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자
[시]붉은 꽃에 대한 명상1 외 4편 / 권순자

    붉은 꽃에 대한 명상 1     권순자       너는 뜨거운 꽃이다 숙연한 나는 너를 향해서 묵도한다   한때 두려운 햇빛을 온몸으로 받았지 쏟아지는 바람이 투명한 피부를 간지럽혔지 낡은 우리에 스며들던 달빛!   안락한 꿈은 매캐한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달빛은 무엇을 훔칠 수 있나   갇혀 돌던 선율이 목뼈에 걸려 슬픔이 어둠을 물고 경련을 일으킨다   봄은 우왕좌왕하고 꽃물은 닳고 닳아 너는 헐거워지고 나는 숨 죽여 흐느낀다   꽃살 때문이야 네 붉은빛이 아름다운 맛을 내기 때문이야   붉은 불길에 뜨거운 꽃, 너는 빛깔을 잃고 잠이[…]

[시]붉은 꽃에 대한 명상1 외 4편
권순자 / 2013-11-18
이준관
[시]뒤꼍의 추억 외 9편 / 이준관

    뒤꼍의 추억   이준관       뒤꼍에는 감나무 한 주 서 있고 밤마다 어머니가 물을 떠놓고 빌던 사발엔 푸른 별들이 감꽃처럼 피었다 졌다   햇빛으로 반질반질 윤나게 장독대 닦던 어머니 몸에서는 코끝이 찡해지는 간장 냄새가 났다   야단맞고 무릎에 턱을 괴고 코를 훌쩍이고 울고 있으면 아직 떫고 비릿한 감또개가 내 발등에 뚝 떨어졌다, 눈물방울처럼   가끔 장독대에는 어린 뱀이 똬리를 틀다 가곤 하였지만 뱀은 너무 순해서 혀를 날름거릴 줄도 몰랐고 봄날 자부름에 겨워 자올자올 조는 고양이 콧등에 나비가 앉을락 말락 팔랑거렸다   뒤꼍 굴뚝에서는 밭에 씨를 뿌리러[…]

[시]뒤꼍의 추억 외 9편
이준관 / 2013-11-18
김성범
[동시]까닭 외 9편 / 김성범

    까닭   김성범       까만 꽃씨를 심으면 빨강 노랑 하양 다홍 자줏빛 꽃이 핍니다   까만 꽃씨에서 까만 꽃이 피면 기다리는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너네 집은 몇 평인데?       까치는 나뭇가지 주워다 집을 짓고 밭쥐는 풀잎 끌어다 지었다. 멧돼지는 덤불을 뭉개어 지었고 두더지는 땅을 파서 지었다 어떻게 지었든 무엇으로 지었든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을 만큼이지 제각기 고만고만 지었으니 부럽지 않아 좋겠다. 서로 깔볼 필요 없어 좋겠다.           노크         바람 살랑이고 희뿌연[…]

[동시]까닭 외 9편
김성범 / 2013-11-18
[누구나 아무도_15회]1인 장르는 어떻게 가능한가 / 좌백

톰 클랜시는 테크노 스릴러의 특징인 첨단과학과 전문기술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밀리터리, 즉 군사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그렇다. 그래서 그를 밀리터리 장르의 작가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그의 주요 관심사가 과거 미, 소의 냉전시대를 전후로 한 군사적 대치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서는 주로 스파이 활동이며 국지적인 충돌, 때로는 전면적인 전쟁이나 테러 등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는 실제로 이러한 일들을 다루는 미국의 정부기관인 CIA, FBI, 그리고 국방성과 백악관에까지 조언을 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누구나 아무도_15회]1인 장르는 어떻게 가능한가
좌백 / 2013-11-15
[후회할거야_2] 중독의추억 /

태어나서 내가 최초로 중독된 것은 야구였다. 말하자면 나는 원년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박민규의 장편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꼬마 주인공과 거의 일치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소설 속 주인공이 언제나 꼴지를 하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이었다면 나는 언제나 그들을 울게 만들었던 얄미운 리틀 베어스였다는 것.

[후회할거야_2] 중독의추억
/ 2013-11-15
천정완
[중편연재 2회] 그녀의 잠 2 / 천정완

    그녀의 잠(제2회)   천정완     말을 하지 않으면 생각들이 자라. 생각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것을 알았지. 고통이야. 어떻게 하면 이것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해 봤지.          4       나 정말 미련 없어. 그렇게 결정했으니까 그렇게 할 거야.     그렇게 미영은 10년을 매달려 있었던 피아노 앞에 다시는 앉지 않았다. 그게 작년 팔월 초였다. 함께 입시 준비를 하던 선배가 콩쿠르에서 입상에 실패해 농약을 마시고 죽은 직후였다. 미영은 선배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 묵묵히 옆을 지켰다. 단 몇 모금으로도 폐가[…]

[중편연재 2회] 그녀의 잠 2
천정완 / 2013-11-15
[11월 에세이_불] 프로메테우스를 위하여 /

    프로메테우스를 위하여   박시현 (일신여자고등학교 재학 중)             환절. 벌써 목구멍이 바짝 마른다. 가을을 완연히 넘어서 긴 계절이 오는 것이다. 뉴스 소식도 부쩍 건조해졌다. 또 야산서 불이 났단다. 대부분이 그렇듯 실화이다. 아찔히도 붉을 열기 눈에 선하다. 강건하던 터전을 산 채로 집어삼킬 깊은 아가리.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 윤동주의 '간(肝)' 일부       윤동주 시인 ‘간’의 마지막 구절이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인간에게 불을 전한 영웅. 그 죄로 간을 쪼아 먹힌다. 과연 불이 뭐라서.[…]

[11월 에세이_불] 프로메테우스를 위하여
/ 2013-11-15
[11월 단편소설_불] 텅 빈 세계 / 하창수

    가득 찬 텅 빈 세계 – 프로메테우스 후생기(後生記)   하창수             여름이 막바지에 이른 무렵. K일보가 들어 있는 빌딩 커피숍의 창가 자리에 마주 보고 앉은 두 남녀의 모습이 사뭇 대조적이었다. 여자는 의자를 바짝 끌어당겨 앉은 채 열심히 떠들고 있었고, 팔짱을 낀 채 의자 등받이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남자는 모양새만 봐서는 얘기를 듣는 건지 졸고 있는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아예 눈을 감고 있었다. 에어컨은 적당할 정도로 시원한 바람을 내보내고 있었고, 실내를 감도는 음악은 잔잔한 피아노곡이었다. 졸기에 딱 좋은 조건이었다. 그런데도 여자는[…]

[11월 단편소설_불] 텅 빈 세계
하창수 / 2013-11-15
김이듬
[11월 에세이_불] 불켜진 창문들 / 김이듬

    불 켜진 창문들   김이듬             여기가 아니라면 쓸 수 없는 글이 있어. 그래, 네가 있는 그곳에서 지금이 아니라면 쓸 수 없는 글이 있듯이 말이지. 자정이 가까워오는 시각이야. 테라스에 나가 무릎을 안고 싸늘한 밤공기를 들이켜본다. 소리 한 점 없어. 저 캄캄한 하늘에 반달이 떴구나. 황금빛 어항 같은 달 속에 투명한 비늘로 헤엄치는 물고기가 보이니?         #1. 아이오와는 날아가고       나는 투명 비닐 속에 든 금붕어처럼 답답했단다. 입술을 벌려 겨우 숨만 쉬었지. 지난여름의 일이야. 나는 주한미대사관에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길고 긴 줄[…]

[11월 에세이_불] 불켜진 창문들
김이듬 / 2013-11-15
[문학특!기자단]민들레예술문학상, ‘소박한 토크콘서트’로 알리다 /

      민들레예술문학상, ‘소박한 토크콘서트’로 알리다     – 문학특!기자단 글틴기자 방보경(bbk0923@naver.com)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 토크콘서트가 진행되기 삼십 분 전부터 관계자들은 행사 준비에 바빴다. 그 와중 마이크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 목소리가 원래 좋은데, 지금은 에코가 너무 심한 것 같네요.” 진행자 이은선 작가는 수줍은 표정과 어울리지 않게 능청스러운 멘트를 던졌다. 뒤쪽에는 차와 커피, 과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민들레 예술문학상’에 어울리는 노란색 컵홀더가 눈에 띄었다. 컵홀더에는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로고와 함께 크라우드 펀딩(좋은 아이디어를 알려, 다른 이들에게 필요 자금을 얻어내는 것)에 참여할 수 있는 주소가[…]

[문학특!기자단]민들레예술문학상, ‘소박한 토크콘서트’로 알리다
/ 201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