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_차세대4차_시] 몬순 외 3편 / 최세운

  [2014년 4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몬순     최세운           흔들리는 당신은 길어. 우산 밑으로 아기들이 손을 자르며 온다. 오래된 성당처럼, 피 흘리는 거라고. 아기의 잘린 손목에서 산이 불타며 마을이 불타며 굴뚝이 불타며 당신이 불타며 노래가 불타며. 소금이 된 다리들이 떨어진다. 가늘고 긴 성대 하나를 주워, 흔들리는 당신은 길어. 당신은 불덩이에 던져진 신발로 온다. 선반에 머리는 세울 수가 없는 거라고. 우산 밖에서 재가 된다고. 나무 두 그루가 아름다웠다. 고해소의 창틀처럼,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귀를 열지 말라고. 모든 지붕을 무너뜨리며 당신이 온다. 이마를 갖고[…]

[2014_차세대4차_시] 몬순 외 3편
최세운 / 2015-01-02
서윤후
[2014_차세대4차_시] 나의 연못 외 3편 / 서윤후

  [2014년 4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나의 연못     서윤후           1.     우리는 아직 아무도 데리러 오지 않은 동생       2.     고요한 교실     투명한 햇빛에 흩날리는 먼지 바라보다     철제 필통을 떨어트렸다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귀가 빨개졌다       간밤에 깎은 연필들이 부러졌다     아무것도 적을 수 없는 흰 종이 앞     화분에서 길 잃은 꽃말처럼     나는 나의 이름을 외웠다       3.     내가 자주 가는 연못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

[2014_차세대4차_시] 나의 연못 외 3편
서윤후 / 2015-01-02
박성준
[2014_차세대4차_시] 나무의 약속 외 3편 / 박성준

  [2014년 4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나무의 약속     박성준           피아노를 치면서 나무를 생각합니다. 대지는 의견을 감추는 법을 가르칩니다. 고백이 아니더라도. 음악은 나무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은 대체로 산을 알지 못하고, 직립을 한 이후부터 종이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피아노를 치면서 피아노가 희박해집니다. 산길은 누구 혼자서 높이를 이해했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무의 후렴은 할애된 공간보다 먼저입니다. 이를테면 석공이 돌 속에서 부처를 꺼내 왔다든가 향불 연기 속에다 절간을 지었다는 풍문이 풍경소리로 노승의 그림자를 흔들었다고 한들, 피아노는[…]

[2014_차세대4차_시] 나무의 약속 외 3편
박성준 / 2015-01-02
양안다
기원 전 외 1편 / 양안다

    기원 전     양안다               신을 믿지 않았지만     때때로 종교를 믿었다 그 뜻은 두 손을 모으더라도 무언가를 빌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나는 다른 무엇이 되려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아는 것 중 그림자는 신과 가장 가까운 모습이었다 가끔 나를 찾아오고 가끔 내 앞에 아른거리며 슬픔을 희석시키곤 했다       창문을 열고 두 팔을 벌리면 기차 소리가 들렸다 적막한 창밖과 달리 머릿속에선 필름 속 영상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어느 영상의 남자는 좌식 책상에 앉아 초 단위로 늙고 있었다 창백한[…]

기원 전 외 1편
양안다 / 2015-01-02
[공개인터뷰 나는 왜_성동혁 시인편] 최저음부의 풍경을 그리는 소년 사도 /

나는 그의 다정함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가끔은 그런 그가 애틋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가 다섯 번의 큰 수술을 받고 여섯 번째 목숨을 살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꽤 쌀쌀했던 12월의 두 번째 수요일, 동혁은 ‘카페라떼’ 한 잔을 앞에 두고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개인터뷰 나는 왜_성동혁 시인편] 최저음부의 풍경을 그리는 소년 사도
/ 2015-01-01
성동혁
[연속 공개인터뷰 나는 왜]: 성동혁 시인의 자선시 3편 / 성동혁

  [공개인터뷰_나는 왜] ● 성동혁 시인의 자선시 3편     리시안셔스       성동혁         눈을 기다리고 있다 서랍을 열고 정말 눈을 기다리고 있다 내게도 미래가 주어진 것이라면 그건 온전히 눈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왜 내가 잠든 후에 잠드는가 눈은 왜 내가 잠들어야 내리는 걸까 서랍을 안고 자면 여름에 접어 두었던 옷을 펴면 증오를 버리거나 부엌에 들어가 마른 싱크대에 물을 틀면 눈은 내게도 온전히 쌓일 수 있는 기체인가 당신은 내게도 머물 수 있는 기체인가 성에가 낀 유리창으로 향하는, 나의 침대 맡엔 내가 아주 희박해지면 내가 아주[…]

[연속 공개인터뷰 나는 왜]: 성동혁 시인의 자선시 3편
성동혁 / 2015-01-01
김희진
거슬림 / 김희진

온통 붉은색을 입은 건물이다. 35년째 이 건물은 이래 왔다. 층수와 외관은 세월에 따라 올려지고 바뀌기도 했지만, 색채만은 고집스레 지켜졌다. 하긴, 중국풍의 그 붉은 색조를 벗어 던져버린다면 이 가게는 더 이상 ‘赤花園(적화원)’이 아닐 것이다.

거슬림
김희진 / 2015-01-01
류성훈
[2014_차세대4차_시] 과도 외 3편 / 류성훈

  [2014년 4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과도     류성훈           더위가 더위를 깎는다. 싫어하는 과일만 더 달게 익어가는 일요일이 교과과정에 포함되어간다. 장난감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현관에서 매를 맞은 날. 싸우지 말라고 옥상은 한낮이 어지른 열기를 밤에게 되돌려주었고, 아무도 감사히 받지 않는 걸 알 만큼 머리가 굵어졌다. 수학에는 수학이 있지만 윤리에는 윤리가 없음이 신기했을 뿐. 나는 땀이 없는 동식물들이 예초기에 갈려나가는 것을 바라봤다. 실은 아무도 싸우지 않았고, 어질러진 방은 불안하고, 깨끗하게 마른 집들은 서로가 불안할 뿐. 스스로에게 장점이 없다는 점에서 여름은 나와 닮았고, 그때 나는[…]

[2014_차세대4차_시] 과도 외 3편
류성훈 / 2015-01-01
조재룡
사랑, 같은 소리(3) / 조재룡

에로스와 사랑, 그 잔인하면서도 모호한 관계에 관해서도 말을 아낄 수는 없다. “사랑의 극단적인 충동이 죽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 사드의 책 어느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바타유가 생성의 극점 에로스와 죽음의 극단 타나토스가 서로와 서로의 도움 없이는 결코 이해될 수 없다고 강조했던 대목을 상기한다.

사랑, 같은 소리(3)
조재룡 / 201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