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 천문학자(2013)
[4월_빛_에세이] 빛 그리고 빛 / 이명현

유하의 시 「햇빚, 달빚, 별빚」 전문이다. 이강백이 쓴 단막극 중에 <결혼>이라는 작품이 있다.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대학가 연극 무대에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연극이다. 청혼을 하려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 어떤 남자의 집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해프닝으로 구성된 연극이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면 무뚝뚝한 사내가 말없이 시계를 가리키며 그 남자로부터 물건을 하나씩 하나씩 빼앗아 간다.

[4월_빛_에세이] 빛 그리고 빛
이명현 / 2013-04-16
배명훈 소설가(2013)
[4월_빛_소설] 뒷면의 우주 / 배명훈

아무튼 일단 저 별만 열심히 들여다보면 다 알 수 있다니까. 온도가 몇 도인지, 구성 성분이 뭔지, 몇 살이나 먹었고 언제 죽을지도 알고. 죽을 때 어떤 식으로 죽을지도 알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그 주위를 도는 행성이 크기가 얼마고 질량이 얼마고 밀도나 항성에서부터의 거리 같은 것도 다 알 수 있다니까. 그 빛의 성질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직접 안 봐도 그 근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게 엄청 많다고. 딸려 있는 행성에 대해서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딸려 있는 행성에 위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

[4월_빛_소설] 뒷면의 우주
배명훈 / 2013-04-15
한지수(글틴)
[우리 동네 놀러와] 나의 비밀스럽고 경이로운 도시, 목포 / 한지수

저는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여덟 살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열아홉까지 근 십일 년을 서해안 끄트머리의 작은 항구도시 목포에서 살았습니다. 나무가 많은 항구라서 나무 목(木)에 물가 포(浦)를 쓰는 이 도시는 제게 단순히 십일 년 동안 머물렀던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놀러와] 나의 비밀스럽고 경이로운 도시, 목포
한지수 / 2013-04-15
한승용(글틴)
[시] 가을날의 삽화 / 한승용

내 삶은
이도저도 아니었다고 여겼을 때
가을 나뭇잎을 보았다.
어딘가에 뿌리내리지도 못해
비틀거리는 저 못이 나라고
그간 세상에 치인 데
붉게 멍들어버린
저기 저 못이 바로 나라고 생각했을 때
홀몸으로 불타오르는
가을 나무를 보았다.
삶이 저물어갈수록
뜨거워지는
가을 숲을 보았다.

[시] 가을날의 삽화
한승용 / 2013-04-15
정여울 평론가(2013)
[고전 에세이_2회] 우리 무의식과의 진정한 대화를 꿈꾸다 / 정여울

정말 좋아하지만 다시 펼쳐보기가 두려운 책이 있다. 그 책을 다시 펼치는 순간, 그때 그 시절 겪었던 내 아픔의 무늬가 온전히 드러날 것만 같아서. 유난히 힘들 때 읽었던 책은 더욱 그렇다. 예컨대 융의 자서전이 그렇다. 심리학의 거장이자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혼의 멘토가 되어주었던 융. 그의 자서전을 나는 누구의 추천도 없이 혼자서, 수없는 번민의 미로를 거치다가 자발적으로 찾아 읽게 되었다.

[고전 에세이_2회] 우리 무의식과의 진정한 대화를 꿈꾸다
정여울 / 2013-04-15
[4월_빛_시] 어둠과 빛의 춤 / 유형진

일년 중 이틀, 춘분과 추분에만
눈물을 흘리는
‘샤콘느’라는 이름의 노인이 있다.
노인에겐 ‘왈츠’와 ‘마주르카’ 라는 이름의
이란성 쌍둥이 남매가 있었다.

왈츠는 달개비 꽃을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양귀비를 좋아 했다
왈츠는 저녁노을을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무지개를 좋아했다
왈츠는 계란의 흰자를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계란의 노른자를 좋아했다
왈츠는 시를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소설을 좋아했다
왈츠는 진한 커피를 좋아했고
마주르카는 맑은 홍차를 좋아했다

[4월_빛_시] 어둠과 빛의 춤
유형진 / 2013-04-15
박세은(글틴)
[이달의 리뷰리뷰] 필름과 크로키의 환상적인 만남, 팀 버튼 전 / 박세은

2013년 2월 21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을 방문했습니다.
놀이동산 할로윈데이를 연상시키는 팀버튼전의 입구는 늦겨울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상상력의 대가라고 알려진 팀 버튼 감독의 매력을 담은 독특한 디자인은 그의 작품세계로 들어서는 문 같았습니다.

[이달의 리뷰리뷰] 필름과 크로키의 환상적인 만남, 팀 버튼 전
박세은 / 2013-04-15
김미정 평론가(2013)
[월평] 작용과 반작용, 세상과 글쓰기 / 김미정

최근 저는 조경란 작가의 「학습의 生」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소설은 시골의 한 소년과, 그곳에 새로 이사 온 한 여자 사이의 우정과 오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년은 투포환 선수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여자는 선생님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소년은 아마도 부모의 매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자는 회복 불가능한 면역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월평] 작용과 반작용, 세상과 글쓰기
김미정 / 2013-04-15
송경동 시인(2013)
철야 / 송경동

그들은 철야를 한다. ‘천장이 있는 곳’에서 일해 보는 게 ‘소원’이었으나 길고 고단한 노동 뒤에 역시 ‘천장이 없는 곳’에서 잠이 들었다. ‘소원’이라고 하였으니 천장이 없는 작업장에서의 노동이 어떠한 것인가를 함부로 짐작키 어렵다.

철야
송경동 / 2013-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