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 소설가(2013)
hello! stranger / 백영옥

집은 삼중으로 잠겨 있었다.
그녀가 내게 준 집 열쇠는 모두 세 개였다. 첫 번째 열쇠를 돌려 흰색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문을 열면, 문고리가 망가진 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130년이나 됐다는 집의 문고리를 열면 삭은 나무 냄새가 코끝을 누르듯 스쳤다.

hello! stranger
백영옥 / 2013-02-08
김중혁 소설가(2013)
유리방패 /

「유리방패」라는 즐거운 소설의 핵심과는 별로 상관이 없지만, 다음과 같은 부분을 만나면, 누구라도 이 소설을 마저 읽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아까 네가 한숨을 쉬지 않았으면……”/“그래서 내 탓이라고?”/“아니, 내가 먼저 한숨을 쉬었을 거라고.”/“네가 한숨을 먼저 쉬었으면 내가 에이 씨발, 했겠지.” 하는 부분 같은 것.

유리방패
/ 2013-02-08
황정은 소설가(2013)
소년 /

소년은 ‘어른이 되자’와 ‘어른이 되기 싫어’ 사이에 있는 존재다. 현실이 빠져나올 수 없는 악몽일 때 성장담은 어떻게 쓰일까? 소년은 어른을 경멸한다. 어른은 무책임하거나(어머니) 폭력적(어머니의 애인)이기 때문이고, 부재자(아버지)이거나 약탈자(거지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자란다.

소년
/ 2013-02-08
고봉준 문학평론가(2013)
눈 내리는 밤 /

창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저는 지금 두 곡의 노래를 번갈아 듣고 있습니다. 조금은 오래된 노래들, 송창식의 <밤눈>과 10㎝의 <눈이 오네>가 그것들입니다. 송창식의 노래는 울림이 큰 애절함이 강점이고, 10㎝의 노래는 어쿠스틱한 음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간결함과 세련됨이 돋보입니다.

눈 내리는 밤
/ 2013-02-07
2013년 2월호(통권 93호)가 발간됐습니다. /

2013년 2월호(통권 93호)가 발간됐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특히 <십년감수>라는 기획특집을 선보이게 되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조하시고요. ^_^ 현재 게재된 작품 이외의 재수록 작품은 앞으로 1주 간격으로 순차적으로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성원과 관심 바랍니다. ^_^ '십년감수'를 기획하며, 고봉준(본지 편집위원)   

2013년 2월호(통권 93호)가 발간됐습니다.
/ 2013-02-01
손홍규 소설가(2013)
서울(제1회) / 손홍규

어딘가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창가로 다가가 조심스레 블라인드 틈에 눈을 갖다 댔다. 거리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산발적인 총성이 울리더니 이윽고 그마저도 뚝 그쳤다.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꺼내어 쥐었던 나이프의 칼날을 접어 다시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잠에서 깨어난 동생에게 다가간 소년은 손을 뻗어 동생의 이마를 짚었다.

서울(제1회)
손홍규 / 2013-02-01
심아진 소설가
그만, 뛰어내리다 / 심아진

라합은 집 밖에서 들리는 아비규환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는다. 대기를 가르는 비명소리, 분노와 절망의 욕지거리, 그러나 결코 뉘우침은 없는 저주의 신음들이 라합의 오두막집 문을 필사적으로 두드린다.
라합이 살리기 원했던 그녀의 가족과 친지들은 문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상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고 있다. 무딘 칼날 때문에 단번에 죽지 못한 이의 눈은 서서히 빠져나가는 피와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을 응시하고 있으리라. 말랑말랑한 머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둔탁한 돌이 혹독하고 무심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가운데, 채 뼈에서 떨어지지 못한 살점이 왈콱왈콱 피를 쏟아내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연주하리라.

그만, 뛰어내리다
심아진 / 2013-02-01
우연론과 인과론 / 김연경

삼촌의 귀향에 대한 얘기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집을 아주 예술적으로 지어 놨더라.”
이런 말로 아빠는 운을 뗐다. 그 예술적인 집을 짓느라 6천만 원의 거금이 들어갔단다. 아이러니는커녕 동경이 십분 배어나오는 어조였다.
“사는 것도, 뭐라 카꼬, 억수로 예술적이더만.”

우연론과 인과론
김연경 / 2013-02-01
류인서 시인(2013)
붕어빵 외 1편 / 류인서

눈 오는 밤 거룩한 밤, 아파트 작은 공터의 포장마차는 백악해안을 흘러가는 보트피플 같다 얇아지는 불빛으로 견디고 있다
오래전 그 나라의 문장(紋章)인가 비닐막에 그린 쌍어문 그림이 화석처럼 단순해진다 아주 낯설지는 않다

붕어빵 외 1편
류인서 / 2013-02-01