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수
구암의 바다 (제1회) / 김언수

부산이라는 이 세계적인 항구 도시에는 부두에 쌓인 컨테이너 숫자만큼이나 건달들이 즐비하고, 건달들은 개나 소나 모두 양복을 입는다. 알다시피 건달이란 인간들은 처자식 밥은 굶겨도 자기 양복은 빳빳하게 다려 입고, 점심값이 없어 하루 종일 밥을 쫄쫄 굶을지언정 구두 닦을 돈은 남겨 두는 한심한 족속들이니까. 하지만 구암의 건달들은 구두를 닦기 위해 밥을 굶는 법이 없다.

구암의 바다 (제1회)
김언수 / 2014-05-01
이원
작고 낮은 테이블 외 1편 / 이원

    작고 낮은 테이블       이원           작고 낮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을 때는 바닥에 앉아 다리를 접고 등을 구부려야 하지요 이 작고 낮은 테이블에 무엇을 올릴 수 있을까요 이미 우리는 마주 앉아 있는데요 저녁이 왔는데요   작고 낮은 테이블을 놓고 마주 앉을 때는 모퉁이가 되어야 하지요 쪼그리고 앉아 서로의 표정을 알 수가 없어요 본 적 없는 새의 표정처럼 우리는 부리가 길어지지요   작고 낮은 테이블이 사이에 있어 우리는 손을 들어 비어 있는 둥그런 접시를 하나 들어 올렸지요   네 개의 손이[…]

작고 낮은 테이블 외 1편
이원 / 2014-05-01
손택수
쇠똥구리 별 외 1편 / 손택수

    쇠똥구리 별       손택수           쇠똥구리는 별빛으로 길을 찾는대 똥을 굴리면서도 별과 별 사이로 난 지도를 읽으며 집으로 돌아간대   똥구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려 봤지 몸에서 나는 악취에 진절머리 똥이 될 밥을 따라 수모를 견뎌도 봤지 그때 귀갓길에 본 별 하나 기억하니 별 하나 점을 찍고 눈을 맞추는 게 한때 나의 명상법이었지 사람의 눈은 마주 보지 못하고 별의 동자라도 봐야 살 것 같을 때 있었지   별에 점을 찍으면 나도 까무룩 한 점이 되고 숨을 가지런히 한 채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희미한[…]

쇠똥구리 별 외 1편
손택수 / 2014-05-01
유형진
기쁨과 슬픔과 절망의 트라이앵글 외 1편 / 유형진

    기쁨과 슬픔과 절망의 트라이앵글 _7년 전의 7년 전 일기       유형진           7년 전, 4월에 우리는 바닷가에 갔었다 바닷가에는 데이지나 아네모네 화분에 물을 주었을 때 꽃잎 끝에 맺히는, 투명도 99%의 물방울 같은 햇살이 우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웃고 있었다 멀리 바닷가 마을에 사는 개가 이방에서 온 손님들에게 멍멍멍 짖었다   그래도 중요한 건 우리는 웃고 있었다 기쁨과 슬픔과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치는 것처럼 우리의 웃음은 땡땡땡땡…… 바닷가 투명한 햇살을 받으며 땡땡땡땡…… 트라이앵글 바닥면의 절망과 양쪽으로 똑같이 기울어진 기쁨과 슬픔을 치면서 우리는[…]

기쁨과 슬픔과 절망의 트라이앵글 외 1편
유형진 / 2014-05-01
[좌담]‘문학은 시장권력과 테크놀로지의 압박을 돌파해야 한다’ /

당시 좌담회에는 김미정(문학평론가), 김민정(시인), 김중일(시인), 정우영(시인), 허희(문학평론가), 그리고 사회자로 문학평론가 오창은(《문장 웹진》 편집위원)이 참여했습니다. 인터넷과 SNS 등 매체 환경의 변화가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 독자와 함께할 수 있는 문학의 대중적 실천, 정책적 부분에서 가능한 문학 대중화 실천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좌담]‘문학은 시장권력과 테크놀로지의 압박을 돌파해야 한다’
/ 2014-05-01
금은돌
종이거울 외 1편 / 금은돌

    종이거울       금은돌                문장과 문장 사이, 괄호에 묶인 혀가 들어와 집을 지으려 하네요 문장과 문장 사이, 나의 혀도 닫힌 창문을 열려고 합니다 매일매일 삭제 버튼을 누르는 사이, 만 년 동안 우리에게는 제목이 없었습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 가로놓인 질식        바위틈으로 손을 들여 내 응어리를 깨지 마세요 생각 속에 검은 물이 흐르고        문장과 문장 사이, 흐르기를 멈추지 않는 띄어쓰기 사이로 까끌까끌한 조사 몇 개를 핥아 보았나요? 사루비아의 붉은 선이 날 서 있을 때 문장과 문장 사이, 당신은 수정체에[…]

종이거울 외 1편
금은돌 / 2014-05-01
정영
사랑은 반항하는 새외 같아서 외 1편 / 정영

    사랑은 반항하는 새와 같아서 *       정영           깃털을 치장하며 젊은 새들이 걸어간다 어둠의 약효를 아는 저들은 해가 지면 기어 나와 어슬렁 웃는다 달리는 저들은 숨이 가빠야 통증을 잊는다는 걸 알지 새들의 겨드랑이엔 이미 빈 술병들 어떤 위로처럼 반짝이고   제 태생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자꾸만 씨앗을 뱉으며 공중부양을 연습한다 허공에 살 길이 있다는 듯 얼른 끝장을 보자는 듯   성자를 찾아다니던 머리 깎은 새들은 늙어 가는 여자들 위에서 백발이 되기로 하고 두 손을 잘라 가슴에 밀어 넣는다 죄를 사해 줄 자들은[…]

사랑은 반항하는 새외 같아서 외 1편
정영 / 2014-05-01
성은주
파양 외 1편 / 성은주

    파양罷養       성은주           주말마다 장르를 바꾸길 원했지만 주말마다 장소만 바꾸던   사랑하는 사람 얼굴을 보다가 과일을 베어 물 듯, 아플 수도 있겠다   돌 위에 앉아 관계를 깨는 일   새장을 나가려는 새처럼   달력의 검은 글씨를 오리며 놀던 네가 이젠 검은 글씨를 쓰며 노는구나   멈춰 있는 말들 앞에서   대답하지 못할 때 잃어버리는 것은 죄가 아니다 살아가는 것이 부끄러울 때 일부러 길을 잃어버린 척했다   더없이 슬픈 자장가를 들려주다가   이가 부러지는 꿈을 꾸었다   거기서 네가 넘어졌다 쏟아지는[…]

파양 외 1편
성은주 / 201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