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의
[차세대선정작 개별 평론]남아 있는 나날들 / 양윤의

전석순의 소설은 제목이 말하듯 소멸이라는 테마에 대한 탐구다. 소설은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자리를 정하는 문제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어디에 묻히고 싶어 했을까? 다른 하나는 사라진 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잡지사 사진작가인 ‘나’는 ‘사라질 것들’이란 주제로 특집을 기획하고 있다.

[차세대선정작 개별 평론]남아 있는 나날들
양윤의 / 2013-11-30
박사랑
[차세대_3차_소설]바람의 책 / 박사랑

지금부터 당신이 흥미를 느낄 만한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합니다. 이 책에는 첫 페이지도 마지막 페이지도 없습니다. 그리고 한번 본 페이지는 다시 볼 수 없지요.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언젠가 당신에게로 갈 겁니다. 어때요, 흥미가 생기지 않나요? 아, 한 가지 주의사항을 말씀드리죠. 이 책을 펴면 다시는 펴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조심하십시오.

[차세대_3차_소설]바람의 책
박사랑 / 2013-11-30
김연희
[차세대_3차_소설] 블루테일 / 김연희

침대에서 일어난 여자는 숱이 많은 머리카락을 묶으며 주방으로 나갔다. 냉장고 문을 열자 밝은 빛이 퍼져 나왔다. 여자는 빛을 마주하고 서서 된장, 멜론, 주사위 모양 치즈, 토마토, 피클을 보았다. 잠시 뒤 냉장고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여자는 문을 닫고 돌아섰다. 거실 바닥에 고무 수갑, 굴착기, 버스, 스파이더맨, 택시, 헬리콥터가 흩어져 있었다.

[차세대_3차_소설] 블루테일
김연희 / 2013-11-30
김소윤
[차세대_3차_소설]J의 크리스마스 / 김소윤

오늘도 J는 수백 마리 생선의 배를 따 내장을 후벼내고 소금을 뿌려 봉지에 담았다. 시간대에 따라 호객을 하기도 했고 반짝 세일하는 오징어를 몇 마리씩 양 손에 쥐고 흔들기도 했다. 선배의 지시에 따라 냉동 창고를 오가느라 발끝이 꽁꽁 얼어붙고 귀 끝이 간지러웠지만 누구에게도 호소할 수는 없었다. 연말연시 특수로 명절의 70%에 육박하는 매출고를 올렸기 때문이다.

[차세대_3차_소설]J의 크리스마스
김소윤 / 2013-11-30
최정화
[차세대_3차_소설]파란 책 / 최정화

그녀는 새집으로 이사한 뒤 인테리어에 한창 열을 올렸다. 그녀는 『월간 인테르니』, 『메종 드 다이애너』, 『인테리어 앤 데코』, 『레모닉 하우스』 같은 인테리어 잡지들을 정기 구독했고 잡지가 도착한 그날 저녁에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녀는 편집인의 말부터 광고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았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색 테이프를 붙여가며 기억해야 할 페이지에 표시를 했다.

[차세대_3차_소설]파란 책
최정화 / 2013-11-29
황현진
[차세대_3차_소설]여섯 살 / 황현진

나는 정말 집이 싫어. 그 말은 아빠의 입버릇이었다. 아빠의 입버릇은 엄마와 나에게 어떤 경고처럼 들렸다. 우리는 그 경고를 우습게 흘려들었다. 앞으로 우리가 잃어버릴 것들이 매우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엄마와 나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우리에게 아빠의 경고는 투정에 가까운 것이었다. 엄마와 내가 정말 속상할 일들은 아빠와 관련된 무엇이 아니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가장 놀랄 사람이 아빠라는 사실은 때때로 나를 기분 좋게 했다. 그런 날이면 아빠의 품에 잠자코 안겨 엄마의 등 뒤에 망연자실 서 있는 귀신에게 손을 흔들어 주곤 했다.

[차세대_3차_소설]여섯 살
황현진 / 2013-11-29
김보현
[차세대_3차_소설]카니발의 연인 / 김보현

시야가 흐릴 정도의 햇살이다. 모든 감각이 나른하게 마비되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상대적으로 또렷하게 떠오른다. 바닷물이 말라붙고 난 뒤 피부에 맺히는 소금처럼. 나는 손바닥으로 팔뚝을 쓸어내린다. 죽음의 결정(結晶)을 가볍게 털어내 버린 뒤 온통 살고 싶은 의지만으로 충만한 여자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걷는다.

[차세대_3차_소설]카니발의 연인
김보현 / 2013-11-29
박송아
[차세대_3차_소설]마지막 서커스 / 박송아

    마지막 서커스     박송아             누군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너가 기억하는 최초의 거짓말은 뭐니? 열여섯 A가 기억하는 최초의 거짓말은 그녀가 열한 살 때 참가한 교내 백일장 시상식에서였다. A의 반에는 A의 비틀린 왼쪽 발목을 유난히 놀렸던 여자애가 있었다고 했다. “그 계집애 꿈이 작가였어.” 그래서 그 여자애는 열리는 백일장마다 나가서 상을 타왔다. 매년 사월이면 다가오는 장애인의 날엔, A의 학교에서 백일장이 열리곤 했다. 그 백일장 전날 밤, 아버지가 A 곁에 누웠다. “내일 너처럼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명심하렴.” 백일장 당일 A는 말[…]

[차세대_3차_소설]마지막 서커스
박송아 / 2013-11-29
허희
[차세대_3차_평론]오타쿠적 인간들이 산다 / 허희

사람은 사람들과 살아간다. 세상에 던져지고, 숨지는 순간은 비록 혼자일지라도 삶을 영위하면서 타자와 마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당신과 나는 개별적인 단독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우리라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관계망을 형성한다. 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의 탄생은 정치의 메커니즘이 소여이면서 동시에 제도라는 작위의 형태로 작동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차세대_3차_평론]오타쿠적 인간들이 산다
허희 / 201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