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평온한 식사 / 이재웅

대성아파트 102동 엘리베이터에, 하루는 새로운 공고문이 붙었다. 그 공고문은 관리사무소에서 붙여 놓은 것으로, 아파트 후문 쓰레기 처리 및 주변 미화작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아파트 주민은 몇 월 며칠 아침 9시까지 관리사무소 앞으로 나와 달라는 것이었다.대상 20세 이상 55세 이하 신체 건강한 남성. 당일 선착순 10명. 8만 원 지급.

[단편소설]평온한 식사
이재웅 / 2013-12-01
정지아
『도덕의 구조』를 시작하며 / 정지아

내 나이 아홉 살 때, 4교시가 시작되면 나는 선생 집에 도시락을 가지러 갔다. 아이 걸음으로 왕복 40분이 넘게 걸리는 길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는 그 먼 길을 걸어 도시락 배달을 했다. 4교시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것이 벌인지 상인지 알 수 없었다. 혼자 걷는 그 길이 때로는 나쁘지 않았고, 하여 나는 돌아오는 길이면 도시락이 식을세라 품에 꼭 끌어안고 달음박질쳤다. 겨울방학을 하는 날, 종례를 끝낸 선생이 교단으로 나를 불러냈다.

『도덕의 구조』를 시작하며
정지아 / 2013-12-01
황인찬
[연재에세이:비문학영역(3회)]내 여동생이 이렇게 라이트노벨 제목을 길게 지었을 리 없어-2 / 황인찬

라이트노벨에서의 1인칭 시점 쏠림 현상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선 ‘네타’라는 개념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한국어로는 적절한 대응어가 없는 개념이긴 하지만, 웹에서 쓰일 때는 대략적으로 어떤 맥락 안에서 사용되는 개그의 기본 요소, 패러디 등에서 사용되는 원천 소스 혹은 작품의 스토리상 중요한 결절점 같은 것을 뜻한다.

[연재에세이:비문학영역(3회)]내 여동생이 이렇게 라이트노벨 제목을 길게 지었을 리 없어-2
황인찬 / 2013-12-01
오은
미완 외 1편 / 오은

    미완   오은         가로등은 세로로 서 있지 2차원을 뚫고 나오는 그 안간힘이 가로등을 완성시켜 주지 그래도 뭔가 부족해서 낙엽은 꼭 그 아래서만 맴돌지 길가를 수놓는 것은 발바닥의 몫 발자국은 횡설수설로 나 있지 집을 향한 그 집념이 발자국을 완성시켜 주지 누군가 발끝을 스치기라도 하면 바스락바스락 낙엽은 가까스로 몸을 옹그리지 더 마를 수 없을 때까지   몸이 무너지면 마음이 무너지지 할 수 없는 일 하면 안 되는 일 할 수 있는데 하면 안 되는 일 일은 말 그대로 하나같이 절로 해결되지 않아서 마음이 먼저 무거워지지 몸은[…]

미완 외 1편
오은 / 2013-12-01
박강
그라운드 제로 외 1편 / 박강

    그라운드 제로   박강         열 번째의 종려나무 숲 열 번째의 희귀 성을 가진   한 아이가 묻혀 잠든 곳 움푹 팬 이마보다   폭심지보다 소용돌이치는 검은 구름과 빗방울 빨아들이고 말라 간 피부 떨어내면서 순백의 기둥 오롯이 자란 도심의 피폭수 유칼리나무 하나             닦지 않는 안경         둥글고 길게 굽이치며 이어진 두 개의 소용돌이치는 강과 강 사이에 작고 단단한 여울목 다리 너와 내가 산책하다 걸터앉았다가 가끔씩 엎드려 베개로 삼곤 했던 프라임 사전 한 장 뜯어 먹던 곳 둘만의[…]

그라운드 제로 외 1편
박강 / 2013-12-01
양윤의
[차세대선정작 개별 평론]남아 있는 나날들 / 양윤의

전석순의 소설은 제목이 말하듯 소멸이라는 테마에 대한 탐구다. 소설은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자리를 정하는 문제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어디에 묻히고 싶어 했을까? 다른 하나는 사라진 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잡지사 사진작가인 ‘나’는 ‘사라질 것들’이란 주제로 특집을 기획하고 있다.

[차세대선정작 개별 평론]남아 있는 나날들
양윤의 / 2013-11-30
박사랑
[차세대_3차_소설]바람의 책 / 박사랑

지금부터 당신이 흥미를 느낄 만한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 책에는 첫 페이지도 마지막 페이지도 없습니다. 그리고 한번 본 페이지는 다시 볼 수 없지요.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언젠가 당신에게로 갈 겁니다. 어때요, 흥미가 생기지 않나요? 아, 한 가지 주의사항을 말씀드리죠. 이 책을 펴면 다시는 펴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조심하십시오.

[차세대_3차_소설]바람의 책
박사랑 / 2013-11-30
김연희
[차세대_3차_소설] 블루테일 / 김연희

침대에서 일어난 여자는 숱이 많은 머리카락을 묶으며 주방으로 나갔다. 냉장고 문을 열자 밝은 빛이 퍼져 나왔다. 여자는 빛을 마주하고 서서 된장, 멜론, 주사위 모양 치즈, 토마토, 피클을 보았다. 잠시 뒤 냉장고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여자는 문을 닫고 돌아섰다. 거실 바닥에 고무 수갑, 굴착기, 버스, 스파이더맨, 택시, 헬리콥터가 흩어져 있었다.

[차세대_3차_소설] 블루테일
김연희 / 201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