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섭
천둥 번개의 마을을 지나갈 때 외 9편 /

    천둥 번개의 마을을 지나갈 때   심호섭       천둥 번개의 마을을 지나갈 때 세상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날아가는 바람의 날개를 보았나니. 그것의 격렬한 움직임에 놀랐나니.   잔잔하던 해면이 들끓어 하얗게 물보라가 휘날리고 번쩍이는 불빛, 귀를 찢는 굉음, 허공을 날던 바닷새는 사라지고 없고 물속의 물고기는 숨을 죽인 채 유영을 멈추었나니.   잔잔하던 해면이 들끓어 하얗게 물보라가 휘날리고 번쩍이는 불빛, 귀를 찢는 굉음, 허공을 날던 바닷새는 사라지고 없고 물속의 물고기는 숨을 죽인 채 유영을 멈추었나니.           쇠에게       쇠여, 너는 뜨거운[…]

천둥 번개의 마을을 지나갈 때 외 9편
/ 2013-08-30
최서림
가시나무 외 9편 / 최서림

    가시나무   최서림       사랑이란 말이 외계어처럼 들리던 때였다 시뻘건 적개심이 우울증을 몰아내 주기도 하던 때였다 들을 귀가 없어 공허하게 혼자 떠들기만 하던 내 안에 빽빽이 도사린 가시는 보지 못하던 때였다 내 가시에 내가 찔리는 줄도 모르던 때였다   잿빛 꿈이라도 꾸어야 시인이지만 모든 이데올로기는 비극적이란 말도 있다 반들반들한 말의 벽돌로 빈틈없이 쌓아올린 집 속에 손님으로 들어가 쉴 만한 방들이 없다 말이 너무 많아 말과 말이 섞일 공간이 없다   말에 허기진 나더러 아내는 씨 뿌리는 사람의 심정으로 시를 써보라 한다 정신없이 말을 뱉어내기 바쁜 시인보다[…]

가시나무 외 9편
최서림 / 2013-08-30
김왕노
꼬리 외 9편 / 김왕노

    꼬리   김왕노           꼬리에 꼬리를 치다가 등이 굽고 허리가 휘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는 세상에 꼬리에 꼬리를 쳐서 겨우 이르렀을 뿐이다.       꼬리에 꼬리를 치더라도 꼬리를 치지 않는 세상에 이르지도 못한다. 꼬리치지 않는 세상에 이르렀다는 것이 도리어 비애의 거리에 도착했다는 역설이기도 하므로 우리는 먼 곳을 향해 꼬리에 꼬리를 칠 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꼬리에 꼬리를 쳐서 앞으로 나아간다. 꼬리치지 않아 죽은 정충처럼 어둠 위로 떠내려가는 비명을 들은 적이 있다. 허우적거리는 손을 본 적이 있다. 꼬리를 치므로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지만 꼬리에 꼬리를[…]

꼬리 외 9편
김왕노 / 2013-08-30
조용환
기타부기 외 7편 / 조용환

    기타부기   조용환       내 기타는 하늘과 땅을 오가는 노래, 물방울처럼 통통 환상을 건너지만 서툴러도 열정적인 눈빛으로 한 가지만 울리네 골목길을 돌아가는 당신의 오디세이를 들었다면 기차는 연착 중이고 목책에 걸터앉아 커피 향을 마시며 초원을 꿈 꿀 것이지만 내 노래는 울퉁불퉁하고 불편해도 잠든 당신의 숨소리를 간직하지 그러나 들을 수 없는 음악, 바람처럼 사무치면서 햇살처럼 번져 가는 내 목소리를 당신은 언제든 어디서든 듣게 되겠지만 달나라도 가고 넥타이를 풀고 신발을 벗고 풀을 뜯고 구름을 따라 흐르겠지만 어느 순간에도 변치 않는 개울물 흐르는 뒷동산을 찌릉찌릉 달리는 세발자전거 가슴 뛰는 첫사랑은[…]

기타부기 외 7편
조용환 / 2013-08-30
[차세대 행사]제3회 파릇빠릇 문학콘서트 1부 영상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등단 5년 미만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_AYAF(문학) 파릇빠릇 콘서트 3회, 신인작가와의 특별한 데이트! (제1부)     ● 일시 : 2013. 8. 12 (월) 저녁 7시 ● 장소 : 대학로 예술가의 집 3층 다목적실 ● 진행 : 최민석(소설가) ● 초대작가 : 유재영 & 조우리 (이상 소설가)      

[차세대 행사]제3회 파릇빠릇 문학콘서트 1부 영상
/ 2013-08-28
김가현
[우리 같이 읽을래?] 내가 사랑한 고독 / 김가현

    내가 사랑한 고독 –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을 읽고   김가현(고양예고 3학년)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를 떠올려보자. 당신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꿈과 현실의 방 사이를 떠다닌다. 당신의 눈꺼풀 위에는 여전히 푸른 햇빛이 아닌 꿈속 어둠이 내려앉아 있고 귓가에는 알 수 없는 낱말들이 오간다. 그것들은 꿈속에서만 알아들을 수 있는, 시차를 가진 언어이다. 당신은 그 가늠할 수 없는 시차에 홀로 남겨진다. 그 세계에서 선명한 것은 당신의 감정뿐이다. 햇빛이 어둠으로 변모하는 세계 속에서 당신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감정뿐인 것이다. 황병승 시인의 『육체쇼와 전집』 역시 이러한 시차[…]

[우리 같이 읽을래?] 내가 사랑한 고독
김가현 / 2013-08-27
허희
[우리 같이 읽을래?] 실패해도 괜찮아 / 허희

    실패해도 괜찮아 –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문학과지성사, 2013)   허희(문학평론가)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하려면 통과해야만 하는 관문이 있습니다. 바로 국어?수학?영어 등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입니다. 취득 점수에 따라서 등급이 나뉘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수능이 치러지는 날은 직장 출근 시간과 비행기 운항 스케줄까지 조정될 정도로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립니다. 올해 수능은 11월 7일인데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많은 수험생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지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시험 이야기를 갑자기 왜 꺼냈냐고요? 바로 수능 과목 중 하나인 국어에 ‘시’가 출제되기 때문입니다. 과연[…]

[우리 같이 읽을래?] 실패해도 괜찮아
허희 / 2013-08-27
[8월_에세이_벽] 푸른 벽 / 함성호

    푸른 벽   함성호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서로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비슷한 잣대가 하나 있다. 어느 마을에나 오리 바위와 십리 바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바위는 이름이 말해 주듯이 아이들의 수영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오리와 십리는 지금 척도로 얘기하면 각각 2킬로미터와 4킬로미터에 달하는 먼 거리다. 물론 그 기준이 되는 지점은 해변이다. 해변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바위가 오리 바위고, 그 보다 먼 4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것이 십리 바위다. 그러나 누가 자로 재 본 것도 아니어서 실제로 그 바위가 해변에서 오리나 십리 거리에 있는지는 아무도[…]

[8월_에세이_벽] 푸른 벽
함성호 / 2013-08-27
정여울 평론가(2013)
[고전에세이_6회] 유리창, 우리 영혼의 스크린 / 정여울

창문은 안이 훤히 비치지만 결코 상대방에게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을 자아내는 미디어다. 모든 것이 보이지만 아무 것도 만질 수 없는 세계. 창문 저편의 사람이 무엇을 가졌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무엇을 먹는지, 모든 것을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지만, 창문 밖에서는 아무 것도 직접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을 더욱 강렬하게 일깨워주는 매개체. 창문은 때로는 차라리 벽으로 가로막혔다면 이토록 답답하지는 않았을 것만 같은, 소통을 가장한 불통의 미디어가 된다. 피터팬은 창문을 통해 웬디의 일상을 엿보고 처음으로 네버랜드가 아닌 지상의 친구를 갖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창문 밖에서 창문 안쪽으로 보이는 정상인들의 세계를 훔쳐보며 ‘나도 저들처럼 서로 쓰다듬고, 키스하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고전에세이_6회] 유리창, 우리 영혼의 스크린
정여울 / 2013-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