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안
주관적인 신의 발에 관한 공론 외 6편 / 강희안

[ARKO 선정작가]     주관적인 신의 발에 관한 공론   강희안           신이 발이라고 믿던 시대는 갔다 신은 신이고 발은 발이다 발이 신이 아닌 이치와 같다 헌 신이 새 신과 구별되는 것은 헌신적이기 때문이다 새 신을 찾아 방황하는 누군가는 헌 신짝이 되어버렸다 발이 주인이란 믿음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모자도 어머니가 주인이란 말보다 관이 주인인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죽음이 신을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발을 억압한다 그것은 누가 보아도 지극히 합당하다 헌신적인 헌 신짝이라고 말하는 건 상투적이다 헌 신적인 헌신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군가 헌 신에다[…]

주관적인 신의 발에 관한 공론 외 6편
강희안 / 2014-11-10
염창권
엄마의 계단 외 6편 / 염창권

[ARKO 선정작가]     엄마의 계단   염창권       입양 간 아이가 엄마를 찾았을 때 계단 앞에 길 막혀 손짓으로 보내던 날 얼굴은 기억도 없는데, 발꿈치만 생각나서   먹먹한 숨결 맺혀 허공이 출렁일 때 어린 발이 지나갔을 비행기의 트랩 따라 빈 하늘 손으로 더듬어 가슴께에 얹어 뒀다.   허공 앉힌 품 안에서 거미줄만 걸린 세월 어린 발이 맨땅을 지나는지 선득하더니   공중을 걸어온 낮달을, 조심스레 씻긴다.               병(甁)       목 주변에 가위눌린 잇자국이 선명하다 비명은 이곳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따개로 뚜껑을[…]

엄마의 계단 외 6편
염창권 / 2014-11-10
변현상
비단 보약 외 9편 / 변현상

[ARKO 선정작가]     비단 보약   변현상       청해루서 제공하는 짜장데이 점심이다   “통비단도 배곯으면 한 끼라고 안 카더나!”   끼니가 업業이 돼버린 틀니들의 아포리즘   장마에 볕이 나듯 한 달에 한 번 오는   미소 넣고 곱게 비빈 짭짤한 짜장 보약   괴정동 양지경로당 “짜~장” 하고 해가 뜬다               용대리       물이란 관념 속을 과감하게 뛰쳐나온 할복한 몸통들이 빗금 바람 먹고 있다 온전한 자유를 향한 겨울 덕장의 저 불길   고래들도 생각 못 한 황홀한 몸의 거사 누가[…]

비단 보약 외 9편
변현상 / 2014-11-09
이소망
[2014_차세대3차_소설] 어떤 실업 / 이소망

솜씨 좋은 여자가 미싱을 돌리던 수선집은 그 주변으로 우후죽순 건물이 올라가면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눈 감고도 찾아다니던 길이었는데 세월이 무색했다. 그리고 인터넷은 다 뭐란 말인가. 그래도 반백년을 넘게 살았는데 새카맣게 모르는 세상이 있었단 사실에 마음이 헛헛했다.

[2014_차세대3차_소설] 어떤 실업
이소망 / 2014-11-06
허희
[황현산 특강 후기] 철마는 계속 달려야 한다 / 허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하자면, 저는 문학을 지향하는 삶을 살 것이라고 공언은 하고 있으나, 항상 좌충우돌하고 우왕좌왕하는 미숙한 문학도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저에게 선생님이 이끄는 열차는 안전하고, 안락하며,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함을 약속하는 말 그대로 ‘특급열차’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황현산 특강 후기] 철마는 계속 달려야 한다
허희 / 2014-11-06
김준현
[황현산 특강 후기]제1회 강연을 다녀와서 / 김준현

  [황현산 특강 후기]     첫 번째 강연을 다녀와서 – 문학행 야간특급열차 탑승후기 –       김준현(시인)           특강을 가게 된 건 밤 때문이었다. 아침 6시에 잠들어 오후 2시에 일어나면 반 토막 난 낮과 긴 밤이 남아있다. 그 밤 내내 언어를 쥐고 있었다. 이 언어는 나의 것일까, 아닐까. 그 시간 동안 언어는 나의 현실이었고, 지금도 현실이다. 황현산 선생님의 『잘 표현된 불행』은 그 제목에서 이미 첫 번째 특강의 내용을 암시하는 바가 있는데 불행은 거칠게 표현될 수밖에 없기에 열정을 동반한다는 것, 그리고 그 열정 이후의 시간-열정을 죽인[…]

[황현산 특강 후기]제1회 강연을 다녀와서
김준현 / 2014-11-06
황현진
[황현산 특강 후기] 공허의 말단에서 찬란하게 / 황현진

  [황현산 특강 후기]     공허의 말단에서 찬란하게 – 황현산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난 후 –       황현진           오래 글을 쓰다 보면 막막한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황현산 선생님의 글을 찾아 읽곤 한다. 뜻밖에 황현산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겨 일부러 챙겨 들었다. 흔치 않은 기회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간절함이 글쓰기의 어려움과 닿아 있음을 애써 부인하지 않겠다.     대학원에 다닐 때, 한 학기 동안 황현산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 적느라 당시[…]

[황현산 특강 후기] 공허의 말단에서 찬란하게
황현진 / 2014-11-06
정영효
[2014_차세대3차_시] 주머니만으로 외 3편 / 정영효

  [2014년 3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주머니만으로     정영효           바깥은 춥고 바깥이 계속 이어져서 주머니에 손을 깊이 넣는다 찡그린 표정으로 만질 수도 기댈 수도 없이 우리는 겨울을 맞이했지만       나는 떨어져 걷는 너를 불쌍하게 여기기 싫다 이대로 우리의 주머니는 외로워야 할까 바람이 불어올수록 안으로 손은 더 움츠러들고       바깥에서는 할 일이 많은 법인데 잘난 동물 하나쯤 빌려와 남을 탓하며 우리가 함께인 이유를 묻고 싶은데 주머니 빼고는 참을 만한 구석을 갖지 못해서       여전히 바깥이 추워 바깥이 계속 이어진다면 어디로[…]

[2014_차세대3차_시] 주머니만으로 외 3편
정영효 / 2014-11-05
황인찬
[2014_차세대3차_시] 다정과 다감 외 3편 / 황인찬

  [2014년 3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다정과 다감     황인찬           한 사람이 자꾸 공원을 헤매는 장면을 상정해 본다 두 사람이 물 위에서 노를 젓는 장면을 병치해 본다 한낮의 공원, 하고 떠올리면 떠오르는 것들을 한낮의 공원이라는 말이 대신해 주고 있다       고수부지의 두 사람, 바글대는 여름의 날벌레들,     모두가 내린 버스에서 홀로 내리지 않는 한 사람 같은       그러한 장면이 이 시엔 없고       영화를 보는 장면이 갑자기 끼어든다 영화 속에서는 사람들이 죽는다 원래 죽기로 되어 있던 사람들이 죽는다 영화[…]

[2014_차세대3차_시] 다정과 다감 외 3편
황인찬 / 2014-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