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형
매듭들 / 양선형

그는 막 잠에서 깨어났으며 그대로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방 안은 정체 모를 흔적으로 난잡했다. 밤새 누군가 침입한 것이 분명했다. 눈앞의 옷장이 휑뎅그렁하게 열려 있었다. 집기들이며 잡동사니들이 방 안 도처에 살풍경한 느낌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워커 자국으로 추정되는 발자국들이 장판 위로 방향 없이 번져 있었다.

매듭들
양선형 / 2015-03-02
전성혁
어그로꾼 / 전성혁

연예부 기자로 갓 입사한 내가 편집부장에게 처음 들었던 말이다. 이쪽 세계에서 클릭은 곧 돈이다. 부장은 수습인 우리에게 기사 내용과 관계가 없더라도 오로지 자극적인 제목으로 누리꾼의 시선을 끌라고 말했다. 그들의 엄청난 댓글 수로 주요 포털사이트 뉴스란 메인에 뜨는 것

어그로꾼
전성혁 / 2015-03-02
용현중
심변론(心辨論 classifying psychological theory)에 대한 마지막 소고 / 용현중

무슨 말이냐고요? 심변론은 또 뭐냐고요? 그래요, 아마 심변론은 처음 들어 보셨을 겁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아니죠. 당신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에게 생소한 단어일 겁니다. 후설의 현상학이나 하이데거의 현존재 개념도 잘 들어 보시지 못했을 겁니다.

심변론(心辨論 classifying psychological theory)에 대한 마지막 소고
용현중 / 2015-03-02
박송아
날마다 방문 / 박송아

우리는 여러 번 버려졌었다.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최초의 기억은 바로 ‘귀신의 집’에서였다. 버려지는 날 아침이면 언니와 나의 방문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 똑, 똑. 그 노크 소리는 들어가도 되느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안에 있냐고 묻는 것처럼 들렸다.

날마다 방문
박송아 / 2015-03-02
서윤후
동창회 외 1편 / 서윤후

    동창회       서윤후           죽은 줄 몰랐다. 죽은 사람에게서 엽서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나의 무덤을 찾아와!” 엽서엔 양을 다루는 소년이 그려져 있었다. 꼭 사람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꽃집 앞을 서성거리면서 글쎄, 물 먹은 국화를 집었다가 나는 살아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고 있지 무난한 안개꽃을 집으며 뿌리가 잘린 향기를 맡고 있었다.   지나는 길에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를 만났다. 팥빛이 도는 교복 치마를 펄럭이면서 잘 지냈어? 오랜만이다. 내가 잘 아는 안부를 먼저 말할 때 꼭 학교에 지각한 것처럼 초조해지고 우리는 서로[…]

동창회 외 1편
서윤후 / 2015-03-02
박성준
나는 항상 깨끗해지기 위해 틀린다 외 1편 / 박성준

    나는 항상 깨끗해지기 위해 틀린다       박성준               플랑크톤의 어원이 방랑자라는 것을 알게 된 날. 나는 플라토닉 사랑을 생각한다. 플라토닉? 그 누군가를 오래 생각하려는 방식으로 단 한 사람을 망각해야 했던 절망을 배웠을 때처럼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채널을 돌린다. 익숙한 것은 흐릿해지기 마련이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처음 겪는 일처럼 음악은 차갑다. 감정은 어떻게 유행이 되는가. 상자는 왜 움직이지 않을까. 나는 왜 갑자기 화가 나고, 한 번 봤던 저 영화는 볼 때마다 다르게 결론이 날까. 플라토닉의 어원이 플라톤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어떤[…]

나는 항상 깨끗해지기 위해 틀린다 외 1편
박성준 / 2015-03-02
백은선
신을 믿는 사람들 외 1편 / 백은선

    신을 믿는 사람들       백은선           밤이 오지 않아서 검은 눈의 아이들이 태양을 쥔 손을 놓지 않아서 밤이 끝나지 않아서 뒤집힌 풍경 위로 눈이 그치지 않아서 떠내려가는 텅 빈 얼굴을 수면이 가르치는 바람의 문법을 부를 수 없어서   바구니 안에는 사과 열 개 손 안에는 읽을 수 없는 운명 가까운 길을 멀리 돌아갈 때   나는 만족할 수 없는 식사에 대해 생각한다 죽은 사람 곁을 지키는 삼일 동안 매일매일   바람이 구름을 밀어 준다   수몰지구에서 네 신발이 발견되었다고 키 작은 남자가[…]

신을 믿는 사람들 외 1편
백은선 / 201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