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현
[2014_차세대1차_소설]침대로 유니콘을 타자 / 김보현

각자의 월세 보증금을 뽑아 한데 옮겨 심었다. 지하철역에서 멀고, 골목이 컴컴하고 지저분한 데다 건물은 오래됐지만 그래도 전세였다. 한 달을 꼬박 돌아다닌 끝에 가까스로 눈높이를 낮추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낡은 창틀이나 촌스러운 원목 싱크대 때문에 울적한 기분이 들 때마다 각자 기십만 원씩 부담해 오던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상기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다.

[2014_차세대1차_소설]침대로 유니콘을 타자
김보현 / 2014-06-25
이진
[2014_차세대1차_소설]말레이곰과 스프링벅 / 이진

곰이 탈출했다. 조련사가 점심밥을 주려고 우리 문을 열어 놓은 틈을 타서 동물원 뒷산을 타고 도망쳤다. 아침 뉴스에서는 탈출한 곰은 ‘말레이곰’으로 야생 곰 중에서 가장 몸집이 작고 온순한 기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말레이곰은 잡식성이며 기본적으로 온순합니다. 그러나 만일 마주친다면 눈을 피하지 말고 서서히 뒷걸음질 쳐 달아나십시오.

[2014_차세대1차_소설]말레이곰과 스프링벅
이진 / 2014-06-25
유재영
[2014_차세대1차_소설]만화경 / 유재영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은 1809년, 우크라이나 소로친치에서 태어났다. 고골에게는 열한 명의 동생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건강히 자라지 못하고 병사했다. 어린 고골은 동생들이 남기고 간 물건을 만지며 상념에 잠기곤 했는데, 그 물건에서 죽은 동생의 목소리를 듣거나 얼굴의 윤곽을 보는 등 환각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2014_차세대1차_소설]만화경
유재영 / 2014-06-25
김용두
[2014_차세대1차_소설]내 염소를 돌려주세요 / 김용두

수의사는 내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간곡한 요청에 외진을 나와 주었다. 난로 옆에 엎드려 있는 염소를 본 수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큰 병인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수의사의 고갯짓이 염소가 아닌 나를 향한 것임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4_차세대1차_소설]내 염소를 돌려주세요
김용두 / 2014-06-25
김연희
[2014_차세대1차_소설][+김마리 and 도시] / 김연희

나는 항상 무언가를 검색했다. 인터넷이 되는 휴대폰 때문에 생긴 버릇이었다. 처음에는 특이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고어텍스, 디스크 어레이, 유비쿼터스, 코넥스 등등. 그런 단어들의 뜻을 알게 되자 뿌듯했다. 그래서 어렴풋이 알지만 정확한 뜻을 모르는 것들로 검색 범위를 넓혔다.

[2014_차세대1차_소설][+김마리 and 도시]
김연희 / 2014-06-25
이소연
[2014_차세대1차_시]활과 무사 외 3편 / 이소연

  [2014년 1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활과 무사     이소연       무사는 촉과 오늬를 생각하며 생 죽(竹)을 깎는다, 활시위를 팽팽히 당기는 손맛은 직선의 힘이다 화살은 물고기 영법인데, 겨누고 있는 찰나가 둥근 과녁을 펼쳐낸다   죽는 순간까지 명궁을 꿈꾸는 무사, 화살을 쏠 순간부터 과녁은 무사의 피안에 서 있다 복숭아나무로 에워싼 무사의 집, 불멸의 무명활이 있고 태양을 삼켜버린 촉이 있다   활은 팽팽함이다 날숨과 들숨 사이에서 약간의 결의가 필요하다 무사는 복사꽃잎을 과녁삼아 또 한나절동안 활시위를 당긴다   활은 무사의 운명을 다스리는 힘을 지녔다 활을 떠난 촉은[…]

[2014_차세대1차_시]활과 무사 외 3편
이소연 / 2014-06-25
권민자
[2014_차세대1차_시]세면대는 어떤 것이든 씻을 수 있다고 말했니 외 3편 / 권민자

  [2014년 1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세면대는 어떤 것이든 씻을 수 있다고 말했니?     권민자       지금부터 나는 꺾인 기분을 목으로 말할래.   끊임없이 등질 곳을 찾는 저녁. 추워지겠지, 속삭이는, 머리, 그때마다 생각했어. “망쳐버린 관계는 왜 버릴 수 없는 걸까?”   늘 나는 나를 버리고 온 곳에서 발견돼. 다시 주워온 목은 “나는 어쩌다 나를 꺾지 못하는 걸까.”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비밀 그러므로 나의 “혀는 도마” “뼈는 칼”   계단이 발뒤꿈치에서 서성거렸지, 관심의 폐활량이 짧아졌다 길어졌지, 땅에 얼굴을 겹치고 조금 눈을 감았지, 그러고도[…]

[2014_차세대1차_시]세면대는 어떤 것이든 씻을 수 있다고 말했니 외 3편
권민자 / 2014-06-25
오병량
[2014_차세대1차_시] 대공황 외 3편 / 오병량

  [2014년 1차 차세대예술인력육성 문학분야 선정작 ]     대공황     오병량           하얀 자작나무 같은 그의 손이 어깨 위에 내리고 있다 페치카 앞에 무릎을 오므리고 앉아 그녀는 잘 타오르는 음악을 듣고 그의 손이 닿은 곳으로 고개를 글썽인다 눈이 내린다 어떤 연주자가 이 무대를 놓칠 수가 있나, 어느 여자가 저처럼 다정한 손길을 마다할 수 있을까? 나는 주택가 구석에 앉아 고양이처럼 턱이나 쓰다듬고 있다 한가한 몸이나 만지면서 탓할 것을 찾는 중이다 빈 술병만이 전 재산인 양 코트 주머니에 담긴 채, 타이도 곱게 다린 셔츠 하나 없이 함부로[…]

[2014_차세대1차_시] 대공황 외 3편
오병량 / 2014-06-25
구병모
[단편소설]이물異物 / 구병모

치밀한 불법 개조로 여섯 가구를 쟁여 놓은 다세대 주택 대문으로 들어가 여느 밤처럼 반지하방 왼쪽 현관을 열었을 때, 양선은 어둠 속에서도 무언가 평소 없던 것이 거실 겸 부엌에 웅크린 모습을 보고, 동세가 없었으나 곁눈질로 포착한 질감과 양감만으로 그것이 가구나 이국의 장식품이 아닌 생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단편소설]이물異物
구병모 / 201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