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 질문에는 주저하게 되지만, 싫어하는 계절을 물어오면 주저 없이 ‘겨울’이라고 답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추운 것을 무척 싫어하니까. 아무리 꽁꽁 싸매고 나가도 덜덜 떨리는 몸,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를 견뎌내는 것은 고통스럽다.
2015년 2월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다시 아주 작아졌다. 키는 줄어들어 초등학생 같았고 그에 따라 발도 작고 손도 작아졌다. 더 이상 크지 않을 것처럼.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을 것처럼. 소녀는 아버지의 옷을 허물처럼 벗어 던졌다.
[2월_시_옷] 여벌 김종연 섬 뒤로 돌아간 사람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음지에 핀 꽃을 골라 따던 날들 그러다 매번 바치기 직전에 깨어나는 꿈 아무 것도 상실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외롭지 않게 불행해졌다 ● 작가의 노트 저는 지금 런던에 와 있습니다. 이곳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변하는 곳이라 두꺼운 옷 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좋고 그래서 여벌옷 또한 많이 필요합니다. 이곳을 다르게 은유한다면 두꺼워서 몸을 다 덮어주고 가려줄 만한 관계보다는 자주 갈아입을[…]
박신수진의 희곡 「휴먼 리소스」는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인적자원재활용센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극에서 ‘인적자원재활용센터’란 쓸모없어진 인간들을 재활용하거나 폐기처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을 말한다.
조영한의 「심사」는 노벨문학상 심사 현장을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소설이다. 스웨덴 한림원에 속한 아홉 명의 심사위원들이 설전을 벌인다. 스웨덴인 의장과 일본인 고모리, 영국인 앳킨슨, 중국인 탄샤오, 프랑스인 클라비에, 독일인 한스,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보이는 시먼스, 캐나다인 존스 그리고 처음 이 심사에 참여
‘음모론의 시대’라고 한다. 정상적인 설명 방식으로는 이 시대를 이해하고 감당하기 어려워서일까. 혹은, 재앙적인 사태들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진상을 밝히고 무겁게 책임지기보다는 감추고 통제하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다른 가십들로 쉽게 덮어버리려 하기 때문일까.
시는 참으로 사람을 진실 되게 한다. 진실 운운하는 일이 진부하지만 어쩔 수 없이 시 제목을 대하는 순간부터 시인과 상관없이 나와 대면하기 때문이다. 시인이 귓전에 따라붙어 ‘그런 뜻이 아니라니까.
플라톤의 말을 따라 시가 실재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을 믿기로 하고 김준현의 시를 읽었다. 그래서 무엇을 읽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고자 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는 시라고 서둘러 결론을 맺고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여자들만의 세계를 상상한다. 쓸데없는 망상으로 치부할지도 모르겠지만,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그래 왔다. 많은 사람이 꿈꾸던 신비의 나라는 남인국이 아니라 여인국이었다. 왜일까? 쉽게는 남성의 성적 욕망이 만들어낸 환상의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른바 ‘문학판’이 아닌 자리에 ‘문학평론가’로서 참석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거의 빼놓지 않고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 “과도한 업무 때문에 신문 읽을 시간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살기도 벅찬데, 시간 내어 굳이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