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희
[2014_차세대4차_소설] 가시 자국 / 김덕희

여자는 동그랗게 뜬 눈을 조금 빠르게 깜빡거렸다. 마치, 전 잘 이해가 안 가요, 선생님. 하는 것 같다. 육십쯤 됐을까. 투실투실한 살집 때문에 실제보다 덜 늙어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여자의 말투가 돌멩이처럼 단단하고 까칠해서 질문 자체는 알아들었는데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 해석되지 않았다.

[2014_차세대4차_소설] 가시 자국
김덕희 / 2015-01-12
조우리
[2014_차세대4차_소설] 11번 출구 / 조우리

역은 항상 붐빈다. 시내를 관통하는 세 개의 노선이 겹치는 환승역이기도 하고, 사무지구와 상업지구가 마주한 위치에 있는 탓도 있다. 역에는 기부 받은 책을 꽂아둔 책장과 역시 기부 받은 나무벤치로 이루어진 쉼터와 수유실, 무더위대피소, 유실물관리센터가 있다. 역과 이어진 지하도는 상가다.

[2014_차세대4차_소설] 11번 출구
조우리 / 2015-01-12
노대원
[차세대 선정작 리뷰]바다의 꿈을 줍는 사내 / 노대원

그런 꿈을 떠올린 것은, 그래서 그 꿈의 결을 새삼 분석적으로 재고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양선형의 단편소설 「해변생활자」를 읽은 덕분이다. 소설의 표제가 가리키는 ‘해변생활자’는, 동전을 줍는 꿈에서처럼, 해변에서 동전을 포함한 유실물을 탐색해서 수거하는 어느 회사의 파견 사원이다.

[차세대 선정작 리뷰]바다의 꿈을 줍는 사내
노대원 / 2015-01-12
풀 속의 뱀 / 이영훈

내가 머무는 병실은 2층에 있다. 맨 왼쪽에서 두 번째. 창문은 특수한 장치가 되어 있어 리모컨이 없이는 열 수 없다. 면회를 온 사람이 있을 때 부탁을 하면 간호사가 와서 리모컨으로 창문을 열어 주곤 하는데, 그럴 바에야 대체 왜 창문을 만들어 놓은 거야.

풀 속의 뱀
이영훈 / 2015-01-12
[2014_차세대4차_시] 종업식 외 3편 / 김종연

  [2014년 4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종업식     김종연           지난 여름에는 시장에 나가 화분을 사왔습니다 붉고 예쁜 꽃이 피기 전에 진딧물이 가득해져서 그 징그러운 것들이 다 죽을 때까지 물을 주지 않으며 마른 장마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뒤늦게 폭우가 내립니다       비 오는 날이면 어떤 아름다웠던 여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나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사랑해요 그리고 저는 곧 그 사랑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던져보는       농담입니다 이것은 농담이 재미없어도 된다는 걸 배우는 일입니다 웃고 떠들고 가끔씩은 참을[…]

[2014_차세대4차_시] 종업식 외 3편
김종연 / 2015-01-12
최백규
[2014_차세대4차_시] 소년들의 공화국 외 3편 / 최백규

  [2014년 4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소년들의 공화국     최백규       총구를 겨누던 손가락들이 막사로 향하는 저녁 각자 죄 지은 손을 모아 착한 기도를 했다 심장에 총알이 박히면 많이 아플까요 지금 들리는 전투기 소리는 이곳을 바라보는데 도대체 어디 계세요? 교회는 하늘로 칠해져 있었다, 십자가만이 먹구름이었다 우리가 찾아 헤매던 신은 빗방울로 떨어졌다   익숙한 것들이 밤마다 너무도 쉽게 사라졌다 아직 따뜻한 시체들은 몇 줄의 결과로 소각되었고 어디에도 과정은 적히지 않았다 죽은 동기의 관물대를 치우며 느린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한참을 울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남은[…]

[2014_차세대4차_시] 소년들의 공화국 외 3편
최백규 / 2015-01-12
이진명
불이 살아 돌아왔다 외 1편 / 이진명

    불이 살아 돌아왔다     이진명           예뻐하던 빨간색 미니 라이터가 없어졌다 절대 집 바깥에서가 아니고 집안에서다 사흘째 수차례 찾고 찾아도 나오질 않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옛말처럼 흔적조차 보이질 않는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일이 하 많고 많으니 집안에 잘 둔 라이터가 귀신같이 사라지는 일도 일어나는 게 세상이도다 그렇게 알고, 모를 일은 모를 일이어서 라이터가 어디로 지 혼자 죽으러 갔구나 포기했다   새 라이터 사러 갔지만 색깔 모양 크기 등속 따지는 것 귀찮아 마트 계산원이 집어 주는 대로 아무렇게나 받아왔다 웬 라이터 타령이냐고 담배 피냐고[…]

불이 살아 돌아왔다 외 1편
이진명 / 201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