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_차세대2차_소설] 24시간 / 임재영

자신이 어떤 일을 항상 예감하고 있었음을, 그 일이 터진 후에야 깨닫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때서야, 사소하게 넘겼던 많은 일이 사실은 징조였음을 알게 된다.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중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범인이 드러나고 나서야 힌트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에 놀라는 독자처럼 말이다.

[2014_차세대2차_소설] 24시간
임재영 / 2014-08-18
백은선
[2014_차세대2차_시] 종이배호수 외 3편 / 백은선

  [2014년 2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종이배 호수     백은선           1     나와 너는 커다란 유리 아래 누워 구름과 불더미를 봐.     너는 감은 눈. 너는 다른 빛 속에서 기울어지고 있어.       나는 슬픈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 실은. 너무 슬퍼서 있지도 않은 것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그런데 자꾸 구름만 봤어. 어째서 세상은 이 따위고, 어째서 새나 강물 같은 것을 보며 평화롭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그냥, 하고 생각하니까. 슬픈 마음을 슬프다고 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아서, 낮아지고 있어.[…]

[2014_차세대2차_시] 종이배호수 외 3편
백은선 / 2014-08-18
박성준
[2014_차세대2차_시] 소문 외 3편 / 박성준

  [2014년 2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소문     박성준           벅찬 듯이 김은 외쳤다 이제 밟으라고, 그해 겨울 멧돼지를 잡으려던 덫에 토끼가 우연히도 자주 걸렸다 선임이었던 김은 포박당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토끼를 들에 던지며, 토끼는 비탈 아래쪽으로 쫓는 거라고 그럴 수밖에 없는 신체구조에 대해 설교했다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용서했던 일들을 떠올렸다가 수압을 가늠하려고 잠수함에 토끼를 데리고 들어갔다던 과거의 기후에 대해 생각했다 대체 누가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는가 김은 죽어가는 토끼를 내게 밟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망설임은 어떤 증오도 할 수 없는 얼굴로[…]

[2014_차세대2차_시] 소문 외 3편
박성준 / 2014-08-18
이소연
[2014_차세대2차_시] 동그란 힘 외 3편 / 이소연

  [2014년 2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동그란 힘     이소연       1 나는 사혈부황을 뜨다 분꽃을 생각한다   내 어깨 위에서 피어나고 있는 분꽃 피의 기억 속에서 산발한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는 동그란 힘을 느끼며 그렇게 수술 길게 빼물다 꽃잎 틔웠던 분꽃치마를 생각한다   흩어져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소리들이 부황 안에 고이기 시작한다   경로당을 나오는 노인의 소매에 묻은 어스름 저녁을 끌고 가 둥지 채우는 박새소리 그 박새소리에 기울어지는 초승달 인주 못을 일렁이게 하는 카누부의 노 젓는 소리 툇마루의 마른 때들이 기지개 켜는 소리 땅거미가 밀어내는 그런[…]

[2014_차세대2차_시] 동그란 힘 외 3편
이소연 / 2014-08-18
정영효
[2014_차세대2차_시] 연설을 원하게 되었다 / 정영효

  [2014년 2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연설을 원하게 되었다     정영효           그때부터 답답함 속에서 빠져나오게 된 것이다 네가 연설을 끝내자 나는 아, 하고 입을 벌렸고 감탄이거나 이해 같은 것들이 오랫동안 이어진 너의 연설 뒤에도 나를 스쳐갔다       가만히 멈춘 채 알게 된 것을 확인해 보며 그걸 기억해 두기 위해 나는 애를 썼다 주변에 느낌이 들어찬 것처럼, 물어봐서 돌아온 것처럼 너의 연설이 닿는 순간이 그곳의 소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청중의 박수로 주목받는 너와 너를 바라보는 나,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2014_차세대2차_시] 연설을 원하게 되었다
정영효 / 2014-08-18
이영주
휴식 / 이영주

여름입니다. 태풍이 오려나요. 오늘 따라 숨기 좋은 방을 찾아 비 오는 거리를 쏘다니고 싶은 심정입니다.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삶의 짐이 얹혀 있습니다. 물속에서 아직 나오지 못한 아이들, 아이들을 보며 기나긴 슬픔의 장막에 갇힌 어른들, 먼 나라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다시 죄 없는 아이들이 죽어갑니다.

휴식
이영주 / 2014-08-18
미국의 현대 시인 /

21세기 미국 시에 있어 주요 쟁점은 정서가 미국 문학과 함께 잘려나가고 있더라도 개념시가 정서의 본질에 담고 있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의 권위자인 칼빈 베디언트(Calvin Bedient)는 보스턴 리뷰지에서, 그들이 쓴 시는 개념시가 비윤리적인 것이라고 교활하게 말하면서 ‘삶의 가치를 무시하라’와 같은 개념 프로젝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썼다.

미국의 현대 시인
/ 2014-08-18
[블랙박스 리뷰]타인을 알기엔 … 고갈돼 있는 언어 /

하늘은 인간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공간이다. 사람에게는 날개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호기심 많은 사람에게 하늘은 동경과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이전부터 사후세계나 천국을 떠올릴 때 하늘을 연상하고, 죽은 이를 그릴 때 날개를 달아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블랙박스 리뷰]타인을 알기엔 ... 고갈돼 있는 언어
/ 2014-08-04
[블랙박스 리뷰]언어의 상상력, 침묵의 공백을 메우다-연극 ‘블랙박스’ 의 김경주 시인을 만난 후 /

연극이 끝나고 문 밖으로 나서자 염색한 갈색 머리, 먹색 옷차림의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계단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태우고 있던 김경주 시인과의 첫 만남이었다. 미지 언니는 시인께 인사를 건네며 미팅 일정을 재확인했다.

[블랙박스 리뷰]언어의 상상력, 침묵의 공백을 메우다-연극 ‘블랙박스’ 의 김경주 시인을 만난 후
/ 2014-08-04
[블랙박스 리뷰]언어 속에서 잃어버린 삶을 찾아-연극 ‘블랙박스’를 본 후 /

좁은 무대는 꼭 블랙박스 같다. 승객이 앉는 좌석 두 개, 가방, 흘러들어오는 구름, 떨어지는 물방울, 총, 와인, 조종사의 잘린 머리, 세면대, 야간할증, 핵전쟁, 칫솔, 왕꿈틀이, 종이새, 거울, 카메라, 양말, 명령, ‘그분’, 접촉, 졸음, 젊은 남자와 늙은 남자, 스튜어디스, 그들의 대화, 행동, 표정, 어투, 침묵과 정적, 사이가 모두 블랙박스 안에 갇혀 있다.

[블랙박스 리뷰]언어 속에서 잃어버린 삶을 찾아-연극 ‘블랙박스’를 본 후
/ 201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