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대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는 원래 아무것도 없으니까 내가 잘 돼서 뭔가를 만들어 보라고, 내가 공부라도 잘해야지 가족들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다고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바깥에 있고 끊임없이 안에 있는 나를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천천히 그 자리에서 지워졌다. 나는 침묵했다. 침묵만이 내가 가진 최고의 무기가 됐다.
2013년 12월
문득 어째서 다들 그렇게 사랑을 노래하는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노랫말은 본디 그 시대를 반영하게 마련이니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사랑이요, 이 사회에 그야말로 사랑이 넘치고 있다는 결론이 성립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으니까요.
11월의 마지막 날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한 무리의 청소년이 나타났다. 앳된 얼굴을 하고 동물 잠옷을 입은 이 소년소녀들의 출몰에 행인들은 흥미로운 시선을 던졌다. 이들은 곧 공원 한쪽에 커다란 현수막 하나를 걸기 시작했다. '월 스트리트 문학 페스티벌'.
2013 문학특기자단, 2014년에는 아마도 더 치열히 문학 현장을 뛰어다니며 알찬 기사들을 쏟아낼 것이다. 올해 익힌 습관들이 내년에는 좀 더 몸에 착 달라붙을 테니 말이다. 지금까지 해온 그대로만 힘을 발휘하고, 현재의 열정만 다 소진하지 않아도 좋다. 자연스레 쓰고 싶은 게 많은 날이 올 것이다.
지난 10월 5일 토요일 오후 2시. 파주북소리가 한창인 파주출판도시의 아시아출판문화센터 대회의장에서 특별한 행사가 개최되었다. 한국이 내년 런던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청된 것을 기념하는 영국 문학의 날 북 콘서트가 바로 그것. 팀 볼러, 줄리아 골딩과 같은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와, 영국의 떠오르는 신예 작가 캐리 허드슨, 한국의 젊은 작가 한유주가 등장해 문학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이렇게 반문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직 자신의 존재를 납득시킬 수 있는 이들만이 타인과의 소통의 장에 나설 수 있으며, 나아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으리라는 저 상상은, 과연 동화 속의 정령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일까요?
고룡이라는 작가는 요사이 독자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것이다. 중국무협이 오래 전처럼 거의 유일한 장편 읽을거리의 대명사가 아니게 된 시절, 김용이라는 이름 정도가 일반적인 독자에게 알려진 무협의 대표 아이콘이라 했던 시대이니.
지금 다시 청소년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뭔가를 제대로 알고 나의 길을 갈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불확정성이 넘쳐나는 정글이다. 전체 속에서 나라는 개체가 어떻게 영향을 받으며 어떤 식의 진화를 해나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정글의 불확정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불확정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이 있기나 한 것일까?
문득 왜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발을 내딛으며 걸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발이 안 맞아서 손해 본 적도 없고 남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었다. 걸음이 느리다고 야단맞은 적도 없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정신을 차렸다. 그런 생각은 지금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다른 사람과 똑같이 걷는 것만이 살 길이었다.
그때 내가 더 이상 당신을 꿈꿀 수 없을 땐 국물 묻은 제 일기를 들려주겠어요 나만이 소장한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한 책 실은 채워 넣었으나 무얼 적어도 공란 같던 매일을, 그때 내가 더 이상 당신을 꿈꿀 수 없을 때 나를 작파하여 사랑했던 책을 몸 팔듯 잊고 끼니를 떠먹을 때마다 밥알이 식도를 타고 위장을 타내려가는 당연한 주중의 요일들일 때 게다 내 특별한 당신까지 좀 또 잊은 듯해 용기(容器)에 얼굴 박고 울고 싶을 때 당연시되는 남남으로 그리 사랑의 명줄이 끊겼을 때 저의 나날을 좀 알려주겠어요 실은 무얼 넣어도 창자가 달라붙던 공복의 그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