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지
[연재에세이] 콘텐츠의 사회학① / 장이지

  콘텐츠의 사회학 ①   장이지(시인)             Intro      특정한 문화권, 혹은 인류 보편의 영역에 있어서 민담은 어떤 공통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죽은 아내를 찾기 위해 죽음의 세계로 떠난다고 하는 이야기는 그리스에도 일본에도 있다. 여기에서 일단 이야기의 ‘보편성’이 ‘구조’의 층위에서 성립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에 있어서 구조의 중요성은 ‘번역’을 떠올리면 더 절실한 문제가 된다. 오쓰카 에이지(大塚英志)는 일본의 서브컬처나 문학의 세계화에 대해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의 언설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패니메이션도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나 요시모토 바나나(吉本ばなな)도 그들이 용이하게 세계화한 것은 거기에 구조밖에[…]

[연재에세이] 콘텐츠의 사회학①
장이지 / 2013-10-01
최지인
쌍생 외 1편 / 최지인

    쌍생(雙生)   최지인            초에 불을 붙이고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는 채소 수프처럼      이를테면      구름과 갈색 말      밤마다 약을 삼키는 일        기절하고 싶다      내가 아프니까      싫지?        “조금 거북할 수 있어요 그런 기분으로 죽을 수도 있지요 실컷 구역질을 하며 자신을 미워하세요”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니      무척      편하다        우리의 새벽이 달린다 도로에는 죽음이 널려 있다 그것은 희미한 빛을 내며 갑자기 사라진다 그것을 붙잡는 사람이 있다 몸에 축적된 그것의 경험이 우리의 삶을[…]

쌍생 외 1편
최지인 / 2013-10-01
강회진
역마,살 외 1편 / 강회진

    역마, 살   강회진           몽골 사람들은 바람에도 색깔이 있다고 말한다. 저물 무렵, 고비의 바람은 하얀 바람. 사막에 조심스럽게 당신을 그려 본다. 훅, 바람 불자 당신은 슬그머니 지워진다.       사주에 역마살이 있다고 처음 들은 날,     산양자리인 나는 이상하게도     심장이 평소보다 쿵쿵 크게 울렸다.     이 복된 저주.     평생 길 위를 방황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에서의 최고의 욕은     평생 한 곳에서만 살아라.     정착은 곧 죽음을 말한다.     칭기즈칸은 죽기 전 이렇게 말했다지,     나를 매장한[…]

역마,살 외 1편
강회진 / 2013-10-01
최규승
그루밍선데이 외 1편 / 최규승

    그루밍 선데이   최규승           까슬까슬한 햇살     한낮을 늘이며 하늘 꼭대기에서 밀려온다     두꺼운 유리창     사이에서 고양이는 햇살을 등지고     눈을 감고 존다     푹신한 방석     위에 하루를 뒤집어쓴 여자     말려 올라간 티셔츠     여자의 허리를 드러낸다       눈을 감고     고양이와 여자는 제 몸을 핥는다     고양이는 혀로     여자는 손톱으로       벌떡벌떡 일어서려는     쩍쩍 갈라지려는     쭈글쭈글 접히려는       하루     햇살과 혀와 손톱에 쓸려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창밖,       벚꽃 잎[…]

그루밍선데이 외 1편
최규승 / 2013-10-01
강지혜
껍질 외 1편 / 강지혜

    껍질   강지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척하면서     나는 내 머리를 토닥인다       모두의 바람처럼     거울이 나무를 비추면 좋겠지만     나는     숲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의자에 앉아     무릎의 위치는 왜 언제나 여기인지     생각하는       배경   *       늘 같은 곳에     굳은살이 박힌다     아빠발가락과 엄마발가락 사이     이미 어머니와 떨어져 있는데도     “처녀 적 구두를 자주 신어서 그래”     면도날로 발바닥의 못을 무심히 긁어내는     그녀와     뻐드렁니   *       어떤[…]

껍질 외 1편
강지혜 / 2013-10-01
조영석
재규어 외 1편 / 조영석

    재규어(Jaguar)   조영석       진눈깨비 날리는 새벽 불침번을 마친 외등이 눈을 감는다 주공 아파트 깨진 아스팔트 진입로를 따라 재규어 한 마리가 소리 없이 사냥을 나간다 따라 붙는 마을버스도 마주 오던 1톤 트럭도 최대한 발걸음을 늦춘다 숨소리도 죽인다 서식지를 벗어나 나타나 버린 재규어를 시야에서 밀어내려 안간힘을 쓴다 전(全) 재산을 서리처럼 뒤집어쓰고 쓸쓸히 골목을 빠져나가는 재규어 재규어가 지나가자 참았던 울음소리를 내며 마을버스도 1톤 트럭도 힘껏 흙을 뿌린다.           1인용 우주선       산미구엘을 마시며 세계의 끝을 본다 손 대는 책들은 모두 지구에서 먼[…]

재규어 외 1편
조영석 / 2013-10-01
이수명
주민센터 외 1편 / 이수명

    주민센터   이수명           등록하려고 줄을 섰다. 다들 무슨 등록을 하고 있었다. 이 서류 저 서류를 들고 있었다. 덮어놓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 속에 서 있었다. 줄이 구부러지고       줄에서 나오는 사람 줄로 들어가는 사람       주민들은 하나같이 등록을 굳게 결심했다. 벌써부터 모집이 있었다. 모집을 안내하고 안내를 모집했다. 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센터에 접수해 주십시오 센터는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날마다 주민센터에 갔다. 날마다 주민에 해당되는 일들을 했다. 주민을 불태우고 주민에 호소했다. 그러면 주민은 증명되었다.       주민센터가 하는 일이 도대체[…]

주민센터 외 1편
이수명 / 2013-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