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수
구암의 바다 (제2회) / 김언수

일이 복잡하게 되었다. 희수는 착잡한 심정으로 옥 사장의 망가진 얼굴을 보다가 도다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음 같아선 도다리의 얼굴이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 망둥이는 손 영감의 조카였고 자식이 없는 손 영감에게는 유일한 혈육이었다. 희수는 도다리를 양식장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구암의 바다 (제2회)
김언수 / 2014-06-09
[공개인터뷰_나는 왜] 작품 속에서 작가의 가면을 쓰는가(최민석 편) /

소설가 최민석 하면 으레 도무지 범접할 수 없는 유머와 해학을 떠올린다. 작가는 자신을 가리켜 생각보다 지질하지 않고 의외로 섬세한 사내라고 설명했다. 그 말 또한 옳은 말이다. 그가 굉장히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력의 소유자임은 역시 부인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에겐 호쾌한 농담의 대가라는 이미지가 생생하게 들러붙어 있다.

[공개인터뷰_나는 왜] 작품 속에서 작가의 가면을 쓰는가(최민석 편)
/ 2014-06-09
[연속 공개 인터뷰 나는 왜 제3회 최민석 자선소설] 괜찮아,니 털쯤은 / 최민석

물론, 내가 원숭이라는 사실을 사람을 만날 때마다 떠벌리지는 않는다. 아무리 사회가 다양화되어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사실 원숭이입니다. 밤마다 목이 감겨버릴 정도로 털이 자랍니다”라고 첫인사를 건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속 공개 인터뷰 나는 왜 제3회 최민석 자선소설] 괜찮아,니 털쯤은
최민석 / 2014-06-09
이영주
여름밤 / 이영주

밤이 끝나질 않습니다. 밤이 끝나지 않기를 기다리죠. 한낮의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시간. 서늘한 기운이 우리의 머리를 조금씩 가라앉게 하는 시간. 이상하게 친밀하고 이상하게 영원할 것 같은 시간. 밤은 끝나지 않고, 그 밤을 지새우는 누군가는 검게 물들지만 다정합니다.

여름밤
이영주 / 2014-06-09
김이강
나사의 회전 외 1편 / 김이강

    나사의 회전       김이강           그 뼈 속엔 무엇이 있었을까   나는 할아버지의 머리맡에 서서 두개골을 내려다본다 저 아래로 하얗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무엇이 보인다   이 산에서는 벌떼를 조심해야 하지만 오늘은 비가 오니 괜찮을까 비가 온 것은 어제다 오늘은 맑고 바람에 마른 흙이 흩날리는 날   할아버지는 꼼짝 않는다 꼼짝 않는 할아버지를 사람들이 통째로 들어올리기 시작한다   미묘한 눈빛을 하고 분명히 어떤 속임수를 쓰고 있는데   아무도 발설하지 않는 가운데 태양이 타고 있다 벌떼가 출몰할까   파헤쳐진 무덤가를 뒤로 하고[…]

나사의 회전 외 1편
김이강 / 2014-06-09
기혁
무언극 외 1편 / 기혁

    무언극       기혁           바다 위 출렁이는 은빛, 수갑을 풀기 위해   파도가 쉼 없이 몸부림친다.   육지에서 밀려드는 자서(自序)가 두 귀를 통과해 녹아내렸다.   파도가 죽으면, 파도의 연인과 사랑마저 죽으면, 사람들은 파도의 주검을 말리고 하얀 뼈를 빻아 장례를 치르려고 했지.   검은 심해가 떠오르지 않도록 저마다 입속에 넣고 침묵하기로 했지.   그러나 너는 좀처럼 죽지 않는 행간, 행간에 고인 슬픔의 유성음반.   햇살의 조차지 아래 은빛 수갑을 펄럭이는   배후가 없는 너 4월의 재현배우여,              […]

무언극 외 1편
기혁 / 2014-06-09
김경주
[詩劇]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 제2막 / 김경주

  시극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는 김경주 시인의 시집에 실린 동명의 제목 시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에서 출발한 희곡입니다. 시극은 일반적인 희곡의 전개와 달리 시적인 언어와 알레고리적 전개를 통해 드라마를 구성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시극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는 2006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초연을 시작해 국내 무대에 여러 차례 공연되었으며, 일본에서도 매혹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희곡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곳에 시적 질감을 채우고 언어를 비우고 그곳에 침묵의 질을 배치하며 독특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시극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는 총 3회에 걸쳐 3막으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詩劇]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제2장)      […]

[詩劇]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 제2막
김경주 / 2014-06-09
구병모
개구리 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 / 구병모

아닙니다, 걱정하실 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들으신 건 마차 바퀴가 진흙탕에 빠져서 주저앉거나 돌부리에 걸려 덜컹거리는 소리가 아닙니다. 모든 일이 원하신 그대로 되어 가고 있으니 부디 천리향이 나는 그녀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시고 두 눈은 감람과도 같은 그녀 눈동자를 응시하세요.

개구리 왕자 또는 맹목의 하인리히
구병모 / 2014-06-01
배수아
부엉이에게 울음을 (제2회) / 배수아

나는 남편을 사랑했던 것 같다. 그러므로 그가 없는 사이 나에게 일어난 모종의 일에 대해서 털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사실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앞으로 지속되는 미래의 시간 내내 이미 일어난 것일지도 모를 그 일에 대해서. 일어난 그대로, 혹은 일어나지 않은 그대로, 솔직하게 말이다.

부엉이에게 울음을 (제2회)
배수아 / 2014-06-01
박금산
굉장히 저항적인 돼지가 좋아 (제1회) / 박금산

낮에는수영하고 저녁에는농구하고 밤에는연애편지쓰고. 그렇다고 학교에 안간것은아니고. 주중에는 등교하고 레슨받고. 주말에는 돼지를먹고 닭을먹고 소를먹고. 그렇다고 생선을 안먹은것은아니고. 닭과 소를 합하면 돼지가 되고. 육류소비량의 통계표에 의하면 그렇고. 겨울에는 농구보고 봄이되면 야구보고. 물가낮은나라에서 보냈던 십대. 대학생이되어돌아왔다.

굉장히 저항적인 돼지가 좋아 (제1회)
박금산 / 201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