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웬 거지가 누워 자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를 내려다보았다. 길게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 탓에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전통 의상으로 보아 보통 거지는 아닌 듯 보였다.
2015년 10월
[파문] 팟캐스트 시즌2_제6회(임재영 소설가편)_경마 임재영 (소설가) – 1985년생 남자. 서울 강남구 일원동 거주. epalflcl@naver.com. 손님을 환영합니다. [2015년 AYAF 1차 소설 선정작 ] 경마편 ▷작품 보러가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등단 5년 미만의 신진작가들을 지원육성하는 차세대 예술인력 육성 사업, 즉 AYAF에 선정된 작가를 초대,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고 대담무쌍하고 시시껄렁하게 나눠보는 팟캐스트입니다.
썩배는 버섯바위 위에 앉았다. 얼음판에 앉은 것처럼 엉덩이가 시렸지만 꾹 참았다. 학교에서 시끄러운 아이들을 피할 곳은 뒤뜰뿐이었다. 가을부터 아이들은 샛노란 은행나무 열매 때문에 뒤뜰에 오지 않았다.
[2015년 AYAF 2차 시부문 선정작 ] 2월의 비는 안태운 2월은 자주 슬픔을 어겼다. 비가 내렸고 그 비는 풍경을 지키고 있었다. 너는 지나가고 있었다, 그 비처럼. 그것을 보면서 겨울을 변명하기는 쉬웠다. 내게 이마는 눕기 좋다고 했다. 2월은 비를 받고 있었고 그사이 너는 더 멀리 통과되고 있었다. 나무는 물을 흘리고 있었다. 규제가 헐렸고 그 틈으로 새가 날았다. 젖고 있다. 너는 계속 걷고 있었다, 2월의 빗속으로. 그러나 비는 효력이 없었다. 그 비가 2월을 어겼다. 네가 그 비를 어기듯이 걸어갔다. 너는 민담처럼 흩어져 갔다. […]
[2015년 AYAF 2차 시부문 선정작 ] 사랑하는 천사들 황유원 이를테면 네가 바닥을 쳤을 때 천사는 날아오르고 네가 바닥을 드러낼 때 천사는 널 껴안는다 내가 사랑한 천사 한 마리, 잠시나마 날 사랑해 준 여자들은 모두 한 마리 천사였다 나는 지금 새절역 안 의자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십 몇 년 전 애인이 내 앞을 지나간다 입을 벌린 채 뭐라고 말해 보려 했지만 그것들은 날개 치는 소리만 내다 얌전히 날개를 접었고 웃기게도 나는 이 글을 쓰느라 너를 부르지 못했다 이러니까[…]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 도중 잘못된 문장을 고치는 실습을 학생들과 함께하다가 울컥한 적이 있습니다. 교재에 나오는 그 문장은 “이 배에는 안내원이 없으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온전히 행복으로 충만한 사랑이 있을까요? 모두들 고통 없는 낭만적 사랑을 꿈꿉니다. 환희가 넘치는 사랑을 열망하지요. 둘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각자가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다고 자부하기도 하지요.
누구나 마음속에 떨림을 주고, 함께 했던 모든 일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으며, 세상 모든 것을 다 잃어도 상관없을 만큼 열정적으로 사랑했으나, 설명될 수 없는 이유로 혹은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나는 이유로 헤어져 오래도록 보지 못한 첫사랑(
비아. 혹은 에이쥬어.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웨일.
폭발이 있을 거라고 아델이 말한 날, 나는 워프게이트를 타러 가지 않았다. 나를 안고 달리던 손을 뿌리치고 재단 건물에 남았다. 벽에는 길게 금이 갔고 창문이 깨져 유리조각이 흩어졌다.
한때 시중의 일부 점집에서 판매하는 1000만 원짜리 부적이 알고 보니 대량 생산된 원가 100원가량의 중국산 부적이었음이 밝혀져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인생의 기로에서 혹은 어떤 절박한 상황에서 점괘에라도 기대려 했던 이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상술의 부도덕성도 놀라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