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 소설가(2013)
손님들 / 김숨

이 도시에서는 오늘도 많은 집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집이 사라지면 그 집을 지키던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철거는 하루아침에 누군가의 집을 빼앗아버린다는 점에서 전쟁이나 테러 같은 비현실적인 사태들과 다를 바 없는 폭력일 것이다.

손님들
김숨 / 2013-02-01
박성원 소설가(2013)
인타라망 / 박성원

어떤 작가들은 기꺼이 악몽의 설계자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 가운데 가장 치밀하고 정교한 설계도를 작성하는 작가가 바로 박성원이다. 그의 소설을 펼쳐 읽을 때 안온한 침묵의 공기로 가득한 세상은 곧 탈주로가 부재하는 지옥도로 변모하고 만다.

인타라망
박성원 / 2013-02-01
윤이형 소설가(2013)
절규 / 윤이형

어떤 소설들은 읽는 이에게 육중한 고통과 막막한 절망의 감각을 선사한다. 그 소설들로 인해 우리는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새삼 한없이 작은 존재가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유한성과 무기력을 증언함으로써 스스로 위대해지는 문학적 역설에 동참하게 된다.

절규
윤이형 / 2013-02-01
김미월 소설가(2013)
너클 / 김미월

김미월의 소설 인물들은 고독하다. 그들에게 젊음은 찬란한 잔치가 아니고, 가족은 부재하거나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존재할 뿐이다. 「너클」의 세계도 그러하다. 일터이자 가상낙원인 피시방에 젊음을 유폐시킨 여성이 여기 있다. 그녀는 롤플레잉 게임 속의 아바타인 ‘신시아’를 정성스럽게 양육하는 데 몰두한다. 이 캐릭터에 대한 애착은 서글프다.

너클
김미월 / 2013-02-01
김태용 소설가(2013)
차라리, 사랑 / 김태용

쇼핑센터에서 쇼핑을 하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카트를 밀며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다. 그리고 곁에 있던 누군가는 그 상황을 카메라에 담는다. 카트에 한 가득 담긴 물건들과 함께 추락하기를 감행하는 이들은 다소 파격적인 나름의 행위규칙을 지키며 동거하던 한 무리의 무정부주의자들이다.

차라리, 사랑
김태용 / 2013-02-01
박형서 소설가(2013)
날개 / 박형서

박형서의 「날개」는 과학과 예술의 대립, 혹은 이성과 감성의 길항과 공존을 두고 SF적인 상상력을 추동해 나간 단편소설이다. 하나, 거창하고 진지한, 그리고 더없이 추상적인 갈등 구도만으로 그토록 활달한 이 소설을 제대로 요약해 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날개
박형서 / 2013-02-01
이승희 시인(2013)
사랑은 / 이승희

사랑이 존재론적인 사건인 까닭은 그것이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들기 때문이다. 사랑을 앓는 사람의 마음과 신체는 이미 그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사랑은 오직 자신을 잃어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만이 사랑을 말할 수 있다. 사랑은 스며드는 것이다.

사랑은
이승희 / 2013-02-01
이준규 시인(2013)
이글거리는 / 이준규

시인은 시작(詩作)을 시작(始作)하는 일, 혹은 그 반대의 일에 대해서 쓴다. 시를 쓰는 일을 주로 ‘시를 짓는다’고 하는 연유를 이 시에서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시인의 앞에 놓여 있는 것은 백지와 연필이거나, 작은 커서가 깜빡이는 모니터와 키보드일 수 있겠으나 그 모든 도구들이 일단은 무용해 보인다. 당겨 말하면 이 시인은 활자를 나열하는 것으로써가 아니라 오히려 활자의 반대편에 있는 듯한, 형언할 수 없고 그리하여 사로잡히지 않는 어떤 이미지들과 격조 없이 어울려 듦으로써 ‘시’라는 시공을 짓고 있다.

이글거리는
이준규 / 2013-02-01
이기성 시인(2013)
/ 이기성

행과 연의 구분 없이 쓰일 때도 이기성의 시는 이미지를 구현해 내는 시적 형식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시적 형식이라는 조금은 어색한 표현을 부연하자면, 그것은 아마도 어떤 문장들의 응집이 ‘시’라는 특별한 장르를 설명하지 않고도 보여줄 때 나타나는 특유의 문채(文彩)가 아닐까. 이 시에도 특유의 문채가 있다. 그것은 “불쑥”이라는 저 부사에 내장된 감각으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기성 / 201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