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정(2014)
[차세대 선정작 리뷰] 시의 삶, 무너짐에 대하여 / 장은정

쌓아올리는 것과 동시에 무너져 내리는 해변가의 모래성을 생각한다. 파도 같은 시간은 자꾸만 모래성을 무너트리고, 그럼에도 안간힘을 쓰며 모래성을 쌓아올리는 자가 있다. 사람의 일이다. 의지를 가진 자는 그것이 무너지는 것에 아랑곳없이 쌓는 일을 반복한다. 누군가에게 모래성이란 사랑일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정의일 것이다.

[차세대 선정작 리뷰] 시의 삶, 무너짐에 대하여
장은정 / 2014-08-01
[공개 인터뷰 나는 왜_제5회] ‘판매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감정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나? (조혜은 시인편) / 이영주

이 시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처를 과장하지 않고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구나, 심지어 그것을 몸에 새겨진 아름다운 무늬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나의 예상은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실제로 만나 본 시인은 다정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작은 체구에서 어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 것일까. 첫 질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오늘 이 시간이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공개 인터뷰 나는 왜_제5회] ‘판매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감정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나? (조혜은 시인편)
이영주 / 2014-08-01
[만화가 박흥용VS시인 함성호 대담] 물길에 띄운 이정표처럼 / 함성호

오는 8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있는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장에서 ‘박흥용 만화 :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 전시가 열린다. 박흥용(55) 만화가의 데뷔작 <돌개바람>(1981)부터 최근작 <영년>(2013, 출간 중)까지 여러 작품을 한데 접할 수 있다.

[만화가 박흥용VS시인 함성호 대담] 물길에 띄운 이정표처럼
함성호 / 2014-08-01
김언수
구암의 바다 (제3회) / 김언수

희수는 해변을 가로질러 구암의 끝까지 걸어갔다. 구암의 끝에는 해변과 항구의 배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파제가 있었고 방파제 끝에는 빨간 등대가 있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자 희수는 등대를 둘러싼 테트라포트 위로 올라서서 먼 바다를 바라봤다. 컨테이너를 잔뜩 실은 선박이 태평양을 향해 떠나가고 있었다.

구암의 바다 (제3회)
김언수 / 2014-08-01
나푸름
책무덤 / 나푸름

누군가의 수면을 지켜보는 건 무료한 일이었다. 병실 한편에 방치돼 있던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아마도 생의 마지막을 함께할 요량으로 골랐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앉아 책을 펴들었다. 오제는 산에서 돌아온 페르귄트를 병상에서 맞이하고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임종한다.

책무덤
나푸름 / 2014-08-01
이서수
K의 그림자 / 이서수

숙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아무런 수입이 없었을 때 가끔씩 용돈을 주셨던 것을 결코 잊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숙모의 외아들 K는 나보다 다섯 살 아래였는데 그가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K는 가족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나를 비롯한 친척들은 얼마간 궁금하긴 했으나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K의 그림자
이서수 / 2014-08-01
김덕희
코뮈니케이터 / 김덕희

승태는 걸음을 멈추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새벽 공기가 과열된 폐를 빠르게 식혀 주었다. 멀지 않은 곳에 크고 단단하게 서 있는 아파트들이 금방이라도 이쪽을 덮칠 듯했다. 잠시 어지럼증을 느끼고 뒤로 돌아서자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승태는 저도 모르게 햐, 하고 낮게 탄성을 터뜨렸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도시 위로 막 떠오른 해가 금빛 염료를 끼얹고 있었다.

코뮈니케이터
김덕희 / 2014-08-01
한인선
여름, 빈칸의 냄새 / 한인선

만재가 흔들의자에서 생활하게 된 지 7개월째다. 7월 말로 접어들면서 무더위가 끈적하게 피부에 들러붙었고 그 위로 붉게 부푼 모기 자국이 피부병처럼 돋아났다. 방 안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면서 만재의 냄새도 점점 고약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여름이 어서 끝나기를 바랐다. 선풍기 앞에 앉아 물파스를 팔 다리에 죽죽 발랐다. 모기에 물리지 않은 부분에도 물파스를 바르다가 목과 가슴 언저리에도 물파스를 발랐다.

여름, 빈칸의 냄새
한인선 / 2014-08-01
조재룡
패자의 숭고함 (1) / 조재룡

중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나는 머리 뒤로 깍지 낀 양손을 두르고, 이마에 피 묻은 붕대를 감은 채, 땅바닥에 내려놓은 제 누더기 군장 옆에 더 이상 작동할 것 같지 않은 낡은 소총 한 자루를 비스듬히 기대어 놓고, 동료들과 나란히 무릎을 꿇고서 하염없이 무장해제를 기다리고 있는 젊은 부상병의 모습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가위를 들어 나는, 제법 커다란 그 사진을 조심스레 오려내었고, 약간을 망설인 후, 내 책상 위의 알록달록한 벽지 한복판에 잘 보이도록 붙여 놓았다.

패자의 숭고함 (1)
조재룡 / 2014-08-01
허진
[차세대 선정작 리뷰] 당신의 염소는 안녕한가요 / 허진

김용두의 「내 염소를 돌려주세요」는 2012년 《광주일보》를 통해 등단한 작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 예술인 지원사업(ARKO Young Art Frontier, AYAF)에 선정돼 발표한 소설이다. 등단한 지 5년 미만의 신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고려할 때, 이 소설의 작가는 자기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선정작 리뷰] 당신의 염소는 안녕한가요
허진 / 201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