아버님 어머님의 눈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2015년도 창작광장 최우수상 수상작 / 산문] 아이들은 커서 분명 어른이 된다
김종권 / 2016-04-04
박상우
[중편연재] 외계인 ④ / 박상우

오후 세 시 사십 분, 나는 7층의 4인 병실로 옮겨졌다. 오전에 지하 3층의 검사실로 나를 데려간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다시 와 이동을 도왔다. 좌우로 두 개씩 침대가 배치된 4인 병실은 이전의 6인 병실보다 훨씬 차분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출입문 맞은편에 넓은 창이 있어 앞이 확 트인 느낌이 들었다. 이전 병실에 창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비로소 되새겨졌다.

[중편연재] 외계인 ④
박상우 / 2016-04-01
구병모
[중편연재] 세제 한 스푼의 시간 ③ / 구병모

1년에 한 번꼴로 이루어지던 대학병원 방문이 재작년부터는 6개월에 한 번꼴로 바뀌었다. 노인이 한때 습관을 들이기도 했던 가벼운 산책은 이미 진행 중인 신체의 노화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았고, 그나마 무릎이 시리거나 날이 궂으면 취소하기를 거듭하다 결국 시들해졌는데, 그로선 최초의 목적이었던 로봇의 코에 신선한 바람을 쐬어주는 일도 이미 충족된 까닭에 더욱 그랬다.

[중편연재] 세제 한 스푼의 시간 ③
구병모 / 201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