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샛별
[평론] 불가피한 사실주의 성장기 – 「장물의 내력」을 읽고 / 신샛별

자기 자신으로 살던 이가 자기 자신과 더불어 살기 시작했다면, 그는 더 이상 청년이 아니다. ‘청년’은 어느 순간에도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필사적인 이들에게나 어울리는 이름이다. 어떤 진지한 종류의 꿈이 그의 삶을 지탱하고 있기에, 청년은 불안을 마다하지도, 방황을 멈추지도 않는다.

[평론] 불가피한 사실주의 성장기 - 「장물의 내력」을 읽고
신샛별 / 2013-07-01
조연호 시인(2013)
악기(惡記) 17~21 / 조연호

기연(起緣)의 형상이 자족적이라는 사실에 현혹된 자가 있다면 그는 전체를 중단함으로써 처음을 긍정되게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현혹이 현혹으로 주어지지 않고 물질을 가지기 이전에 물질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으로 주어진다면 원인인 자는 자기 기원이 자신 자체로만 채워지는 불우를 견딜 수 있을까?

악기(惡記) 17~21
조연호 / 2013-07-01
김혜진
아름다운 이웃 / 김혜진

아버지의 두 눈이 환해진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니까. 아버지가 웃는다. 까만 밤을 배경으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낡은 상가 내부의 압력이 서서히 높아진다. 금방이라도 창문을 밀어내고 불길이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다.

아름다운 이웃
김혜진 / 2013-07-01
전성혁
최후의 인간 / 전성혁

나는 지금부터 유서를 쓰려고 한다. 어쩌면 이것은 유서가 아닌 일종의 고해성사일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를 고발할 뜻도 증오할 마음도 없다. 그저 신이 남긴 이 극악한 저주에서 고통 없이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나를 구원하기 위해 글을 쓰겠다. 그것이 이 글의 본질이자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최후의 인간
전성혁 / 2013-07-01
박철
꽃이 피네 외 2편 / 박철

지훈의 장례를 준비하며 시인 김종길은
목월에게 지훈을 두고 만약 나라를 맡겨도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라 말했다 한다
먼 산 그리매를 바라보며 나라를 맡겨도 좋을 벗을 헤아리니
꼬리를 물고 여럿이 떠오른다

꽃이 피네 외 2편
박철 / 2013-07-01
이명
그냥 걸었어 외 1편 / 이명

      그냥 걸었어     이명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터미널이 보였다. 그랬는데 나는 아주 기분이 울적했다. 날씨는 좋았다. 그런 건 앞으로 반세기간은 좋을 것 같았다.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랬다면 나는 더 싫어졌을 것이다.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한담을 나누며.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나는 터미널 안의 서늘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버스가 정차되어 있었고. 나는 표를 사러 갔다. 가방이 무거웠다. 헐렁한 바지는 자꾸만 밑으로 내려갔다. 나는 작은 것에도 작용하는 그 중력을 혐오했다.      모든 터미널은 흩어져 있지만. 언제나 다시 합쳐졌다. 그것은 꼭 물길 같았다. 나는 거기 돌 틈에 끼인 물고기였다.[…]

그냥 걸었어 외 1편
이명 / 201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