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 시인(2013)
125… 외 1편 / 송유미

길 위에서 잠들지 못했다 잠들면 길을 잃었다 길은 잠이 없었다 잠은 꿈이 없었다 잠들면 눈이 내려 마을을 지우고 발자국 없이 그는 길 끝에서 구사일생,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자유 찾아 예까지 왔다 했다

125… 외 1편
송유미 / 2013-02-01
박일환 시인(2013)
오타의 나라 외 1편 / 박일환

대한민국을 대한미국으로 쳐놓고는
자판이 내 마음을 읽었나?
속으로 뜨끔하면서도 통쾌했는데
며칠 후 인터넷 게시판에 어떤 이가
찬막농성장이라 쳐놓은 걸 보고
절묘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혹한이 이어지던 한겨울이라
천막이 찬막으로 읽히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
무심결이 결코 무심결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오타의 나라 외 1편
박일환 / 2013-02-01
김참 시인(2013)
보성녹차휴게소 외 1편 / 김참

어디선가 몽롱한 음악이 들려왔어요. 나는 속도를 올렸어요. 트럭들이 굉음을 울리며 지나갈 때 그녀가 갑자기 화를 냈어요. 길옆의 굴뚝들은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유리창과 전선들은 햇빛을 받아 번쩍거렸지요. 나도 화가 났어요. 희뿌연 하늘을 돌아다니는 까마귀들 때문에 약간 어지러웠지만 속도를 더 올렸어요.

보성녹차휴게소 외 1편
김참 / 2013-02-01
신정민 시인(2013)
베로니카 영역 외 1편 / 신정민

길, 길 위에서 울고 있는 베로니카가 있다 그, 그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피땀을 닦는 여인과 두렵지도 슬프지도 아쉽지도 않아 지루했던 생, 사랑하는 사람과의 단 하루, 단 하루를 위해 정신병원을 탈출하는 베로니카, 베로니카가 내 머릿속에 살고 있다 기억은 있으나 그 부분만 검게 칠해 놓은

베로니카 영역 외 1편
신정민 / 2013-02-01
김성중(2013)
베다도 백수 일지(제4회) / 김성중

아바나의 베다도를 벗어나 히론과 시엔푸에고스로 여행을 다녀왔다. 이라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알려진 정호현 언니가 이곳에서 한-쿠바 협회 일을 하고 있다. 그곳 직원들이 관광 상품 개발차 떠난 여행에 나도 묻어간 것이다. 덕분에 일 년의 마지막 며칠을 그림 같은 바다와 한적한 지방에서 보내게 되었다.

베다도 백수 일지(제4회)
김성중 / 2013-02-01
강수미 작가(2013)
반쯤 실현된 욕망을 축복하며(제6회) / 강수미

   사유의 드로잉(제6회)   반쯤 실현된 욕망을 축복하며   강수미 (미학,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술연구 교수)            1.      상황 A: “당신을 사랑해요.” “네.” “그럼 우리 결혼합시다.” “네.”    상황 B: “당신은 조만간 귀인을 만나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행운을 얻게 됩니다.” “네.” “가만히 있어도 일이 저절로 이뤄지고 남들 보기에 원하는 모든 걸 얻습니다.” “네.”    상황 C: ‘A가 꼭 됐으면 좋겠지만, 안 되면 차선으로 B라도 되면 좋겠다.’ “B가 됐습니다.” “네.” “좋으시죠.” “네.”    위에 설정한 상황 A를 통해 내가 독자들의 상상 속에 그렸으면 하는 정황은 이런[…]

반쯤 실현된 욕망을 축복하며(제6회)
강수미 / 201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