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 발표 신작시] 당신의 날씨 / 김근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 발표 신작시]     당신의 날씨     김 근               돌아누운 뒤통수 점점 커다래지는 그늘 그 그늘 안으로       손을 뻗다 뻗다 닿을 수는 전혀 없어 나 또한 돌아누운 적 있다       서로가 서로를 비출 수 없어 나 또한 그만 눈 감은 적 있다       멀리 세월을 에돌아 어디서 차고 매운 바람 냄새 훅 끼쳐올 때       낡은 거울의 먼지얼룩쯤에서 울고 있다고 당신의 기별은 오고       갑작스러운 추위의 무늬를 헤아려 되비추는 일마저 흐려진 아침  […]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 발표 신작시] 당신의 날씨
김근 / 2014-04-01
조용숙
[문학카페 유랑극장 참관후기]내 몸속에 잠든이 누구신가 / 조용숙

최근에 새롭게 흥미를 붙인 것이 도형심리 수업이다. 네모(□), 세모(△), 동그라미(o), 에스(s) 이렇게 네 가지 모양의 도형을 통해서 사람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 도형심리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도형은 바로 네모와 에스 도형이다.

[문학카페 유랑극장 참관후기]내 몸속에 잠든이 누구신가
조용숙 / 2014-04-01
이은선
[문학카페 유랑극장 참여후기]서울의 달,소금의 빛 / 이은선

남산을 사이에 두고 다녔던 길들을 짚어 보았다. 명동과 종로, 대학로와 을지로 등등으로 이어지던 수많은 길들. 그 길 위로 겹치던 시간의 부피와 발걸음의 색까지 단번에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에게 남산은, 그리고 서울은 그런 곳이었다. 언제나 사람이 지나고, 사람을 지나고, 사람과 지나온 시간들이 겹치는 곳.

[문학카페 유랑극장 참여후기]서울의 달,소금의 빛
이은선 / 2014-04-01
박남준
중독자 외 1편 / 박남준

    중독자     박남준           익어 가고 있다   햇빛과 달빛, 별들의 반짝이는 노래를 기다렸다 너무 격정적이지 않게 그러나 넉넉한 긴장과 두근거림이 휘감았다 마디마디 관통했다 사랑이었던, 슬픔이었던 너를, 당신을, 나를 은일의 바닥에 깔아 무참히도 구긴다   비빈다 짓이긴다 산다는 것 이렇게 서로의 몸을 통해 흔적을 남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 퍽큐 나를 더 뜨겁게 짓이겨 줘 악을 써봐 제발 비명을 질러 봐 어찌하여 상처가 향기로운지   이따금 틈틈이 모던한 멜랑콜리와 주렴 너머의 유혹이 슬그머니 뿌려진다 찻잎의 그늘이 깊어진다   어쩌면 고통, 어쩌면 욕망의 가장 먼[…]

중독자 외 1편
박남준 / 2014-04-01
이덕규
이슬의 탄생 외 1편 / 이덕규

    이슬의 탄생     이덕규           주로 식물에 기생한다 입이 없고 항문이 없고 내장이 없고 생식이 없어 먹이사슬의 가장 끝자리에 있으나 이제는 거의 포식자가 없어 간신히 동물이다 일생 온몸으로 한 곳을 응시하거나 누군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한순간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진다 짧은 수명에 육체를 다 소진하고 가서 흔적이 없고 남긴 말도 없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일설에, 허공을 떠도는 맹수 중에 가장 추하고 험악한 짐승이 일 년 중 마음이 맑아지는 절기의 한 날을 가려 사선을 넘나드는 난산의 깊은 산통 끝에 온통 캄캄해진[…]

이슬의 탄생 외 1편
이덕규 / 2014-04-01
최라라
순환 외 1편 / 최라라

    순환 ― 에셔의 도마뱀     최라라           ……그리고 당신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내 영혼은 잠시 무중력이겠습니다 어둠 이전의 당신이 당신 이후의 어둠을 점선으로 묶습니다 자라지 않는 것은 슬픔만입니다 나는 당신의 걱정만큼 흐르는 중이고 어둠으로부터 온 중력이 감각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순환 중이므로 두꺼운 옷을 입은 채로 잠들겠습니다   어느새 당신 밖입니다 그리고   캄캄한 현실은 꿈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처음을 모르는 파충류 뒤돌아볼 수 없으므로 꿈은 앞으로만 흘러가는 벽입니다 아무리 걸어도 외워지지 않는 숫자들이 거기 있으므로 나는 유일하게 배란기를 기억하지 않는 암컷입니다 내 숫자들은 삼각이나 사각의[…]

순환 외 1편
최라라 / 2014-04-01
김경주
백치 외 1편 / 김경주

    백치   김경주           들개는 백치일 때 춤을 춘다   바다 위 빈 공중전화 박스 하나 떠다닌다   절벽에 표류된 등반가가 품에서 지도를 꺼낸다 협곡을 후 불어 밀어내고 있다   날아가는 협곡들   바위가 부었다 조용히 연필을 깎는다 지우개는 면도 중이다   햇볕이 서서 잠들다가 발밑에서 잠들었다   먹물로 그리는 폭우(暴雨)는 하얗다               13월의 월령체           1월 숲   내가 묻혀 있는 숲. 물이 된 내 목소리. 밤을 마시는 뿌리들.   2월 그림자  […]

백치 외 1편
김경주 / 2014-04-01
내가 나를 속였다 외 1편 / 조은

    내가 나를 속였다   조은           내가 나를 속였다   속이지 않고는 솟구칠 수 없었다   한봉 낙타처럼 가는 사람들의 능선 아름다웠다   늘 앞섰던 그림자의 소용돌이 허공에만 있던 오아시스 고요했던 슬픔   돌아보면 나를 살아 있게 한 것들 절묘한 속임수   속이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었다   무지개를 세울 깊고 아름다운 샘도 나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그날 밤 우리가             그날 밤 우리가 이층 카페에 있을 때 시집을 팔려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시집을[…]

내가 나를 속였다 외 1편
조은 / 2014-04-01
안보윤
[중편연재] 계류와 표류 제3회 / 안보윤

난 원래 살던 곳이 좋아요. 거긴 모든 게 단단하고 옹골차서 하고 싶은 대로 맘껏 내달려도 괜찮았어요. 눈이 쌓이면 거기 찍힌 발자국까지 단단했다고요. 오리 농장 주변에는 낮은 언덕 말고 시야를 가리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하우스에 씌울 비닐이 실린 트럭이랑 수레를 끌고 가는 형 뒷모습도 다 보였어요.

[중편연재] 계류와 표류 제3회
안보윤 / 201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