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청춘의 한 시절을 되돌아보면 나라는 남자는 연애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숫보기였다. 호감이 가는 여자가 생겨도 당최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지 않으니 상대방이야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기 십상이고
2015년 12월
나주를 떠올리면, 지금의 홍어 거리 영산포를 노래한 나해철의 시가 먼저 떠오른다. 나주가 낳은 시인은 많고, 나주를 노래한 시들도 많지만 유독 이 시에는 곰삭은 슬픔의 냄새가 나주의 힘겨운 역사와 함께 온몸을 파고드는 것 같다.
말이 많은 사람에게는 호감이 가지 않는다. 말이 너무 없는 사람에게도 관심이 잘 가지 않는다. 말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이야기만 계속 늘어놓기 때문이고, 말이 너무 없는 사람들 앞에서는 나만 계속 떠들게 되는 까닭이다.
‘노래하자, 먹자, 마시자, 사랑하자’가 에마뉘엘 씨의 좌우명일 거야. 며칠 전 카페 실내 벽에 그가 이 문구를 써서 붙였거든. 내게도 좌우명이 있었지. ‘배움에 열정적인 인간’이었던 거 알지? 그런데 난 요새 학교 수업에 자주 빠지곤 해.
[어느 시인의 자선 사랑시] 녹슨 꽃 강정 희열에 찬 눈을 보고 있으면 많이 생각난다 내가 그것을 보고 있지 않을 때도 너의 다리 사이로 흐르는 물이 고체처럼 느껴질 때도 긴 섹스가 어두운 사막 속에서 차가운 돌을 꺼내는 일 같을 때도 내 입맛은 텁텁하고 무거웠다 피부를 떼어내면 비명 대신 입안에서 붉고 차가운 항아리 같은 게 쏟아져 나올 거다 너는 꽃이라 여겨 방긋 웃고 나는 근육마다 굳어 있는 피를 벗겨낸다 푸르스름했다가 누랬다가 다시 하얘지는 그것은 착각의 거울이었다 이를테면, 죽음의 여러[…]
내 나이 여섯 살 때 엄마는 나를 데리고 한의원으로 갔다. 밤마다 열이 오르는 허약한 나를 위해 보약을 지어 먹이기로 결심하신 것이다. 당시 우리 집 형편을 생각해 보면 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파문] 팟캐스트 시즌2_제8회(우다영 소설가편)_조커 우다영 (소설가) – 1990년 서울 출생. 2014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2015년 AYAF 2차 소설 선정작 ] 조커 ▷작품 보러가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등단 5년 미만의 신진작가들을 지원육성하는 차세대 예술인력 육성 사업, 즉 AYAF에 선정된 작가를 초대,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고 대담무쌍하고 시시껄렁하게 나눠보는 팟캐스트입니다.
판소리를 부를 때는 받침이 중요하다. 가사의 낱말에 받침이 있을 경우, 바로 뒤에 오는 글자를 발음할 때까지 받침 발음을 길게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겅그러지고 맵씨 있고 태도 고운 저방자”를 부를 때는,
[어느 시인의 자선 사랑시] 결벽증 박소란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무서워 가서는 오지 않는 것들 문 밖에서 멀어지는 한 사람의 발소리를 오래 들었지 알몸으로 누워 우는 사람은 아픈 사람 아마도 그건 시간에 대한 병 너는 어디로 갔니 물을 때마다 시계는 걸음을 재촉해 걷는 법을 잊고 달리는 사람처럼 사는 법을 잊고 그제야 살 수 있는 사람처럼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 텐데, 사랑은 희고 빳빳한 삼베 같은 것 또한 아닐 텐데 훗날 남몰래 흙을 열고[…]
M은 로카난다 사원 앞에서 자전거의 페달을 멈췄다. 8월 하순 오후 3시경 바간의 태양은 땅 위의 모든 것을 하얗게 태울 듯 그 기세가 맹렬했다. M은 자전거 지지대를 고정시키고 열쇠로 체인을 잠갔다. 굵은 땀방울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공터에 주차된 택시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