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주 시인(2013)
계절마다 손잡이 외 1편 / 황은주

모퉁이에 허락을 얻어 지은 집은
세 면面의 문을 가질 수 있었다
계절마다 돌려쓰기에는 어색했지만
문을 열고 닫았을 뿐, 우리는 모퉁이를 닮아 가고 있었다
귤나무 숲과 사막 사이에는 못이 촘촘히 박혀 있어
빈둥거리듯 문을 믿었다

분주하게 드나들던 계절들
창에 앉은 먼지 낀 볕에 쪼여 몸이 가려워지면 부엌에서는 귤나무를 끓였다

계절마다 손잡이 외 1편
황은주 / 2013-05-01
김지명 시인(2013)
노래가 필요해 외 1편 / 김지명

귀를 닫아 주세요
꽃들의 행렬에 만개한 소리로 지저귀고 있어요
사해를 건너온 듯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웃음이 울음으로 부화한 겹겹의 얼굴

믿지 마세요
당신이 새벽 귀갓길에 토해 놓은 밥상이
꿈에 본 당신 마음으로 읽는다는 것을
전깃줄에 앉아 주억주억 당신의 바깥을 추억한다는 것을

노래가 필요해 외 1편
김지명 / 2013-05-01
정와연 시인(2013)
천막 외 1편 / 정와연

푸른 천막을 펼쳐 놓은 듯한 크기의 저수지가 있었다. 가물치들은 물의 끈을 잡아당겨 천막이 날아가지 않게 고정하고 있었다. 농사철이면 그 끈을 풀어 지느러미 쪽으로 졸졸 흘려보냈다. 가뭄이 들어 천막이 날아갈 뻔했을 때도 낮은 물길을 물고 있는 가물치들의 이빨이 있었다.

천막 외 1편
정와연 / 2013-05-01
이해존 시인(2013)
이곳은 난청이다 외 1편 / 이해존

제기동 134-6번지는 난청 지역이다 내 키만 한 곳에 창을 단 골목을 지나 주인집 대문을 열면, 또 다른 골목으로 창을 낸 내 방으로 통한다 사방 처마가 전깃줄을 끌어내려 밑동을 땅에 묻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전봇대, 그 어지러운 전깃줄의 수혈이 아니고는 이곳은 난청이다

이곳은 난청이다 외 1편
이해존 / 2013-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