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
구로 외 1편 / 서효인

    구로     서효인               이모는 대우어패럴에 다녔다고 했다. 어느 날은 새우잠을 자던 기숙사 방 윗목에서 거의 알몸으로 두들겨 맞는 꿈을 꾸었다. 나는 가리봉동의 굽은 길을 따라 옷을 사러 간다. 누군가가 이리저리 헤집어 놓은 옷들이 아픈 사람처럼 가판에 누워 있다. 옷들이 누워서 맞는 이모를 얼싸 안고 있다. 봉제가 엉망이었을까, 옷은 쉽게 찢어졌다. 이모는 똥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다고 한다. 에이, 설마 그랬을까. 가리봉동에서 옷을 고른다. 성질이 급한 날씨처럼 조선족이 바쁜 걸음으로 밀려 나와 신호등 앞에 섰다. 비가 올 것 같아 하늘을 보면, 매처럼 쏟아지던 것들.[…]

구로 외 1편
서효인 / 2015-01-01
정선율
말라깽이 처제의 우아한 연주병 외 1편 / 정선율

    말라깽이 처제의 우아한 연주병     정선율               네 속을 알고 내 속을 안다     며 말라깽이 처제는 편지를 보내라고 편지를 쓰고     음이 없어 음이 된다     고 말한 불운한 작곡가는 우연을 맞춘다     수프가 꼼꼼하게 타는 사이     나는 부르고뉴에서 사륜마차를 타고 오느라 모자 쓴 것을 잊었고     수프를 모두 먹을 때까진 모두 수프를 먹는다     모자를 벗느라 지운 것을 들킨 작곡가는 마음을 달랬다       연주를 연주해 줘     문을 연 처제는 문을 연 법을 모르고     연주가 채 끝나지[…]

말라깽이 처제의 우아한 연주병 외 1편
정선율 / 2015-01-01
김행숙
다른 전망대 외 1편 / 김행숙

    다른 전망대       김행숙               저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를 전망대라고 생각해 봅시다.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 앉은 까마귀를 다른 전망대라고 생각해 봅시다.     당신의 나뭇가지가 부러지면, 당신의 전망대가 무너졌다고 탄식하기로 합시다.     한 그루 나무가 뿌리째 뽑히면, 얼마나 많은 눈동자들이 한꺼번에 눈을 감았는지 온 세상이 다 캄캄해졌습니다.     숲이 불타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처럼 활활 타고 있습니다.     불이라면, 불의 군주라고 하겠습니다.       “오늘따라 서울의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불빛에 도취한 연인의 독백이 독재자의 것처럼 느껴져 나의 사랑이[…]

다른 전망대 외 1편
김행숙 / 201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