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
비극 외 1편 / 임솔아

    비극       임솔아               감나무 밑에 떨어진 감이 보였다. 아무도 주워가지 않았다. 저 혼자 열심히 물컹물컹해졌다. 스멀스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썩어가는 감이 거들떠보지 않는 감이었다.       이가 없다며 떡은 안 먹던 할머니는 이도 없으면서 쇠고기는 꿀떡꿀떡 삼켰다. 번번이 접시 위에 남겨진 떡을 나는 꼭꼭 씹었다.       국화빵 사서 갖다 드리라고 아빠가 천 원을 주었다. 종이봉투 속에서 흐물흐물해져버린 살색 국화빵을 할머니 방문 앞에서 내가 다 먹어버렸다.       세상에 호상은 없는 거라고. 모든 죽음은 다 슬프다고. 언니가 울었다. 호상은[…]

비극 외 1편
임솔아 / 2015-03-30
이영주
[편집위원 노트] 삼십 년 동안, 이 펜pen이라니. / 이영주

  [ 편집위원 노트 ]     삼십 년 동안, 이 펜pen이라니.     이영주(시인)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베이지색 양복을 맵시 있게 차려 입고 아버지가 은색 슈트케이스를 들고 손을 흔들던 모습. 나는 어머니 품에 안긴 채 아파트 입구에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나를 안은 두 팔에 더욱 힘을 주며 어머니는 조금씩 눈물을 훔친다. 아버지는 몇 번이고 뒤돌아본다. 사각의 슈트케이스 위로 뜨거운 햇빛이 떨어진다. 섬광 같은 빛이 순간 내 눈을 찌른다. 어머니는 왜 울고 있지?       아버지는 사막에서 찍은 사진들을 우편으로 부쳐왔다.[…]

[편집위원 노트] 삼십 년 동안, 이 펜pen이라니.
이영주 / 2015-03-29
[제3회 민들레문학상 대상_시] 멈춰버린 소리 /

  [제3회 민들레문학상 대상_시]     멈춰버린 소리       이선정         지하철이 대방역을 지나 울음소리를 삼킨다 내 눈은 소리를 찾는다 3살가량의 가방 멘 남자아이가 무어라 말하며 손을 뻗고 발을 동동, 시간이 지나간다 “울지 마, 뚝.” 아저씨는 말한다 마음은 할머니에게 달려간다 아이에게 왜 우는지 물어보세요 조용한 전철을 찢는 소리 나는 종로 3가에서 내려 소리와 마주한다   “도와주세요, 힘들어요.” 사방이 조용하다 멈춰버린 소리 빨간 스웨터, 초록바둑무늬 바지의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도 모른다 아이가 내가 되어 내가 아이가 되어 운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 밤새 운다   “3년[…]

[제3회 민들레문학상 대상_시] 멈춰버린 소리
/ 2015-03-28
[제3회 민들레문학상 최우수상_시] 문 없는 방 /

  [제3회 민들레문학상 최우수상_시]     문 없는 방       서명진             어린 시절 나는 어두운 우리 집이 싫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방은 항상 어두웠다     작은 창마저 막혀 있어 한낮에도 햇빛조차 들지 않던 검은 방     그 작고 어두운 방에서 일곱 식구가 오글오글 모여 살았다       아버지는 원래 없었다       내 나이 열일곱 살에 시작한 첫 직장생활.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서 빵 만들 준비를 하고 공장장인 동네 형이 나오면 같이 만들어서 아침 8시엔 빵을 매장에 진열해야만 했다     일은[…]

[제3회 민들레문학상 최우수상_시] 문 없는 방
/ 2015-03-28
[제3회 민들레문학상 우수상_시] 희망고시원 /

  [제3회 민들레문학상 우수상_시]     희망고시원       이재원         안전화 동여매고 막노동 현장으로 나선다 인력사무실에서 공치고 오는 길 바람에 휘날리는 검정 비닐 봉다리 어매, 행상 파하고 사과 담아 귀가하시던 어매, 생강 보따리 이고 장에 가시던 광장 비둘기는 끼릭끼릭 장난치며 지난 밤 추위 이기려 마신 뒤 토한 밥알 먹고 있다 꾸꾸르 꾸꾸 비둘기 꽁무니 따라가면 어매 자궁 속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 방은 216호 슬리퍼 신고 쭈뼛쭈뼛 방으로 들어왔다 옆방 217호에서 웃음소리 난다 혼자 왜 웃을까 내일은 어디로 팔려갈까 혹시 또 데마찌 *  […]

[제3회 민들레문학상 우수상_시] 희망고시원
/ 2015-03-28
[제3회 민들레문학상 우수상_시] 6번 출구의 기도 /

  [제3회 민들레문학상 우수상_시]     6번 출구의 기도       안광수         오늘 하루도 힘껏 살자! 아침 6시 30분에 눈을 뜹니다   형, 어제 빅이슈 판매 어땠어요? 홈리스 월드컵 사진을 독자들이 좋아하셨지. 너는 어땠니?   오래전, 아침 6시 30분 빚 독촉 전화와 형은 언제 사람 될래 잘난 동생과 부모님의 잔소리가 지겨워 30만 원을 훔쳐 가출했지요 룰루랄라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습니다   다 내 것 같았던 세상은 내 돈 30만 원을 갉아먹고 80만 원에 나를 추포도 섬 일꾼으로 팔아넘겼지요 지하도 노숙 생활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3회 민들레문학상 우수상_시] 6번 출구의 기도
/ 201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